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10배 뛴 '헬로키티' 뒤엔 주주관여 "日 다음 활동무대는 상법개정 앞둔 韓"

우수민 기자(rsvp@mk.co.kr)

입력 : 2025.06.12 18:00:04 I 수정 : 2025.06.12 18:03:47
경영진 흔들던 행동주의펀드
장기적 관점서 조력자로 변신
日정부는 10년전부터 장려
산리오 중국사업 확장해 성과
세븐일레븐 구조개편 이끌어
미국계·홍콩계 행동주의펀드
상법개정 대비 잇단 한국행




◆ 떠오르는 주주관여 펀드 ◆



'헬로키티'로 잘 알려진 일본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 산리오. 2020년 7월 영국계 자산운용사 M&G인베스트먼트가 주요 주주로 등극했다. M&G는 중국 시장에서의 잠재력 등을 중심으로 3년간 경영진과 깊숙한 대화를 이어갔다. 산리오는 디즈니 차이나 출신 임원을 영입하고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전략적 제휴도 체결했다. 2020년 7월 500~600엔 선을 맴돌던 산리오 주가는 현재 6700엔을 넘어 날아올랐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밸류액트캐피털은 2020년 편의점 세븐일레븐 운영사인 세븐&아이홀딩스 지분을 인수한 뒤 경영진과 대화에 나섰다. 별다른 수확을 얻지 못하자 2022년 주주제안과 공개서한 등의 방식으로 적극적 행동에 나섰다. 2023년 5월 사외이사 추천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되자 비공개 협의로 전환한 후, 슈퍼스토어 부문의 기업공개(IPO) 검토와 최고경영자(CEO)·회장 분리로 대표되는 구조 개편을 일부 관철시킨다.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가 다양한 성과를 거둔 일본 자본시장에서는 산리오, 세븐일레븐과 같은 '백년기업' 외에도 다양한 기업들이 주주관여(인게이지먼트) 펀드와 손을 잡았다. 기존 행동주의가 경영진을 흔들어 변화를 꾀한다면 주주관여 펀드는 경영진의 조력자로서 기업가치 제고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일본에서는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와 2015년 기업지배구조 코드 도입 이후 주주관여 펀드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일본 정부와 연기금(GPIF)이 지속가능한 장기 성과 제고를 위해 대화 기반 투자 문화를 장려하면서 여러 자산운용사들이 이런 펀드를 출범시켰다.

GPIF는 직접 펀드를 운용하지는 않지만 2020년부터 닛코자산운용, 노무라자산운용, 애셋매니지먼트원과 같은 주주관여 펀드 위탁사에 대규모 자금을 배정하고 있다.

일본 기업 특유의 의사결정 방식과 기업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있는 현지 펀드의 등장도 이 같은 트렌드를 부추겼다. 세계적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칼라일 출신 오쓰카 히로유키가 설립한 재팬액티베이션캐피털(JAC)과 세계적인 컨설팅펌 아서앤더슨컨설팅(현 액센츄어) 출신 나카가미 야스노리가 설립한 미사키캐피털 등이 주요 사례다.

금융투자업계는 한국에서도 향후 주주관여 펀드가 세력을 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확대를 골자로 여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이 현실화할 경우 관련 움직임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소액주주 권익 보호가 명문화됨은 물론, 기업 스스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회사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기업가치 저평가를 해소하려는 유인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년간 아시아에 투자해온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달튼인베스트먼트는 올해 초 서울에 첫 사무소를 열었다. 지난해 11월 한국콜마 지주사인 콜마홀딩스 지분 5% 이상을 확보한 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진과 별다른 충돌 없이 임성윤 달튼코리아 공동대표를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달튼 측은 콜마 외에도 10여 곳의 상장사에 투자를 단행한 가운데 적대적 행동주의보다는 경영진 친화적인 주주관여를 표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에서 위세를 떨친 홍콩계 행동주의 펀드 오아시스 역시 홍콩을 기반으로 새롭게 한국에 집중할 팀을 결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첫 외국계 펀드 회원사로 가입하기도 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는 얼라인파트너스, 차파트너스와 같은 국내 대표 행동주의 펀드가 회원사로 자리하고 있다.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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