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이상 연체·5000만원 이하' 빚 탕감…113만명 수혜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이지안 기자(cup@mk.co.kr), 이용안 기자(lee.yongan@mk.co.kr)

입력 : 2025.06.19 17:57:14 I 수정 : 2025.06.19 21:03:28
李정부 첫 추경 - 민생회복
채무자 경제적 조건에 따라
전액 탕감·원금 80% 감면
채무조정 제도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도 대폭 늘리기로
자영업 대출 연체율 급증속
도덕적 해이 부추길 우려도




◆ 이재명 시대 ◆



새 정부 추가경정예산이 지향하는 핵심 목적은 민생 안정이다. 장기 연체 채권을 대규모로 소각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재기를 돕고, 실직자와 구직자를 위한 고용 안전망을 대폭 확충했다. 19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새 정부 추경 중 5조원은 민생 안정 분야에 투입된다.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배드뱅크' 설립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산하에 채무조정기구를 설립해 민간 금융회사로부터 연체 채권을 일괄 사들이고 채무자별 상환 능력을 심사해 정리하는 식이다. 대상은 채무 상환이 불가능한 차주가 7년 이상 연체한 5000만원 이하의 채권(담보 채권 제외)이다. 국세청 자료 등을 기반으로 채무자의 소득과 재산을 확인하고 중위소득 60% 이하로 처분 가능한 자산이 없는 경우 채권 전액을 소각한다. 상환 여력이 일부 있는 경우엔 최대 80%까지 원금을 감면하고 10년간 분할 상환 기회를 부여한다. 정부는 이번 프로그램에 필요한 8000억원 중 절반을 금융권에서 공동 부담받기로 했다.

소상공인 채무 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을 고쳐 총채무가 1억원 이하이면서 중위소득이 60% 이하인 저소득 차주에 대해 원금 감면율을 80%에서 90%로 높이고 분할 상환 기간도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린다. 지원 대상은 기존 2024년 11월까지 사업자에서 올해 6월까지로 확대되며 수혜 인원은 10만명 이상으로 예상된다.

정책자금을 성실하게 갚고 있지만 경영 위기에 놓인 소상공인에겐 7년간 분할 상환, 이자 1%포인트 감면이 이뤄진다. 폐업할 경우 분할 상환 15년과 우대금리 2.7%의 혜택이 적용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도덕적 해이' 우려에 대해 정부는 선을 그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빚 탕감 정책엔 언제나 도덕적 해이 문제가 꼬리표처럼 붙지만 이번 대책은 7년 이상 장기 연체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유인이 크지 않아 보인다"며 "113만명에 달하는 이들이 연체자 신분에서 벗어나 경제활동을 제대로 하면 오히려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용 취약계층을 위한 안전망 강화에는 1조6000억원이 투입된다. 1조3000억원을 들여 구직급여 지원 대상을 18만7000명 늘린 179만8000명으로 확대했다. 고용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을 위한 국민취업지원제도 역시 대상이 30만5000명에서 36만명으로 늘어난다. 건설업 등 주요 업종에 특화된 유형이 신설돼 건설업 실직자 1만명에게는 월 20만원의 훈련수당이 추가 지급된다.

물가 안정과 주거비 완화 예산도 반영됐다. 국산 농산물 가공원료 구매 지원과 식품 가공설비 교체 비용 등을 포함해 총 484억원을 물가 안정 항목으로 배정했다. 취약계층 주거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전세 임대 3000가구를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추가 공급하고 저소득 청년 월세 지원 대상도 기존 13만명에서 15만7000명으로 확대된다. 지원 대상은 중위소득 60% 이하 무주택 청년으로, 월 최대 20만원씩 24개월간 지원된다.

전문가들은 추경안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추경은 경기 진작이라는 목적에 맞춰 설계됐다"며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높아질 것이라 본 데 비해 실제로는 그보다 더 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생 소비 쿠폰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미래 산업에 대한 핀포인트 투자가 이뤄졌다면 고용 유발 효과도 더 컸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류영욱 기자 / 이지안 기자 / 이용안 기자]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6.19 23:10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