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머스크 '브로맨스' 마침표…상처·영광의 130일 막 내려

백악관서 고별식…"친구로 남겠다"는 머스크, 대통령 최측근 위상 잃어DOGE 수장으로 좌충우돌하며 각계 미움 사…테슬라·개인 평판 모두 타격연방정부 핵심 정보 접근·정부 계약 수주·사업 규제 완화는 이득
임미나

입력 : 2025.05.31 09:03:03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 참석한 일론 머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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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한 백악관 기자회견을 끝으로 정부효율부(DOGE) 수장 지위를 내려놓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고별식을 겸한 기자회견을 열고 머스크의 노고를 칭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에게 '황금 열쇠'를 선물로 주고 손을 잡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머스크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구이자 조언자로 남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를 위해 고별식을 열어주며 두 사람의 관계를 보기 좋게 마무리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미 언론은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밀착된 모습을 띠었던 두 사람의 '브로맨스'가 사실상 막을 내린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머스크는 과격한 DOGE 활동으로 주요 관료들과 일반 대중에게 반감을 사며 자신의 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이미지와 개인적 평판에 타격을 입었다.

한편으로 그는 연방 정부·기관들의 내밀한 정보에 접근하는 기회를 가졌고, 규제기관 축소와 인력 감축으로 사업상의 걸림돌을 상당 부분 치웠으며, 그의 사업체 중 하나인 스페이스X는 국내외에서 정부 계약 수주와 사업 승인 등으로 실질적 이득을 취하기도 했다.

30일 머스크에게 '황금 열쇠' 선물하는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재판매 및 DB 금지]

◇ 전기톱 들고 미 정부 휘저은 세계 최고 부자…격동의 130일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최소 1억3천200만달러(약 1천830억원)를 쓰며 당선의 일등 공신이 된 머스크는 이후 DOGE 수장으로 임명됐고, 백악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을 함께 오가며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군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공약인 감세 정책을 펼치기 위해 연방 정부의 기존 재정 지출을 대폭 줄일 필요가 있었고, 머스크에게 이 일을 맡기며 각종 기밀정보 접근권을 포함해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다.

머스크의 진두지휘 아래 각 부처에 파견된 DOGE 팀원들은 조직 폐지와 축소, 정리해고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대외원조기구인 국제개발처(USAID)와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등의 해체를 시도했고, 인사관리처(OPM)를 장악해 연방기관 근무 기간이 1년 미만인 수습 직원 대다수를 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 결과 약 7만5천명의 연방 정부 직원이 자발적 퇴직을 선택했고, 수만 명이 정리해고됐다.

머스크는 지난 2월 보수 정치단체 행사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선물한 전기톱을 휘두르며 "이 전기톱은 관료주의를 위한 것"이라고 외치는 상징적 장면을 남겼다.

머스크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2조달러(약 2천768조원)의 예산 감축을 호언장담했다가 지난 3월에는 그 절반인 1조달러의 삭감이 가능하다고 자신했지만, 결국 실제 이룬 성과는 그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머스크는 최종적으로 DOGE가 1천750억달러(약 242조원)를 절약했다고 주장했는데, 전문가들은 이 수치 역시 실제보다 부풀려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백악관의 머스크 고별식을 전하며 "현대 정부 역사상 가장 큰 격동의 시기 중 하나를 마무리했다"고 평가했다.

30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모습 지켜보는 머스크
[로이터 연합뉴스.재판매 및 DB 금지]

◇ 머스크, 트럼프·백악관과 사이 벌어져…최근엔 대놓고 비판도 약 100일간 백악관에서 상주한 머스크는 지난달 말 백악관에서 짐을 싸서 나오면서 DOGE 수장으로서의 역할이 상당 부분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테슬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 당시만 해도 "대통령이 원하고 유용하다고 판단되는 한, 매주 1∼2일은 정부 업무에 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최근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는 DOGE 업무의 일환으로 연방 정부의 컴퓨터 시스템 개선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8일 돌연 엑스(X·옛 트위터)에 "특별공무원(special government employee)으로서 내 임기가 끝난다"는 글을 올렸다.

