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듯 안 끝나는…교보생명 풋옵션 분쟁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강두순 기자(dskang@mk.co.kr)

입력 : 2025.04.10 17:41:11 I 수정 : 2025.04.10 20:17:32
23만4000원 vs 41만원 … 풋옵션 적정가 놓고 다시 시각차
신회장 간접강제금 문제삼아
ICC에 가격 보고서 제출안해
분쟁 마무리 분위기 급랭
IMM 등 투자자 반발 거세
"풋옵션 행사가격 낮추려고
의도적 시간 끌기 의혹"






7년 넘게 이어진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이 종착점을 앞두고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의 명령에도 요구한 기일까지 풋옵션 가격 산정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재무적투자자(FI)와 신 회장 간에 법적 다툼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중재판정부가 신 회장에게 지난 7일까지 풋옵션 가격 산정 보고서를 제출하든가 15일까지 제출할지를 확인해 달라고 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신 회장 측은 국내 법원의 판단을 근거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3월 말 ICC 중재 결정의 승인 판결을 하면서도 "간접강제금(하루 20만달러) 부과는 ICC의 권한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신 회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IMM PE·EQT 등 투자자들은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투자자 측은 신 회장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며 풋옵션 행사 가격을 낮추려는 지연 전술을 펼치는 것이라 보고 있다.

IMM PE는 국내 법원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ICC에도 "예정대로 신 회장이 오는 15일까지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그날부터 하루 20만달러에 달하는 간접강제금을 부과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 ICC가 신 회장에게 "30일 내 감정평가기관을 지정하고 풋옵션 가치 산정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 하루 20만달러 간접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판정한 것을 근거로, 신 회장 측이 4개월 넘게 보고서를 내지 않고 지연 작전을 쓰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신 회장 측은 국내 법원 1심 판결로 일단 한숨을 돌린 상태다. 하지만 ICC가 투자자 측의 간접강제금 부과 요청을 받아들이고 향후 IMM PE 측이 제기한 항소심에서 다른 판결이 나올 경우 큰 부담을 안을 수 있다.

신 회장은 보고서 미제출에 따른 법적 책임과 하루 20만달러에 달하는 금전적 손실을 모두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주 간 분쟁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교보생명이 추진 중인 금융지주사 전환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에 신 회장 측은 FI들과 협상 테이블에 언제든지 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내 법원이 1심에서 간접강제금 부과에 대해 ICC가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결한 만큼, 신 회장은 보고서 제출보다는 최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싱가포르투자청(GIC)과 협의했던 가격(주당 23만4000원)을 바탕으로 IMM PE·EQT 등 남은 분쟁 당사자와 협상하려 하고 있다.

반면 투자자인 IMM PE는 신 회장 측이 보고서를 제출한 이후에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신 회장이 보고서를 제출하고 해당 가격이 투자자 측 제시 가격(주당 41만원)과 10% 이상 차이가 날 경우, 투자자 측 선임기관인 안진회계법인이 3곳의 평가기관 후보를 추리고 신 회장이 3곳 중 1곳을 제3의 평가인으로 선택해 풋옵션 가격을 산정하는 최종 절차를 거쳐야 한다.

IB 업계에선 제3의 평가인이 평가 작업을 시작한 이후 보고서가 제출되기 전까지 약 한 달간이 양측의 협상 기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IMM PE 등 투자자 측은 향후 협상 과정에서 교보생명 가치가 높다는 것을 입증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회계법인·로펌업계 등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2018년 투자자 측에 전달한 자료에서 회사의 내재가치(EV) 평가금액을 주당 약 43만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자 측이 당시 평가한 풋옵션 행사가격인 주당 41만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내재가치 보고서상 수치보다도 낮은 가격을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한 건 모순이란 게 투자자 측 입장이다.

내재가치법은 미래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해 기업가치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보험업계에선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나현준 기자 / 강두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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