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원유 사면 제재"…핵협상 교착에 다시 돈줄 옥죄기(종합)

이란 회담연기 발표 직후 제3자 제재 강화 방침중국이 최대 수입국…제재 본격화시 무역전쟁 확전
고동욱

입력 : 2025.05.02 18:58:35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고동욱 기자 =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돌연 연기되는 등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주요 수입원인 원유 수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산 원유나 석유화학 제품의 모든 구매를 지금 중단해야 한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서 원유나 석유화학 제품을 조금이라도 구매하는 모든 국가나 사람은 즉시 2차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면서 "그들은 미국과 어떤 방식, 형태, 유형으로든 사업하는 것을 허락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2차 제재는 미국 정부의 직접적인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3자에 대해서도 미국과 교역과 금융 거래 등을 하지 못하게 하는 제재를 의미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제재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2차 제재 카드'는 핵 협상과 관련해 이란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오는 3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예정됐던 미국과 이란의 4차 회담 일정이 연기된 사실이 알려진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2차 제재 시사에 앞서 중재국 오만의 바드르 알부사이디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운영상, 기술적 이유"로 회담 일정을 변경한다면서 "새 날짜는 상호 합의되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의 대변인은 "미국은 주말 회담이 열린다고 발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태미 브루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이란과의 4차 회담에 참석한다고 확인한 바 없다"며 "상황은 유동적"이라고 밝혔다.

앞선 세 차례 회담을 통해 미국과 이란 모두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이란 원유의 수출을 어렵게 만들어 경제적 타격을 주는 2차 제재는 협상 테이블에서 강력한 압박 카드가 될 수 있다.

AP,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2023년 하루 평균 29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고, 지난달에는 1개월간 약 170만 배럴의 원유와 응축물을 수출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2차 제재 발표 직후 미국 원유 선물 가격은 최대 2.2%까지 상승해 배럴당 59.5달러를 기록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30일에도 이란산 석유화학 제품 거래에 관여한 5개 업체와 이란산 석유 및 관련 제품 수송에 관여한 업체 2곳, 선박 2척을 제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에도 이란 원유에 대한 2차 제재를 가했고, 이를 통해 이란의 원유 수출을 감소시키고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는 등 '효과'를 본 적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도 행사에서 당시 상황을 두고 "내가 대통령일 때 이란은 돈이 없었다"며 "돈이 없기 때문에 하마스에도, 헤즈볼라에도, 누구에게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란에 대한 2차 제재는 무역전쟁으로 긴장 관계에 있는 중국과의 갈등을 더 깊게 만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이란 원유 및 관련 제품의 80∼90%를 가져오는 최대 수입국이므로 미국의 의도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중국의 금융기관 등에 제재가 가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bluekey@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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