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자사주 소각 안한 저평가 기업들 주주환원 강화 HMM, 연내 2조원 매입·소각 한국전력 4년 만에 배당 재개 삼성생명도 역대급 배당 결정
'자본시장 개선' 기조 속에서 자사주 소각을 5년간 하지 않던 저평가 기업들까지 밸류업 흐름에 발을 맞추고 있다. 이론적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저평가 기업은 자기자본수익률(ROE)이 자기자본기대수익률(COE)을 하회하기에 재투자보다는 주주환원을 통한 밸류업을 꾀해야 한다. 배당과 함께 주주환원의 핵심인 자사주 활용을 방치하던 저평가 기업들이 올해 들어 소각 계획을 밝히는 등 주주 친화적 행보에 하나둘씩 동참하고 있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HMM은 2020년 사명을 변경한 뒤 자사주 소각을 한 주도 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MM의 PBR은 전날 종가 기준 0.71배다. 오히려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속속 전환하면서 발행 주식 수가 2020년 3억주 수준에서 최근 10억2503만9496주로 늘어났다.
결산 배당 외에 뚜렷한 주주환원책을 내놓지 않았던 HMM은 올해 들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으면서 전향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HMM은 지난 1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2조5000억원을 주주환원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집행한 2024년도 결산배당(5286억원)을 제외하면 2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이 전망된다. HMM은 올 들어 중장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배당성향 30%와 시가배당률 5% 중 적은 금액 이상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한다는 방침까지 내놓았다.
시가총액 상위 30위 기업 가운데 PBR이 0.72배인 삼성생명도 자사주 소각이 없었다. 마지막 자사주 매입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삼성생명은 30% 중반대의 배당성향으로 주주환원을 이어왔지만 중장기 목표 배당성향을 50%로 제시하고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결산배당을 결정했다.
한국전력도 자사주 소각 결정이 없었지만 대규모 적자에도 올해 배당 재개를 결정하는 등 주주환원 확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실적 개선에 따른 한국전력의 배당 확대를 향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한국전력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조7500억원으로 2017년 이후 처음 1분기 기준 3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며 "전기요금 인상을 가정하지 않더라도 올해 이익 개선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한편 시총 30위권의 저평가 기업 중에서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데 적극 동참한 기업들은 주로 금융지주사와 기업분할이 있었던 상장사였다.
2020년 초 발행 주식 수가 4억1580만7920주였던 KB금융은 최근까지 당시의 8.26% 수준인 3434만5817주를 소각했다. 신한지주의 소각 비율은 12.05%에 달했다. 2022년 지주사 체계로 전환한 POSCO홀딩스는 소액주주들의 반대에도 물적분할을 단행한 뒤 그해 261만5605주를 소각하는 등 꾸준히 발행 주식 수를 줄여왔다. 주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인적분할한 SK스퀘어도 꾸준한 주주환원책을 펼쳐온 결과로 소각 비율이 6.31%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