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신뢰를 훼손하는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서는 신속한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부처 간 중복 기능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9일 매경미디어그룹이 주최한 '2025 매경 자본시장 대토론회'에서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위원회 등 여러 기관의 역할 중복으로 인한 비효율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공정거래를 조사하고 처벌하는 과정에서 검찰에 과도한 권한이 집중돼 전문성을 가진 증권 유관기관이 온전한 역할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로는 증권선물위원회가 불공정거래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할 때 반드시 검찰과 협의해야 하는 규정을 들 수 있다. 황 연구위원은 "현행법상 과징금 부과를 허용한 218개 법률 중 검찰 협의를 요구하는 경우는 불공정거래와 가상자산 관련 법률 단 두 건뿐"이라며 "이 같은 구조가 사건 처리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거래소의 업무 범위는 지나치게 넓은 반면, 금감원과 금융위는 검찰에 비해 조사 권한이 지나치게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예를 들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당사자 신문, 통신 자료 조회, 자산 동결 등 다양한 조사 권한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 금감원은 이 같은 권한을 대부분 검찰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아울러 뉴욕거래소(NYSE)와 일본거래소(JPX) 등 주요국 거래소는 시장 감시와 회원 감리 업무에만 집중하는 반면, 한국거래소는 공매도 특별감리, 심리, 분쟁 조정까지 맡고 있다. 황 연구위원은 "시장 감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국거래소에 인적·물적 지원을 추가해야 불공정거래 혐의를 더욱 신속히 포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송수영 중앙대 교수는 자본시장 관련 기소권을 검찰이 아닌 금감원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불공정거래는 정보 비대칭을 심화시켜 개인투자자를 단기 투자로 내몬다"며 "이를 해결하려면 특별사법경찰과 금감원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는 지난해부터 불공정거래로 얻은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박종식 한국거래소 상무는 "불공정 세력을 조기에 적발하고, 계좌 지급 정지와 과징금 부과를 통해 부당이득보다 행정제재가 더 크도록 하고 있다"며 "불공정거래에 나서면 큰 대가를 치른다는 인식이 시장에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진행한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자본시장에서 불공정거래를 근절하려면 형량 강화뿐 아니라 신속한 제재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