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주권 더는 잃을 수 없다" 각국서 힘받는 스테이블코인 금융 게임체인저 될수 있을까

김용영 엠블록컴퍼니 기자(yykim@m-block.io)

입력 : 2025.05.30 15:50:49




스테이블코인이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 재료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코인은 가치를 미국 달러에 연동해 고정시킴으로써 비트코인 등 다른 가상화폐의 단점인 변동성을 없앴다. 아울러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결제 편의성, 실시간 정산 등을 실현해 결제 서비스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되면 금융질서도 근본적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먼저 이 코인 발행 시 담보로 활용되는 미국 국채에 대한 새로운 수요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 국채 수요 확대는 국채 가격 안정화와 이에 따른 장기 금리 인하와 미국 달러화의 강세도 예상된다.

미국 스테이블코인의 활성화는 세계 각국 통화에 대한 스테이블코인의 활성화로 이어진다. 특히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어 이와 관련한 블록체인 기술 기업들의 수혜도 주목할 만하다. 스테이블코인이 몰고 올 금융·외환 시장 변화가 관심을 끄는 이유다.







금융질서 개편의 핵심, 스테이블코인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나 원화 같은 법정화폐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안정성을 확보한 디지털화폐를 말한다. 담보 준비금을 설정해서 실물화폐와 1대1 교환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가치를 고정시키고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빠른 송금과 낮은 수수료, 실시간 정산과 간편한 결제 등을 구현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대중적이지 않아 주로 가상화폐 구매, 결제에만 사용되던 스테이블코인은 최근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이 통과되면서 관련 산업이 디지털자산 분야를 넘어 일반 결제망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스테이블코인 사업자들도 그동안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제약을 받았지만 규제 법안의 통과와 함께 명확한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2100억달러(약 294조원) 규모를 형성했는데 향후 수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급성장은 금융·외환 시장의 연쇄효과를 동반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발행량에 상응하는 준비금을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나 현금으로 보유해야 한다. 전 세계 1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는 지난달 기준으로 1110억달러(약 155조4000억원)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해 독일을 제치고 전 세계 국채 보유액 19위에 올랐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수조 달러 규모로 커지면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현재 수요 부진 상태로 약세를 보이는 미국 국채 가격을 상승시켜 장기적으로는 금리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로 확산한다면 달러에 대한 수요 증가를 통해 달러 가치 상승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부채위기에 몰린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국채 수요를 늘려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통화 주권 확보 위해 필요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양대 산맥인 USDT를 발행하는 테더와 USDC를 발행하는 서클이 과점 구도를 형성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가 주도하는 탈중앙화 금융사인 월드리버티파이낸셜도 USD1이라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사용자단에서 달러 결제가 일상화되는 것은 잠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미 전 세계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는 USDT, USDC를 중심으로 달러가 기준가로 자리 잡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일반 결제망으로까지 확산되면 국내에서도 일반 소매점들이 달러를 기준가로 결제를 받게 될 수 있다. 자체 통화인 원화를 운용하고 있는 한국에는 통화 주권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위기의식 때문에 국내에서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뿐 아니라 홍콩, 싱가포르 등 자국 통화를 운용 중인 국가들에서도 자체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방식은 크게 두 가지 모델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테더·서클과 같은 민간 주도 모델이고, 두 번째는 홍콩 등에서 검토 중인 민관 합동 모델이다.

민간 주도 모델은 기존 핀테크 기업이나 블록체인 기술 기업이 원화를 담보로 자체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테더, 서클도 모두 이 같은 방식으로 USDT, USDC를 발행한다.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지만 신뢰성과 안정성 확보가 관건이다.

발행사의 재무건전성과 담보 자산 관리 능력이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안정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미 테더는 준비금에 중국 회사들의 채권을 포함시켰다는 의혹으로 여러 차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민관 합동 모델은 담보 준비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나 지역화폐로 두면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한국은행이 현재 연구개발 중인 CBDC 기술을 활용해 민간 기업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플랫폼을 개발하는 형태로도 볼 수 있다. 홍콩통화청(HKMA)에서도 이 같은 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모델의 장점은 중앙은행의 신뢰성과 민간의 혁신성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적 측면에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량과 유통량을 관리하면서도 민간 기업이 사용자 친화적인 플랫폼과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지역화폐와의 결합 모델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 지원도 함께 받을 수 있다. 기존 지역화폐의 디지털화 과정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고 이를 스테이블코인 형태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록체인 기술 기업 먹거리 늘어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본격화할 경우 블록체인 기술 기업들의 먹거리가 늘어날 전망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이후 토큰증권 등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금융혁신 모델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관 합동 모델은 블록체인 기술 전문 기업들이 발행 플랫폼 개발과 운영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유통, 소각 등 전 과정을 관리하는 기술적 인프라스트럭처는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돼야 의미가 있다. 최근 들어 블록체인 기술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분야에 앞다퉈 뛰어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간 주도 모델에서도 블록체인 기술 기업과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 기업 간 협력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블록체인 기업이 기술적 기반을 제공하고 간편결제 기업이 사용자 접점과 결제 네트워크를 담당하는 상호 보완적 협력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김용영 엠블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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