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선결과제는 주주가치 우선 풍토 필수 '밸류업'이 저평가 일부 해소 주주환원 노력 이어질 때 韓증시 신뢰 회복도 가능 파이 키울 지원책이 절실 배당성향 높으면 당근 준다? 성장하는 기업은 소외될 것 단기성과 집착, 주주가치 훼손
◆ 자본시장 대토론회 ◆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KRX홍보관에서 열린 '2025 매경 자본시장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과와 향후 과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희준 성균관대 교수, 임흥택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이사,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책임투자전략센터장. 이승환 기자
"현재 이사회 구조는 지배주주에게만 유리해 전체 주주이익을 대변하지 못한다." "아니다. 기업이 성장할 여건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자본시장 대토론회에서 토론 패널들은 기업가치 재평가를 실현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혁과 이사회 변화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이 코스피 5000으로 가는 디딤돌이 될지에 대한 패널들의 생각도 서로 달랐다.
이날 토론에 참가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한국 증시 저평가의 배경으로 자본의 효율적 배분이 이뤄지지 못하는 구조를 들었다.
이 대표는 "자본시장이 활성화되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은 회사에서 빠져나간 자본은 ROE가 높은 회사로 이동한다"며 "이런 자본 재배치를 통해 나라 전체의 ROE를 올릴 수 있고 코스피 5000에도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는 기본적인 투자자 보호가 되지 않고 이사회가 전체 주주를 위해 일하지 않기 때문에 자본시장 효율성이 올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기업 경영진의 책무는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지만, 현재 이사회 구조는 지배주주에게만 유리하게 설계돼 있어 전체 주주이익을 대변할 유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해결 방안으로 이사회에 주주 충실 의무를 부여하고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제시했다.
반면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한국과 지배구조 순위가 비슷한 인도가 증시 고평가가 계속된다는 점을 보면 기업 저평가 해소 방안은 지배구조가 아니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의 역할을 강조해왔지만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기업이 성장할 여건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회 책임을 강화하는 것은 좋지만 불확실한 기업 환경에서 소송 부담을 생각하면 이사회가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며 "이사회가 모험적 혁신을 꺼리게 되는 상황이 과연 기업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특히 일반 주주에 대한 의무를 강조하지만 1년에 2~4번 주주가 바뀌는 단기 투자 문화에서 상법 개정 도입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선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작년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되면서 배당 및 자사주 소각과 같은 주주환원 노력이 각광받았다. 그러나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해선 주주환원 외 다양한 성장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진규 한국증권학회장은 "지금 배당을 확대하기 위해 논의되고 있는 방안이 배당성향 35%의 기업에 대해선 배당소득세를 완화하는 방법인데 그렇게 되면 이익은 적고 배당은 많이 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임흥택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기업들은 주주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배당을 많이 하는 것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등 여러 계획을 중장기 긴 호흡으로 진행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성장이 함께할 때 주주가치도 올라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책임투자전략센터장은 "2010년 이후 박스피 국면에서 주주행동주의 활동이 많이 일어났고, 시장이 배당 확대에 주목했던 것처럼, 지금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는 제도적 기반이 훨씬 개선돼 주주활동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장 참여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밸류업 프로그램의 꾸준한 실행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시장 저평가 해소를 위한 주주활동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적절한 자사주 전략이나 배당 정책을 펼치는 게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또 "밸류업 프로그램이 짧은 기간에도 성과를 거뒀지만 기업들의 공시에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현안 분석과 목표 설정, 실행 계획 등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업이 어떻게 체질을 개선하고 재원을 주주에게 환원할 것인지 공시를 통해 더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