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알려야 한다”...대한해협 건너편, 고국사랑 진심이었던 그 사람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입력 : 2025.04.11 06:32:58 I 수정 : 2025.04.11 11:37:51
입력 : 2025.04.11 06:32:58 I 수정 : 2025.04.11 11:37:51
오사카 엑스포서 재일동포 거목 故이희건 기려
15세때 日 건너가 사업 성공
신한은행 설립 등 한일 가교
1970년 오사카 엑스포 당시
韓 참가할 수 있게 모금 주도
도쿄올림픽 경비 전액지원도
온갖 핍박에도 늘 고국 사랑
15세때 日 건너가 사업 성공
신한은행 설립 등 한일 가교
1970년 오사카 엑스포 당시
韓 참가할 수 있게 모금 주도
도쿄올림픽 경비 전액지원도
온갖 핍박에도 늘 고국 사랑

한국관 관계자는 “체험 공간도 중요하지만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이분들의 차별과 억압 속에 빛난 고국 사랑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제일 마지막 장소에 이를 배치했다”고 말했다.
기념비에는 한국 경제 산업 발전과 양국 관계에 기여한 재일동포의 역할과 공헌에 관한 내용이 한국어·일본어·영어로 나란히 소개돼 있다. 모든 내용의 중심에는 2011년 작고한 이희건 전 신한금융 명예회장이 있다.
오사카 엑스포는 1970년에도 열렸다. 당시 우리 국력 수준을 고려할 때 엑스포 참가는 엄두도 못 낼 상황이었다. 올해 엑스포에 159곳이 참가한 반면 당시 엑스포는78곳이 전부였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한국관 설립이 가능했던 것은 재일동포 덕분이다. 이들은 한국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일념하에서 후원회를 결성하고 한국관 건설에 필요한 비용의 절반을 기부했다.
당시 기부액은 2억2000만엔, 현재 기준으로 환산하면 50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금액이다. 재일동포의 후원으로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15개 열주가 늘어선 한국관은 당시 엑스포에서 화제가 된 건물 중 하나로 꼽힌다.
이를 진두지휘한 것이 당시 오사카 재일동포의 중심이자 ‘보스’로 불리던 이희건 전 회장이다. 어려운 가정의 차남으로 태어나 15세에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수완을 발휘해 건실한 사업체를 일궈냈다.
하지만 주변의 재일동포가 일본에서 은행을 이용하기 어려워 사업이 힘들다는 점을 느끼고 금융업에 뛰어들어 1956년 오사카흥은을 설립했다.
오사카흥은은 재일동포 사업의 마중물이 돼줬고 오사카 지역 내 한인 사회는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이후 이 전 회장은 고국에서도 금융업을 통해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찾았고, 이는 1982년 신한은행 설립으로 이어진다.
연설이 청산유수 같고 성격이 괄괄해 남들을 리드해왔던 이 전 회장은 1964년 도쿄올림픽 때에도, 1988년 서울올림픽 때에도 고국 지원의 중심에 있었다. 도쿄올림픽 때는 한일 국교 정상화 전인데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의 차가운 눈길을 피해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선수들의 모든 경비를 책임졌다.
서울올림픽 개최를 위해 조직한 후원회 회장도 당연히 이 전 회장의 몫이었다. 당시에는 ‘고국에 경사가 났다’며 기쁨의 눈물을 훔치면서 쌈짓돈을 기부한 재일동포가 10만명에 달했다.
이들의 기부액은 총 100억엔, 당시 환율로는 540억원에 달한다. 서울 올림픽공원에 세워진 대부분의 건물이 재일동포 기부금으로 지어졌을 정도다.
1970년 오사카 엑스포 이후 55년 만에 다시 엑스포가 열린다. 이 전 회장이 설립한 한일교류재단은 이번에도 한국관 건립에 3억원을 쾌척했다. 고국의 경제력을 감안하면 적은 금액일 수도 있지만 그들의 고국 사랑은 결코 중단되지 않은 것이다.

진창수 주오사카총영사는 “도쿄의 대사관과 오사카총영사관 등 일본 내 주요 공관 대부분이 재일동포가 억압과 차별 속에서 힘들게 번 돈으로 지어졌다”며 “다음달 열리는 엑스포 한국의 날에 이들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은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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