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00조 시장이 열린다”…두마리 토끼 노리는 한수원, 美원전 해체시장 도전장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입력 : 2025.06.08 19:45:59 I 수정 : 2025.06.08 20:25:41
미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 원자력 발전소 [사진 = 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이 내년을 목표로 미국 원전 해체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최근 체코 원전 수주로 ‘원전 르네상스’에 속도를 내고 있는 한수원으로선 원전 건설만큼이나 유망한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다만 국내에선 아직 원전 해체가 걸음마 단계여서 한수원이 글로벌 해체 시장을 공략하려면 현재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 해체 절차가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한수원은 국정감사 지적사항에 대한 시정조치 계획을 최근 공시하고 내년 미국 원전 해체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와 연구파트너십 협력을 기반으로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와 연구과제를 도출하고 있는 단계다.

원전 해체란 원전 사용 연한이 끝나는 단계에서 시설을 영구적으로 폐쇄하고 용지를 철거하는 활동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해체 준비, 운전 영구 정지, 제염 및 절단 공사, 철거, 용지 복원 등 절차를 거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영구 정지 원전은 204기에 달한다. 이 중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21기에 불과해 향후 원전 해체 시장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2145년까지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 규모는 500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미국은 영구 정지 원전이 41기에 달하고 이 중 16기만이 해체가 완료됐다. 원전 해체 사업으로선 최대 시장인 셈이다.

한수원은 미래 먹거리 분야로 원전 해체 사업을 점찍고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수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21년까지 96개 해체 기술을 확보했다. 이 중 한수원이 확보한 상용화 기술 58개는 선진국 대비 87%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수원은 이 밖에 세계 최초로 중수로 상용로 원전 해체 고유기술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융복합 해체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한수원은 글로벌 원전기업인 프랑스 오라노, 캐나다 키네트릭스 등과도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한수원 인력을 해외 원전 해체 현장에 파견해 해체 경험을 습득하도록 하는 인력 교류를 진행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해체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해체 정보 교류와 공동 기술 개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한수원이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선 ‘트랙 레코드’를 쌓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수원은 현재까지 원전 해체 경험이 전무하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 해체 승인이 지연되며 원전 해체 사업이 미뤄져왔기 때문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22년 1월부터 고리 1호기 해체를 심사하고 있다.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 해체 승인은 당초 지난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미뤄졌다. 올해 상반기 승인이 목표다.

한수원은 지난해 5월 고리 1호기에서 해체 승인 사전 작업인 제염 작업을 시작했다. 제염은 원전에 남아 있는 방사성 물질을 화학약품으로 제거하는 작업이다. 한수원은 해체 승인을 받으면 유휴 설비를 매각하고 석면·보온재 철거 공사를 우선 수행할 방침이다. 현재는 석면 제거 공사에 앞서 석면 현황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한수원은 석면 철거가 끝나면 비관리구역 내부와 옥외 설비 해체 공사에 착수한다. 이후 고리본부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이 구축되면 발전소 내 습식저장조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방출한다. 끝으로 관리구역 내부와 구조물 해체 공사를 시행하면 고리 1호기 해체가 완료된다.

이 같은 해체 과정에서 사용후핵연료 처리 여부가 향후 원전 해체 시장 진출의 핵심이란 평가가 나온다. 고리 1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구축에만 4~5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원전 해체 시장에 진출해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빨리 건식저장시설을 지어서 사용후핵연료를 빼내고 원자로 등 1차 계통 해체 관련 트랙 레코드를 쌓아야 한다”며 “공정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서 한수원이 한 번은 완벽한 원전 해체를 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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