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EV·HEV·내연기관이 한곳에서…유연성 자랑하는 獨포르쉐 공장
라이프치히 공장서 3종 혼류생산…섀시·파워트레인 결합공정 '백미'추펜하우젠 공장은 AGV 활용해 유연성↑…타이칸·911 라인 협력도
홍규빈
입력 : 2025.05.19 00:00:01
입력 : 2025.05.19 00:00:01

[포르쉐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라이프치히·슈투트가르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한국 가서 따라 하지 말아주세요."(웃음) 13일(현지시간) 독일 라이프치히 포르쉐 공장에서 한국 취재진을 안내하던 포르쉐 관계자는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내연기관 차, 하이브리드차(HEV), 전기차(EV) 등 3가지 파워트레인 모델을 하나의 라인에서 혼류 생산하는 과정을 둘러본 직후였다.
포르쉐는 현재 라이프치히 공장에서 내연기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마칸'과 세단 '파나메라'와 함께 전기 SUV '마칸 일렉트릭', 파나메라 HEV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혼류생산 체제는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비롯한 시장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EV 생산라인을 따로 만들지 않고 기존 시설을 활용했기 때문에 향후 EV 시장이 더 침체하더라도 그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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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치히 공장의 '백미'는 섀시(차대)와 파워트레인이 결합하는 '메리지'(Marriage) 공정이다.
두 부품이 하나가 된 뒤 폐차되는 순간까지 떨어지지 않고 함께하라는 의미에서 '결혼'이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한다.
먼저 파워트레인이 모바일 캐리어에 실려 메리지 공정에 도착했다.
이후 3D(3차원) 스캔 검사를 받고 버진로드 격인 가드레일로 이동했다.
그러자 리프트에 매달려있던 섀시가 천장에서 내려오더니 파워트레인 위로 포개어졌다.
다음은 로봇팔이 여러 개의 나사로 두 부품을 고정하는 작업이다.
메리지에서 설계하기 까다로운 공정이었다고 포르쉐 관계자는 설명했다.
생산 차종과 파워트레인에 맞는 나사를 가져와 정확한 위치에 돌려넣는 정교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적절한 각도와 토크로 조여야 하는 섬세함도 필요하다.
눈앞에서 지켜본 로봇팔의 정확성과 신속성은 놀라웠다.
섀시와 파워트레인이 가드레일에 실려 다가오자 그에 맞는 나사를 빠르게 준비해놓고 순식간에 작업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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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매끄러운 '결혼'이 가능한 것은 포르쉐가 전기차 혼류생산을 위해 메리지 공정을 대폭 개선한 덕분이다.
먼저 로봇 6대와 나사 조립 설비 18대가 추가됐고 공정 규모도 총 24m 길이, 4개 구간에서 60m 길이, 9개 구간으로 확대됐다.
메리지 공정을 보조하는 시스템도 새롭게 설치됐다.
'테스팅 GMT'는 메인 컴퓨터 1대와 측정용 컴퓨터 6대가 캐리어에 탑재된 형태로, 메리지 공정을 돌며 나사 조립 시스템을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수동 검사 때보다 작업 시간이 크게 줄어들었고, 나사 조립 시스템을 탈거하고 재장착하는 불편함과 그로 인한 손상 위험도 사라졌다.
고전압 배터리 표면에 너트나 와셔(나사받이)가 잘못 놓이진 않았는지, 다른 이물질은 없는지 감지하는 특수 카메라 시스템도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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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뒤인 16일(현지시간) 찾은 슈투트가르트 추펜하우젠 공장에서도 포르쉐의 유연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추펜하우젠 공장은 포르쉐 최초의 스포츠카 '356'을 1965년까지 7만8천대 생산하고 1963년에는 브랜드 상징인 '911'을 처음 출고하는 등 포르쉐의 뿌리가 되는 곳이다.
공장 부지에 들어서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붉은 벽돌 공장과 깔끔한 고층 건물이 대비되면서도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벽돌 공장을 지나자 포르쉐 첫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의 생산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브라운 공장 안에 그린 공장을 만들고자 했다"고 포르쉐 관계자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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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칸 공장 내부를 둘러보니 완성차 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컨베이어 벨트가 잘 보이지 않았다.
무인운반로봇(AGV)이 섀시나 파워트레인을 싣고 생산라인을 통과하는 구조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획일적인 직선 형태의 컨베이어 벨트와 달리 AGV는 주위 공간을 보다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원하는 쪽에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콕핏 등 부품을 조립하는 과정이 더 수월해졌다고 한다.
또 평면 이동뿐 아니라 높이 조절도 가능해 공장 내 리프트나 컨베이어 벨트와 유기적으로 활용되고 있었고 이는 타이칸 공장의 효율적인 생산으로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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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펜하우젠 공장이 혼류생산 체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기차 라인과 내연기관 차 라인이 단절돼있는 것은 아니다.
공장별 생산 수요에 따라 한쪽이 다른 한쪽을 지원하는 유연한 협력 체계가 구축돼있다.
포르쉐 관계자는 "직원들은 타이칸, 911 등 소속 공장이 있지만, 한쪽에 인력이 부족하거나 생산이 몰릴 경우 (그쪽을) 지원할 수 있도록 훈련돼있다"며 "(HEV 모델이 있는) 911 공장에 고전압 기술 요소가 필요하면 타이칸 공장 전문가들이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늘어날 경우 911 공장이 전기차 생산에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포르쉐 관계자는 "911 생산 공장의 경우 하이브리드 버전을 도입해 고전압 기술도 다룰 수 있게 했다.
그 라인에서도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기차와 내연기관 차의 상황과 발전 속도를 보면 유연하게 대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라이프치히 공장도, 추펜하우젠 공장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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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ngo@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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