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 1분기 실적 예상밖 선방에도…"샴페인은 아직"

다올·SK·iM, 부동산PF 충당금 적립 부담 덜며 1분기 흑자전환 성공"부동산 대체할 수익원 모색 어려워"…'핵심' 리테일 사업 기반도 미약
곽윤아

입력 : 2025.05.18 07:00:04


여의도 전경, 여의도 증권가 모습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일대, 증권가 모습.2021.9.27[촬영 류효림]

(서울=연합뉴스) 곽윤아 기자 = 지난해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중소형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적립 부담을 덜어내며 올해 1분기 예상 밖의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다만 주 수익원이었던 부동산 PF 시장이 여전히 좋지 않고, 증권사 핵심 사업인 리테일 기반이 미약해 실적의 추세적인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무리라는 분석이 많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030210]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연결 기준)이 작년 동기 대비 약 42% 증가한 95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283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뒤 흑자로 전환했다.

SK증권[001510]은 올 1분기 2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지난해 1분기(59억원 순손실)와 비교해 흑자로 돌아섰다.

iM증권은 올 1분기 25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6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들 증권사는 지난해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신용평가사의 우려를 샀다는 점에서 이번 1분기 실적 개선의 의미가 크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을 'A'(등급전망 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낮췄으며, 지난해 6월에는 SK증권의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하향 조정했다.

iM증권에 대해서는 모회사인 DGB금융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이유로 신용등급을 'A1'으로 유지했지만,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우려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들 증권사가 소폭이지만 흑자를 낸 것은 지난해 실적 부진의 주원인이었던 부동산 PF 충당금 적립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iM증권은 "지난해 대규모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하며 재무 건전성을 강화해왔다"며 "올 1분기 자기자본 대비 PF 익스포저(노출액) 비율은 54%로 작년 동기보다 약 19%포인트 줄었다"고 밝혔다.

다올투자증권 역시 지난해 부실자산을 적극 정리한 결과 실질적인 부동산 익스포저가 2022년 6월 말 7천314억원에서 지난해 말 5천220억원으로 축소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번 1분기 실적을 본격적인 반등의 신호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추세적인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부동산을 대체할 수익원이 필요한데 여전히 중소형 증권사를 둘러싼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은 탓이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채권 금리 하락(채권 가격 상승)으로 채권 운용 부문에서 평가 이익이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는 있다"면서도 "중소형 증권사는 운용하는 채권 규모가 비교적 작다 보니 실적 개선 속도가 대형사에 비해 느린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사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이용해 최근 사업성이 좋은 PF에 조금씩 투자하기 시작했지만, 중소형 증권사는 이를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PF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아직 시장이 위축돼 그런 상품은 찾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증권사의 핵심 사업이자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주식위탁매매(리테일) 기반이 약하다는 점은 중소형 증권사에 뼈아픈 대목이다.

그러는 사이 대형 증권사들은 탄탄한 인지도에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리테일 사업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 9곳(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메리츠·신한투자·하나·키움)의 주식위탁매매 점유율은 2020년 69%에서 지난해 72%로 상승했다.

지난해 말 시작된 메리츠증권의 수수료 완전 무료화 이벤트 등으로 올해도 대형사의 리테일 점유율은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신용평가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중소형사의 새로운 수익성 확보는 중장기적인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며 "핵심인 리테일 사업에서의 성과 차이로 올해도 대형사와 중소형 증권사 간 실적 양극화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재성 나신평 수석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소형 증권사는 고정비 절감과 정통 기업금융(IB) 부문 확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위탁매매 부문을 비롯한 전 사업 부문의 경쟁이 심화하며 부동산금융이 담당했던 수익 규모를 대체할 수 있는 사업 부문의 출현은 요원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ori@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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