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수급이 소형 테마주에 몰리면서 외국인투자자의 코스피 거래대금 비중이 큰 폭으로 뛰었다. 투자 주체별 거래량 자체는 평소와 큰 차이가 없지만 개인이 주당 가격이 낮은 종목을 중심으로 거래하면서 외국인과 차이가 벌어지는 모습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이날까지 코스피 거래대금의 외국인 비중은 전달보다 5.6%포인트 증가한 35.5%를 기록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의 거래대금 비중은 지난해 12월 30%를 돌파한 것을 제외하면 통상 20%대를 유지해왔으나 이달 들어 두드러지게 커졌다.
코스피 거래량 비중은 전달과 유사했으나 거래대금에만 변화가 있었다. 외국인은 이달 18억3500만주를 매매하면서 20%의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달에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8억9500만주를 거래하면서 이달과 유사한 비중 20% 수준을 나타냈다.
외국인의 코스피 거래대금 비중 증가는 개인의 거래대금 감소에서 비롯됐다. 이달 코스피 거래대금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2.1%로 전달에 비해 9.3%포인트 줄어들었다. 개인의 4월 거래량은 66억주로 전달(67억주)과 비슷했고, 비중도 72.8%로 3월의 71.4%와 비등했으나 거래대금만 크게 감소했다.
개인이 이달 정치 테마주를 중심으로 집중 매매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개인이 코스피에서 1억주 이상 거래한 10개 기업에는 삼성전자·삼성중공업·한화시스템·두산에너빌리티 등 주요 종목이 포함됐다. 반면 이달에 1억주 넘게 거래된 동양철관(12억주)·오리엔트바이오(3억5000만주) 등 12개 종목은 모두 주당 가격이 4000원을 넘지 않는 소형주였다.
이달부터 '도널드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증시에 영향을 미쳤고, 조기 대선 정국을 맞이하면서 개미들의 거래대금 감소로 이어졌다. 개인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대형 수출주에 대해 관망세를 보인 대신 주가가 급변하는 소형 테마성 종목 거래에 집중했다. 개인은 대장주 삼성전자를 지난달 7조원 넘게 매매했으나 이달에는 아직 거래대금 규모가 3조원에 못 미친다. 이달 주가가 30% 가까이 오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1조7000억원 매매하며 지난달보다 2조원 이상 거래대금이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한국의 4월 수출이 줄어드는 등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어 변동성이 큰 소형주 중심의 거래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한국과 미국의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발표부터 관세 협상 등 각종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대형 우량주에 대한 모멘텀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4월 수출이 꺾인 것처럼 트럼프 효과가 2분기부터 반영되면서 대형 우량주가 움직일 재료가 나오기 어렵다"며 "미국과 한국의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망도 앞으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기에 이벤트성 주식 중심 거래가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