이 같은 변화는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이가 그사이 점차 멀어졌음을 드러내는 방증으로 해석됐다.

특히 머스크의 '임기 종료'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으로 명명한 감세 법안을 머스크가 방송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로 다음 날 나왔다.

머스크는 그 전날 밤 공개된 CBS 방송 인터뷰에서 "재정 적자를 키우는 대규모 지출 법안을 보게 되어 실망했다"고 말했다.

또 이 법안이 연방 지출 감축을 위해 노력해온 DOGE 팀의 일을 망치는 것이라면서 "하나의 법안이 크거나 아름다울 순 있지만, 둘 다는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부정적 입장을 표하면서 대통령의 관세 책사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을 "멍청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일도 있다.

머스크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과도 인사 문제 등을 두고 다툼을 벌였고, 이전에는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숀 더피 교통부 장관 등 주요 각료들과 충돌했다.

이날 고별식을 두고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보다 돋보이거나 더 큰 실력자처럼 인식되는 인물과 자신을 거역하는 인물을 절대 곁에 오래 두지 않은 성향인 만큼, 더 늦기 전에 문제적인 인물인 머스크를 '모양 좋게' 내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30일 기자회견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AFP 연합뉴스.재판매 및 DB 금지]

◇ 머스크가 잃은 것과 얻은 것 머스크는 과격한 DOGE 활동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전면에 나서면서 반대 진영의 주요 '표적'이 됐다.

미국에서 벌어진 반(反)트럼프 시위에는 머스크의 얼굴이 단골로 등장했고, 전 세계 곳곳에서 테슬라 매장·충전소·차량 등을 향한 공격이 잇달았다.

테슬라 차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운동도 벌어졌다.

테슬라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1년 전보다 각각 9%, 71% 감소했고, 주가는 올해 들어 한때 40% 넘게 하락한 적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테슬라의 주가 하락으로 머스크의 순자산 가치가 최근까지 450억달러(약 62조3천억원)가량 증발했다고 전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머스크가 특별공무원 역할을 마무리하며 오벌 오피스(트럼프 대통령 집무실)로 돌아왔을 때 이 세계 최고 갑부의 정치적인, 평판 측면의, 개인적인 운명은 극적으로 달라져 있었다"고 짚었다.

머스크는 최근 WP 인터뷰에서 "DOGE가 모든 것에 대해 매 맞는 소년(whipping boy)이 되고 있다.

어딘가에서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나든, 우리가 그것과 아무 관련이 없어도 비난받게 된다"며 억울하다는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머스크가 경영에 소홀한 사이 그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화성 탐사를 목표를 개발 중인 우주선 '스타십'은 지난 1월과 3월에 이어 최근까지 3차례 연속으로 지구궤도 시험비행 완수에 실패했다.

하지만 그가 정부의 핵심에서 활동하며 얻은 유·무형 자산도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스페이스X는 국방부의 군사용 위성을 발사하는 59억달러(약 8조5천억원) 규모의 계약을 수주했고, 상무부는 유선망 위주로 진행되던 420억달러(약 60조2천억원) 규모의 농촌 인터넷망 보급사업을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가 수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미 상원 상설조사 소위원회의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머스크가 정부 활동으로 여러 연방 기관을 축소하면서 이전에 그의 사업체들이 부과받은 벌금이나 위법행위에 따른 소송을 피할 수 있게 된 금액이 최소 23억7천만달러(약 3조3천억원)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아울러 미 교통부는 지난달 자율주행차에 대한 연방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 방침을 발표해 테슬라의 미래 성장 동력인 로보(무인)택시 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블룸버그는 머스크가 최근 미 연방 의원들을 상대로 자율주행차 규제 완화를 목표로 하는 입법을 위해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이날 전했다.

mina@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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