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 매도세 지속·금리 급등…연은 총재 "美서 투자금 이탈"

中 보복조치에 美 10년물 금리 장중 4.6% 육박…달러화 가치도 급락글로벌자금 美서 獨·日 국채로…카시카리 "투자자 선호도 변화 반영"
이지헌

입력 : 2025.04.12 01:30:04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90일 상호관세 유예로 다소 진정되는 듯했던 미 국채 금리 상승세가 재개되면서 채권시장 불안이 다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 웹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금리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미 동부시간 이날 오전 11시께 4.59%로, 4.6% 선에 육박했다.

하루 전 뉴욕증시 마감 무렵과 비교해 무려 18bp(1bp=0.01%포인트) 급등한 수치다.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만 해도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10년물 금리는 뉴욕시장이 개장하면서 상승 폭을 빠르게 키웠다.

채권 수익률과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채권 수익률의 빠른 상승은 채권 가격의 급락을 의미한다.

지난 9일 상호관세 발효를 전후해 나타난 채권시장 혼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개별 상호관세 유예를 발표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관세 불확실성 지속으로 채권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중국 정부가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맞대응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앞서 발표한 84%에서 125%로 올린다고 발표하면서 미중 무역갈등이 갈수록 격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 월가 안팎에선 미 국채가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를 의심받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식시장이 급락할 때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따라 미 국채 가격이 오르는 게 일반적인 현상인데, 이와 정반대의 현상이 지속되는 것이 이런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미 국채 금리 급등 현상에 대해 월가에서는 관세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와 미국의 재정 적자 지속에 대한 우려가 기본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에 더해 단기적 수급 요인으로 국채 선물시장에서의 '베이시스 트레이드'(basis trade) 투자 전략을 수행해온 헤지펀드들의 투자 포지션이 강제 청산된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베이시스 트레이드란 현물 가격과 선물(future) 가격 간의 차이(basis)를 기반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차익거래 전략을 말한다.

헤지펀드들은 미국채 현물을 매수한 뒤 가격이 미세하게 높은, 비슷한 만기의 미국채 선물 계약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베이시스 트레이드 전략을 수행해왔다.

헤지펀드들은 이 과정에서 통상 수십 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앞서 팬데믹 시기인 2020년 3월 긴급 양적완화(QE)를 시행한 주된 요인 중 하나로 베이시스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채권시장 혼란을 지목한 바 있다.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대신 은행 대출로 눈을 돌리면서 은행권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 국채를 매각하거나 국채 매입을 줄이고 있는 것도 국채 수요를 줄이는 수급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미 국채 금리 상승이 달러화 약세와 맞물리면서 안전한 투자처를 원하는 글로벌 투자자금이 미국 바깥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한 영향이란 분석이 점점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미 국채의 대체 자산으로 꼽히는 독일 국채 10년물과 일본 국채 10년물에 투자 자금이 몰리면서 수익률이 최근 들어 하락(채권가격 상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화 인덱스는 이날 정오 기준 99.9로 이틀 새 3%나 급락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최근 시장 동향과 관련해 투자자들이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서 미국에서 이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이날 오전 CNBC 방송에서 "일반적으로 관세 인상이 있으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최근)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에 신뢰를 부여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관세로) 미국의 무역 적자가 감소할 경우 투자자들은 '그래, 미국은 더는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야'라고 말하고 있을 수 있고, 그렇다면 채권 수익률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pa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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