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소가 3배 많은 우루과이 '위탁 목축업 사기' 뒤숭숭
피해자 4천명·피해액 5천억원 추산…대표는 테슬라 과속운전 사망
이재림
입력 : 2025.06.18 01:50:22
입력 : 2025.06.18 01:50:22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세계적 축산업 강국인 우루과이가 위탁 목축업 회사의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로 추정되는 사건으로 수개월째 뒤숭숭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우루과이 검찰 보도자료와 엘옵세르바도르·엘파이스·텔레도세를 비롯한 주요 언론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우루과이 수사당국은 법원으로부터 자산 청산 명령을 받은 업체 '코넥시온 가나데라'를 둘러싼 사기 및 횡령 등 혐의 사건을 살피고 있다.
'목축업으로의 연결'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이 업체는 1999년 설립 후 투자자로부터 확보한 자금으로 소를 구매해 일시적으로 농가에 넘긴 뒤, 위탁 사육을 통해 소를 살찌워 팔고 남은 이익금을 배분하는 형태로 영업했다.
투자자에겐 고정된 수익(달러 지급)을, 목축업자에겐 판매금 중 일부를 각각 주는 이 아이디어는 육우 가격의 안정적 오름세 속에 '고수익 보장 가축 펀드'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목축업을 중요 산업으로 삼고 있는 우루과이 경제 구조도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데 도움을 줬다고 한다.
인구 340만명의 우루과이에서 사육하는 소의 규모는 1천157만2천두(2022년 기준)에 이른다.
사람보다 소가 3배 넘게 살고 있는 셈이다.
'당신의 저축을 늘려드립니다.
역사상 가장 안전한 사업에 투자하세요'라는 이 회사 모토에 끌린 투자자 중에는 은퇴자를 포함해 유명 방송인, 성직자, 정치인, 검사, 가톨릭교회 등이 껴 있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투자자 중 일부에게 고정 수익이 지급되지 않으면서 회사 운영 실태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11월 이 회사 창업주로 명성을 크게 얻던 구스타보 바소가 자신의 테슬라 차량을 몰다 도로 보수 차량과 충돌하면서 그 자리에서 숨졌다.
당시 바소는 최대 시속 150∼200㎞로 질주했는데, 경찰은 "운전자에 대한 범죄 혐의는 없으며, 제삼자의 개입 없는 자발적·비고의적 행위로 사고가 났다"고 결론지었다.
일부 현지 언론 매체는 이를 바소의 극단적 선택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한다.
이후 '코넥시온 가나데라'는 기업 부채와 투자 문제 등으로 "4천300명에게 4억 달러(5천500억원 상당)를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다"고 발표했다.
우루과이 검찰은 초기 조사 결과 다단계 금융사기의 전형으로 보고 현재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창업자인 바소와 파블로 카라스코(출국금지 상태)는 '자신의 배우자에게 일정액 이상의 자산을 넘길 수 없다'는 현지 법을 피해 가고자 서로 남의 부인에게 지분을 양도하는 꼼수를 쓴 흔적도 있다고 우루과이 검찰은 전했다.
또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 소'를 산 것처럼 꾸민 뒤 다른 사업체에 투자하는 불법적 행위도 발견됐다.
현지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업체 규모는 30곳 가까이 된다.
우루과이 당국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던 소 이력 시스템에도 허점이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walde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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