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만 있어도 5% 이자, 송금도 빨라”...스테이블코인에 ‘탈한국’ 속수무책
최근도 기자(recentdo@mk.co.kr)
입력 : 2025.05.07 07:21:46
입력 : 2025.05.07 07:21:46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
예치이자 최고 6.5% 달해
가상자산 기축통화 역할 톡톡
美국채 수요 늘려 일석이조
디지털 통화주권 위협받는 韓
4월 한달간 8조원 빠져나가
규제 일변도 탈피해 대책 시급
예치이자 최고 6.5% 달해
가상자산 기축통화 역할 톡톡
美국채 수요 늘려 일석이조
디지털 통화주권 위협받는 韓
4월 한달간 8조원 빠져나가
규제 일변도 탈피해 대책 시급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국내에선 지속적으로 원화스테이블 코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본의 ‘탈한국’ 현상이 가상자산 시장 내부 문제를 넘어 원화 경제권과 금융 주권에 대한 위협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전통 은행과 비교해 국제 송금 속도가 훨씬 빠르고, 직원 인건비, 지점 운영비 등이 없어 예치 이자도 높아 향후 자본이 쏠릴 가능성이 높다.
6일 미국 기반 가상자산 거래소인 크라켄이 공시한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 예치 상품은 연이율이 5.5%에 달한다.
크라켄에 테더를 입금해 관련 서비스에 입금만 하면 된다. 언제든 예치기간 만큼의 이자와 함께 테더를 되찾을 수도 있다.
또다른 미국 기반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USDC 예치 이자가 연간 4.1%에 달한다. 이는 미국 은행 평균 이율인 2.2%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한국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경우 현재 USDT 예치 이자가 6.51%에 달한다.
이같은 수익률이 매력적인 이유는 무위험 수익이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화 등 기존 화폐에 고정 가치로 발행되는 가상화폐다.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일반적인 가상자산과 달리 송금 과정에서 가치 변동이 발생하지 않는다.
예금자보호법 등이 적용되지 않아 거래소가 파산할 위험이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에선 사실상 법정화폐를 은행에 넣는 것과 비슷하다.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1년만기 기본 예금 연이자율이 2.10~4.05%인 것을 감안하면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투자 역할도 할 수 있어 훨씬 매력적이다.
스테이블코인은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코인을 사기 위한 기축통화다.
자연스럽게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쌍으로 활용되거나, 자산 이동에 사용되는 스테이블코인의 수요가 매우 높기 때문에 고객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사업을 하는 대신 고객들에게 이같은 예치 이자를 지급할 수 있다.
문제는 가상자산 시장에는 국경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인들도 테더와 USDC를 구매해 해외거래소에 예치하면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국내 스테이블코인 거래대금은 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한달에 8조원 가까이를 기록하고 있다.
6일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원화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에서 스테이블코인 거래 대금은 55억721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스테이블코인 거래대금이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12월(200억5490만달러)와 비교하면 4분의1 수준이지만, 지난해 4월(32억4364만달)과 비교하면 71% 증가한 수치다.
스테이블코인은 시세차익을 노릴 수 없어 일반적으로 투자용으로 거래되지 않는다.
자산을 해외 거래소 또는 개인 지갑으로 이동하기 위한 수요가 대부분이다. 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꾸준히 가상자산을 통해 자본의 탈한국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우려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해시드오픈리서치(HOR)는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 필요성과 법제화 제안’ 보고서를 발간하고 “테더(USDT)나 서클의 USDC 등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가상자산 자본 유출을 심화시키며 국내 금융 시스템과 원화에 대한 잠재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HOR은 이 추세가 지속되면 추후 가상자산과 실물 경제의 경계가 흐려지는 임계점에 도달할 경우 원화의 사용성과 통제력 약화는 불가피해질 것이라 진단했다.
현재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개인 스마트컨트랙트와 연동된 비자나 마스터카드, 페이팔, 스트라이프, 쇼피파이 등의 온라인 결제 솔루션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으로 직접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도 이 같은 결제 솔루션이 보편화되면 원화 자산이 부재한 상황에서 현재와 같이 달러화 스테이블코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HOR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핀테크나 결제, 자산관리 등에 USDT 등의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연동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한국 디지털 자산 시장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올해 1분기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1조5000억달러(약 2148조원)를 기록하며 비자의 1조4000억달러(약 2005조원)를 앞질렀다.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글로벌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는 지난 1분기 영억이익 10억달러를 기록했다.
테더가 보유한 미국채는 직간접 보유를 포함해 1184억9500만달러 상당으로 집계 됐다. 이는 한국이 보유한 미국채 규모인 1246억달러에 근접한 수치다.
한국은행 또한 지난달 21일 공개한 ‘2024년 지급결제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법정통화를 대체하는 지급수단으로 사용될 경우 통화정책, 금융안정, 지급·결제 등 중앙은행 정책수행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어 별도 규제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며 “가상자산위원회 등 향후 진행될 스테이블코인 입법 논의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통한 자본유출의 대안은 스테이블코인에 외환관리법 적용 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허용 등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디지털 플랫폼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개발하는 방향이 당연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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