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다 주먹…멕시코 군중, 피라미드 불법 등반 독일인 집단구타

치첸이트사 유적 '쿠쿨칸의 하강 현상' 관광객, 치료 뒤 구금
이재림

입력 : 2025.03.22 01:55:05


멕시코 치첸이트사 엘카스티요 피라미드(2025년 3월 18일 촬영)
[촬영 이재림 특파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에서 마야 문명 유적에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올라간 독일 국적 관광객이 성난 주민들에게 심하게 얻어맞은 뒤 구금됐다.

21일(현지시간) 디아리오데유카탄과 데바테 등 멕시코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유카탄주(州) 치첸이트사에서 한 독일인이 엘카스티요 피라미드에 불법으로 등반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서 38살로 확인한 이 남성은 곳곳에 배치된 관리 요원의 눈을 피해 피라미드 주변에 둘러쳐진 보호 시설물을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어 엘카스티요 피라미드의 계단을 올라 꼭대기에 있는 옛 종교의식 거행 제단에까지 닿았고, 곧바로 내려왔다고 한다.

이 광경을 지켜본 군중 가운데 수십명은 관리 요원과 경찰관의 손에 붙들려 외부로 이동하는 해당 관광객을 향해 무차별 주먹질을 했다.

당시 상황은 동영상으로 촬영돼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공유됐다.

상처를 입고 피까지 흘린 독일인은 치료를 받고서 당국에 구금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치첸이트사는 600∼1200년대 이 지역에 터를 잡고 번성한 마야인들의 중심 도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엘카스티요의 피라미드의 경우 구조물 보호와 역사적 가치 훼손 방지를 위해 2008년부터 등반이 금지돼 있다.

사건이 벌어진 날은 춘분이었는데, 이 시기 엘카스티요 피라미드에서는 '쿠쿨칸(마야 신화 속 깃털 달린 뱀)의 하강'이라고 이름 붙은 현상을 목격할 수 있어서 9천여명이 현장을 찾은 상태였다고 한다.

'쿠쿨칸의 하강'은 뱀이 계단을 따라 내려오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독특한 피라미드 설계로 인해 생기는 그림자 때문에 이런 모습이 관찰되는데, 일각에서는 마야인들의 수학과 천문학적 지식을 엿볼 수 있는 증거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멕시코에서는 공권력에 기대기보다는 정당한 사법절차 없이 '법보다 주먹'이라는 개념의 사적인 제재를 가하는 사례가 종종 나온다.

지난해엔 미성년자 납치와 살해 등 강력 범죄 행각을 벌인 8명이 서로 다른 마을에서 주민들의 직접 응징으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walde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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