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충격에 ··· 美소비자도 자동차 100만대 덜 산다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입력 : 2025.06.04 15:15:07
트럼프 행정부 수입차 25% 관세에
미국 내 승용차·경차 판매량 영향
BCG “내년에 1400만대로 감소”

4월 관세부과 이후 5월부터 영향
하반기 대미 수출 두 자릿수 줄 듯
中 전기차 BYD 저가공세도 위협
현대·기아차 영업익 대폭 감소 전망


어두운 자동차 수출 시장을 표현한 삽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정책으로 인해 미국인들의 자동차 구매량이 내년까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국 행정부가 수입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자동차 가격이 오르고, 구매력이 감소한 미국인들이 자동차 구입시점을 늦출 예정이기 때문이다.

2일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BCG(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올해 미국 내 승용차 및 경차 차량 판매량은 1510만대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1570만대)에 비해 약 60만대가 감소한 수치다. BCG는 내년도 미국 내 승용차·경차 차량 판매량은 1400만대까지 떨어질 것이라 예측했다.

미국 내 승용차·경차 판매량 전망치


이번 예측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 정책방향(수입차에 대한 관세율 25% 부과)이 유지될 경우를 전제로 계산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3일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5월 3일부터는 자동차 부품 수입 때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BCG측은 “멕시코, 캐나다, 일본, 한국에 대한 관세 수준과 미국의 GDP 성장률이 판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예정”이라며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더라도, 중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감소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BCG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미국 내 승용차·경차 수요가 100만대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멕시코·캐나다(58만대), 한국·일본(32만대), 유럽·영국(15만대), 중국(8만대) 순으로 대미 자동차 수출량이 감소한다.

이에 BCG측은 자동차 회사들에게 △생산 및 조달전략 재검토 △미국 내 OEM과의 생산 협업을 통한 대응 △공급업체 선정, 원자재 조달, 자본 배분 평가체계 마련 등을 권고했다.

산업硏 “올해 하반기 자동차 수출 11% 줄 것”
미국 내 승용차·경차 판매감소분 분석. 멕시코·캐나다, 일본·한국 순으로 대미 자동차 수출량이 감소하게 된다 [BCG]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자동차 177만대(도매 기준)를 판매했다. 이 중 미국에서 생산한 차는 63만대, 나머지 약 114만대는 멕시코·한국 등에서 생산한다.

앞서 KB증권은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10%, 멕시코산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대차는 연간 약 1조9000억 원, 기아는 약 2조4000억 원의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산 차량에도 25%의 고율 관세가 적용되면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 감소 규모가 최대 10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이는 지난해 두 회사의 영업이익 합계인 약 27조 원의 35% 이상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관세부과 여파는 바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18억4000만달러)은 1년 전보다 32% 급감했다. 관세가 부과된 4월 감소율(19.6%)보다 더 큰 폭의 감소세다. 관세 장기화 시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 국책연구기관도 자동차 수출감소가 국내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경고하고 나섰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27일 ‘2025년 하반기 경제·산업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자동차·부품 수출이 상반기에 4.9%, 하반기에는 11.4%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전체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8.0% 줄어든 859억2000만달러로 전망했다. 미국 관세 부과 조치에 따른 악재는 이제 시작일 뿐이며, 하반기로 갈수록 더 영향이 커진다는 의미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 하반기에 미국 고관세 정책 영향이 본격화해 현지 생산이 수출을 대체하고, 미국 시장 수요 위축이 부품 수출에까지 영향을 주면서 큰 폭의 대미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여기에 더해 가격경쟁력이 높은 중국 업체와의 글로벌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내 생산 물량을 늘리며 이에 대응할 계획이다.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조지아 신공장 HMGMA는 현재 가동률이 50%를 조금 웃도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인력 채용, 교육 등을 최대한 빨리 진행해 HMGMA의 최대 물량인 연 30만대 생산 시점을 2028년보다 앞당긴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中 약진도 위협 ··· BYD 판매량, 현대차 추월
중국 전기차 BYD(비아디) 승용 브랜드 국내 공식 출범을 알리는 미디어 쇼케이스가 16일 인천 중구 상상플랫폼에서 열렸다. 조인철 BYD코리아 승용부문 대표(왼쪽부터), 류쉐량 BYD 아시아태평양 자동차 영업사업부 총경리, 딩하이미아오 BYD코리아 대표가 기념촬영 하고 있다.


이 와중에 중국 전기차 BYD가 약진하고 있다는 것도 한국경제에 부담이다.

매일경제가 현대차와 BYD의 1~4월 신차 판매량을 최근 집계한 결과, BYD는 총 138만893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6.9% 급증한 것이다.

반면 올해 1~4월 현대차 신차 판매량은 국내 23만3870대, 해외 111만8018대로 총 135만1888대에 그쳐 BYD에 추월을 허용했다.

BYD는 지난해 427만대를 판매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현대차 판매량 414만대를 앞질렀다. 올해 1~4월 BYD의 폭발적 판매량은 역대급 할인 효과에 기반한다.

작년 시작된 할인 정책은 올해 4월 최대 34% 추가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BYD는 이 같은 공격적 판매 전략으로 지난해 매출 1071억달러(약 157조원)를 올리며 세계 전기차 1위 기업인 테슬라 매출(977억달러·약 143조원)을 추월했다.

미국 관세도 문제지만 중국 자동차의 급부상이 더 큰 위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관세 등 대응해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자동차의 영향력 확대와 로보택시 상용화가 수출이든 현지 판매든 더 중요한 위험 요인이라고 본다”라며 “완성된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로보택시’가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차 소유를 중단하는 사람이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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