[위클리 스마트] "개발 몰라도 뚝딱이라고?"…코알못의 바이브코딩 실패기

AI가 코딩해 준다기에 러버블·커서AI 써봤지만…절감한 배경지식 중요성
조성미

입력 : 2025.06.21 10:00:04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코딩 지식이라고는 파이선, 자바스크립트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의 이름밖에 알지 못하는 기자에게 최근 일반인 사이에서도 유행이라는 '바이브 코딩'은 매력적으로 들렸다.

코딩 지식이 하나도 없어도 AI에 자연어로 "무슨 무슨 사이트를 만들어줘", "어떤 기능을 가진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해줘"라고 명령하면 그럭저럭 쓸만한 사이트나 앱이 뚝딱하고 만들어진다는 이야기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오픈AI 공동 창립자이자 AI 업계 거두 안드레 카파시가 지난 2월 X에 "그저 느낌에 몸을 맡기고 코드 존재조차 잊는 것"이라고 언급하며 유행이 시작됐다는 바이브 코딩.

전문 개발자가 아닌 미국의 한 대학생이 바이브 코딩으로 주차난이 극성인 학교 주변의 빈 주차면을 알려주는 사이트를 며칠 만에 뚝딱뚝딱 만들어 목돈을 받고 팔았다는 뉴스를 읽고선 '혹시 나도…?'라는 부푼 기대까지 들었다.

챗GPT로도 코딩을 할 수 있다고 해 익숙한 GPT 앱을 켰다.

하지만, GPT는 코딩 지식이 없다고 몇번을 강조했지만 개발자들이나 알만한 전문 용어를 써가며 계속 내 판단을 요구했다.

"Figma에서 직접 앱 와이어프레임을 만들 수 있도록 화면별 컴포넌트 구성 가이드를 아래에 제공하는데 어떤 것을 원하세요"라고 묻는 식인데 해석조차 할 수 없으니 진도가 나갈 수 없었다.

좀 더 쉽게 바이브 코딩을 할 수 있도록 이용자 친화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서비스가 뭘지 AI에 묻고 구글에도 검색해봤다.

윈드서프, 볼트, 아달로, 선커블 등 추천 모델 여러 개를 무료 체험 기회를 써서 시험해봤다.

코딩 AI에 주문한 주제는 일본의 빈집을 한국인들에게 소개하는 사이트 제작으로 정했다.

인구 소멸을 우려하는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이 빈집 매물 정보를 누구나 쓸 수 있도록 무료 API(타사 서비스를 빌려 쓸 수 있는 전산 경로)로 공개하고 있어 사이트에 담을 데이터를 구하는 데 문제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여러 코딩 AI 서비스를 시험해본 결과 사이트 디자인이 가장 감각적으로 나오고 코딩 전문 지식이 없는 내 주문을 '찰떡같이' 알아듣는 건 러버블이라는 서비스였다.

25달러를 내고 한 달 사용권을 결제했다.

문제는 메인 페이지 만들기 같은 간단한 작업은 곧잘 수행하던 AI가 일본 빈집 정보 API를 불러오고, 조건에 맞게 배열하는 등의 복잡한 단계로 들어가자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겉보기에는 그럴듯하게 빈집 매물의 대표 이미지(섬네일)를 붙이고 매물 정보를 표시했지만, 이것이 일본 지자체가 제공하는 진짜 매물 정보인지 확인할 수도 없었다.



러버블에서 바이브코딩으로 만든 일본 빈집 매물 소개 사이트
[러버블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AI는 진짜 정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지만 API 출처를 알려달라는 요구에는 웬일인지 제대로 응답하지 않았고, 섬네일로 붙은 이미지는 SF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대도시 전경이어서 과연 빈 집 정보인가 의문이 깊어졌다.

문제는 개발에 밝지 않은 명령자와 자꾸 말을 듣지 않는 실행자 사이에 문답이 수없이 오가면서 한 달에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딧을 금방 소모했다는 사실이었다.

한화 3만5천원을 결제하고 사이트 개발 과정에 두어시간 남짓을 썼을 뿐인데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딧의 80% 가까이 소진한 것이다.

추가 결제야 물론 가능했지만 정말 원하는 사이트를 만들려다간 수십만원을 금세 탕진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사용자 환경(UI)이 개발자 친화적이라 일반인에게는 다소 어렵지만, 비슷한 비용으로 더 많은 크레딧을 준다는 커서AI로 옮겨갔다.

커서AI는 코딩 AI 모델의 대표주자로 네이버 같은 굴지의 IT 회사 개발자들도 쓰는 서비스로 알려져 있다.

개발자들이 프로그래밍 언어를 입력할 때 뜨는 창과 유사하게 디자인된 UI에 위축감이 들었지만, 이 서비스도 바이브 코딩의 한 종류라고 하니 채팅창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찾고 일본 빈집 정보를 알려주는 사이트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결과는 러버블처럼 커서AI에서도 쓴 입맛을 다시는 것으로 끝이 났다.

사이트를 열긴 했는데 기능 추가를 지시하면 자꾸 사이트가 열리지 않는다고 뜨고, 문제점을 개선해 다시 해달라고 지시하면 잠시 되는 듯하다가 또 안 되고…

바이브 코딩 서비스인 커서AI를 이용해 코딩하는 모습.

똑똑한지 바보인지 모를 AI와 풀리지 않는(전문 개발자라면 간단할지도 모를) 문제를 두고 씨름하는 일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면서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짙어졌다.

러버블처럼 빨리 닳지는 않았지만 커서AI에서 결제하고 받은 크레딧도 그다지 넉넉한 편은 아니었다.

생성형 AI 없이 공부나 업무를 하기 힘든 시대가 왔다.

하지만, 관련 지식이 없이 이용했다가는 환각 현상(할루시네이션)을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늘어놓는 AI 대답에 속아 거짓 정보를 철석같이 믿어버릴 수 있다.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바이브 코딩 역시 코딩에 대한 약간의 지식과 사이트·앱 개발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이 없으면 사용료와 전기만 낭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비교적 싼 값에 깨달았다.

"그저 느낌에 몸을 맡기"려 해도 준비는 필요했다.

csm@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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