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시세대 활력 보고서] 창업 꿈꾸는 시니어초등 1기생 서재우씨

퇴직자 특화교육서 다양한 연령·배경 학우들 만나 응원·배움 얻어재취업 등 '더 액티브해진 삶'…"과거와 다른 시니어에 많은 기회 열리길"
허광무

입력 : 2025.05.18 06:45:01
[※ 편집자 주 = 20대부터 민주화를 이끌었던 '86세대'가 노인 인구에 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난 알아요'를 외치며 서태지와 아이들의 춤을 따라 추던 엑스(X)세대도 오십 줄에 접어들었습니다.

넘쳐나는 활력에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지만 어쩌다 보니 시니어가 된 세대, 연합뉴스는 86세대 중 처음으로 올해 노인연령(65세 이상)에 편입되는 1960년생부터 올해 50세가 되는 1975년생까지를 액티브한 시니어 세대, 즉 '액시세대'로 보고 이들의 삶을 들여다봤습니다.

액시세대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어떻게 이를 극복하는지 살펴보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액시세대의 고용, 소비, 여가 등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 매주 일요일 소개합니다.]

인터뷰하는 서재우씨
[촬영 허광무]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덤덤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정년퇴직할 때는 울컥할 정도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젊을 때 온 회사를 이제 나이가 들어 떠난다는 감정이 크게 다가왔죠.

그런데 퇴직은 인생 1막의 마무리일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즐거운 2막이 기다릴 줄은 전혀 몰랐죠." 외국계 석유화학 기업에 다니다가 2022년 말 은퇴한 서재우(64)씨.

평소 꿈꿨던 제과·제빵 등을 배우며 부쩍 늘어난 여가 시간을 채우려고 준비하던 때, TV 광고를 접한 아내에게서 "시니어초등학교에 가보자"는 제안을 듣게 됐다.

당시 울산시는 베이비부머 퇴직자를 대상으로 특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시니어초등학교를 개설하고 1기 신입생을 모집 중이었다.

그 우연한 계기로 서씨는 아내와 함께 '일본문화 탐방반'을 등록했고, 1주일에 두 번씩 진행되는 강의에 참여하면서 일본어와 일본문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강의 내용도 알찼지만, 더 큰 소득은 다양한 연령과 배경을 지닌 학우들을 만나고 교류할 수 있었다.

"생각과 행동이 청년 못지않고, 스스로 관리도 게을리하지 않는 동료들을 만나면서 서로 많은 응원과 배움을 얻었습니다.

어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사회화에 첫발을 내딛듯, 우리들도 시니어초등학교에 들어오면서 두 번째 인생의 막을 올린 것이죠."


2023년 3월 열린 제1기 울산시 시니어초등학교 입학식에서 입학생을 대표해 선서하는 서재우씨(뒷모습 왼쪽) [울산시 시니어초등학교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2023년 1년간 교육을 수료하고 졸업했지만, 학교에서 맺어진 인연은 아직도 끈끈하게 이어지고 있다.

우선 함께 수업을 들었던 22명의 동급생은 두 달에 한 번씩 전원이 참석하는 반창회를 연다.

이 반창회는 오전부터 야외 체험이나 문화 활동을 하면서 서로 회포도 나누는 알찬 행사여서, 회장을 맡은 서씨에게는 반창회 준비부터 만만치 않다.

지난해 9월에는 시니어초등학교 졸업생들로 구성된 '시니어동백봉사단'이 만들어져 취약계층 집 청소와 정리수납 등 봉사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학교와 관련한 여러 활동으로 분주하게 생활하던 서씨는 지난해 7월부터는 새로운 직장을 갖고 경제활동까지 시작했다.

퇴직 전 업무로 교류했던 한 기업체가 안전 분야 전문가인 서씨에게 공장 증설공사의 안전 관리를 맡아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에 자부심이 있었던 서씨는, 직장에서 수십년간 쌓았던 경험과 노하우를 현재 새로운 현장에 접목하는 일을 하고 있다.

다소 무료할 것이라 예상했던 은퇴 이후 삶이 시니어초등학교 생활부터 재취업에 이르기까지 더 '액티브'하게 변한 것이다.

은퇴 후 재취업해 산업현장에서 근무 중인 서재우씨(오른쪽)
[서재우씨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그는 재취업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계획도 구상 중이다.

"안전 관리 인력을 수요 기업에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업체를 운영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력 있는 멤버들로 구성된 조직을 구성해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죠.

제 전문 분야를 살리는 동시에, 사회적으로는 노련한 시니어부터 진취적인 청년들까지 고용을 창출하는 순기능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성공적으로 인생 2막을 영위 중인 서씨지만, 시니어의 일원으로서 우리 사회에 느끼는 아쉬운 점도 있다.

은퇴 이후의 삶을 그저 인생 막바지에 얻은 덤처럼 부수적인 것으로 보는 시선, 또 그것을 고착화시키는 제도와 시스템이 그것이다.

"나이 때문에 '시니어'라는 꼬리표가 붙었을 뿐,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과거의 시니어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아직 일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데 '정년'이라는 정형화된 틀에 갇혀 경제생활에서 밀려나야만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쉽습니다.

경륜 있는 시니어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고, 그런 다양한 기회가 열리도록 고용을 유연하게 하는 정책적 대안들이 많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재취업한 산업현장에서 안전 관리자들을 교육 중인 서재우씨
[서재우씨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서씨 사례에서 보듯 울산에서는 베이비부머 퇴직자와 노년층을 포함하는 56∼74세 시민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시니어초등학교가 시니어 재교육과 사회활동 촉진 성과를 내면서 호평을 얻고 있다.

시니어초등학교는 2023년 1기 128명, 지난해 2기 172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운영되는 3기에는 180명이 입학해 현재 한창 학기가 진행 중이다.

학생들은 시니어 모델, 일본문화 탐방, 스마트기기 활용, 울산 역사 쓰담 달리기(플로깅), 힐링 체조 등 5개 반으로 나뉘어 수업에 참여한다.

수업 외에 총동창회, 봄소풍, 수학여행, 연중 체험학습, 사진 공모전, 학습 발표회 등 다양한 연중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또 농촌 일손 돕기, 울산공업축제 프로그램 참여, 동호회 운영, 자원봉사 등으로 사회적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울산시 시니어초등학교 앞에서 박선구 시니어초등학교장(오른쪽)과 악수하며 포즈를 취한 서재우씨.[촬영 허광무]

hkm@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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