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퇴직연금 기금화’ 추진에 PE업계 ‘반색’

우수민 기자(rsvp@mk.co.kr)

입력 : 2025.04.23 15:25:10 I 수정 : 2025.04.23 16:39:48
사모펀드 등에도 자금 유입 가능성
이미 북미·호주는 대체투자 허용해
수익률 제고… 국내도 필요성 제기


[본 기사는 04월 23일(15:25)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퇴직연금 기금화’ 카드를 꺼내들면서 사모투자 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기금화가 현실화할 경우 기존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처럼 대체투자에도 일부 퇴직연금 자금이 유입될 길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 의원은 ‘퇴직연금 기금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안 의원은 민주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 수석부위원장과 이재명 캠프 정책부본부장을 맡고 있다.

안 의원실에 따르면 퇴직연금에는 현재 714만명의 근로자가 가입돼있다. 적립금 총액은 400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이 형편없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퇴직연금의 최근 5년 연환산 수익률은 2.35%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 수익률 6.86%에 비해 4.51%p 낮았다.

해외와도 큰 차이가 난다. 2023년 호주건전성감독청자료에 따르면 호주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은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8.61%에 달했다. 복리효과를 감안하면 엄청난 차이다.

가장 큰 원인은 자산운용 방식이다. 국내 퇴직연금은 가입자가 직접 투자상품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적립금의 대부분인 87.2%가 원리금보장형 상품(단기 예적금)에 몰리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되면 다수 가입자 퇴직연금 자산을 전문가가 통합 운용할 수 있게 된다. 국민연금처럼 가입자 적립금을 한데 모아 기금화한 뒤 전문 자산운용기구가 분산투자하는 방식이다.

호주 슈퍼애뉴에이션은 인프라, 부동산, 사모펀드를 비롯한 대체자산에 30% 안팎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현행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의 기원이 된 미국 퇴직연금 401k 역시 2020년부터 제한적 범위 내에서 사모펀드를 포함한 대체투자를 허용했다. 타겟데이트펀드(TDF)나 혼합형 펀드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편입하는 형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행 국민연금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노후자산 축적 수단인 퇴직연금 수익률 현실화를 위해 하루 빨리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모험투자라는 인식과 달리 국내 벤처캐피탈이나 사모펀드는 여러 자산에 분산 투자하기 때문에 디폴트(부도)가 발생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개별 주식 종목 투자와 비교해 오히려 안정적이라면 안정적인 셈”이라고 말했다.

근로자가 모든 투자 책임을 떠안는 DC형을 제외하고 회사가 지급을 보장하는 DB(확정급여)형이라도 우선적으로 대체투자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외부 OCIO 도입이나 자체 운용인력 영입으로 전문성을 스스로 확보할 수 있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선제적으로 대체투자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며 “수익률을 차치하더라도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 간 투자 기회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충분히 그 당위성이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자료=민주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 안도걸의원실]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4.23 20:43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