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스마트] 전 국민 무료 AI…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빅테크 종속 우려에 'AI 주권' 필요성…스타트업 활성화 기대감혁신 저해·예산 나눠먹기 우려…"AI 안전성 논의 부족" 지적도
김현수

입력 : 2025.05.31 10:00:03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AI for ALL)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현수 기자 = "국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독자적인 LLM(거대언어모델)을 만들어 내면 큰 비용이 개발 단계는 들겠죠.

그래도 해야 되는 일입니다" 지난 23일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1차 토론회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모두의 AI'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묻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같이 답했다.

이재명 후보가 공약한 '모두의 AI'는 경제적 여건과 무관하게 모든 국민이 기본적인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프로젝트다.

이준석 후보는 해당 공약이 챗GPT와 같은 상용화된 AI를 전 국민에게 보급하는 것인지, 혹은 한국만의 자체 AI를 구축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한 점을 지적했다.

후자일 경우 한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고립되는 '갈라파고스화' 우려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재명 후보는 AI 주권을 의미하는 '소버린 AI' 개념을 언급하며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지원해 민간 기업과 AI 모델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운영 주체는 민간으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빅테크 AI만 쓸 건가"…AI 주권·스타트업 생태계 확장 기대 모두의 AI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배경은 해외 AI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AI 학습·구동의 원천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엔비디아 같은 소수 기업에 의존하고, 그다음 단계로 꼽히는 파운데이션(기반) 모델에서도 이미 오픈AI·메타·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입지를 굳힌 상태다.

만약 이들이 제품 구독료를 급격히 올릴 경우, 국내 이용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례로 오픈AI의 챗GPT 요금제는 무료 버전과 구독료가 한 달에 20달러인 챗GPT 플러스, 200달러인 챗GPT 프로 등으로 나뉜다.

올해 초 중국 생성형 AI 딥시크가 등장한 이후 오픈AI는 최신 AI 모델을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는 향후 글로벌 여건에 따라 얼마든지 글로벌 기업들이 가격을 조정해 국내 이용자들이 영향 받을 수 있는 대목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은 "AI가 안보화되고 모든 산업·경제·사회의 기반 기술이 되고 있다"며 "다른 국가의 기술에 의존할 경우 가격을 올리더라도 국내 기업 입장에선 생산성 저하를 우려해 쓰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2차 후보자 토론회 기념 촬영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김문수·민주노동당 권영국·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2차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2025.5.23 [국회사진기자단] photo@yna.co.kr

정부·민간이 함께 AI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AI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도 있다.

기업이 GPU·데이터 등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이를 통해 개발한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할 경우,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스타트업들은 해당 모델을 활용해 자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 센터장은 "(모두의 AI 모델을) 상업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풀고 나면 그 모델을 가지고 국내 AI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도구들을 많이 만들 것"이라며 "그렇게 만들어진 AI를 구독 서비스 형태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국민들에게 바우처를 나눠주는 모델도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I 소프트웨어 기업 코난테크놀로지[402030] 관계자는 "(AI 모델에) 정부의 R&D 예산이 투입되고 소스까지 개방돼 민간에 확산한다면 의료·법률·교육 등 산업별로 특화된 LLM 개발이 가능해지고, 국내 AI 생태계 전반의 저변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일정 기준을 통과한 다양한 모델이 오픈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형태로 제공된다면 민간 기업의 모델이 함께 경쟁하며 확산하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국가대표 LLM'을 개발해 오픈소스로 제공하고, 민간의 다양한 서비스 출시를 유도한다는 내용의 공약 외에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을 발표하진 않은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AI강국위원회 관계자는 "(모두의 AI는) AI 강국 실현을 위한 사회적 기반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며 "세부 방안들은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 수익성·혁신 저해 우려…"소수 중심으로 집중 투자를" 반면, 정부가 참여해 개발한 AI가 성능과 수익 측면에서 지속 가능할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반론도 등장한다.

이봉의 플랫폼법정책학회 회장은 "자영업자들이 무료로 쓰게 한다는 취지에서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 앱을 개발했지만 수익을 내는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토종 AI가 필요하다는 뜻에는 공감하지만,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AI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서비스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한국형 서비스를 구축하려 시도한 사례가 실패로 이어진 경험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한국형 유튜브'를 표방하며 정부가 2016년 시작한 한류 콘텐츠 유통 플랫폼 'K콘텐츠뱅크'는 출범 후 1년간 4건의 콘텐츠 판매에 그치는 등 수익성 악화로 흥행에 실패한 바 있다.

AI 관련 학과의 한 대학교수는 "(한국형 유튜브는) 막대한 예산을 들였는데도 정부가 직접 나서려고 하니 안 된 것"이라며 "국가가 직접 구축과 운영의 주체가 돼 버리는 모델은 혁신과 개방성을 저해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AI 분야에서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픈AI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아울러 정부의 AI 개발 지원이 자칫 업계의 맹목적인 수주 경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거대 양당 후보가 AI 강국 도약을 위해 막대한 규모의 예산 증액을 약속하고, 정부가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과 'GPU 1만장 연내 확보'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에도 국산 데이터베이스 개발 등을 추진했지만 지역 대학에 예산을 나누며 성과가 뚜렷하게 나지 않은 사례가 있다"며 "국가 레벨에서 LLM을 만들기 위해 조단위 투자 얘기가 나오는데 소수 주체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역량이 모이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AI 보안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AI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중국 딥시크가 등장하며 AI에 대한 규제를 주장하던 유럽연합(EU)마저도 산업 부흥 기조로 돌아섰다"며 "최근 SK텔레콤[017670] 해킹 사태도 있었는데, 앞으로 빅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는 AI 안전성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hyunsu@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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