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법밖에 없었니”...풍년에도 유상증자 선택한 한화에어로 주가 급락

김대은 기자(dan@mk.co.kr), 우수민 기자(rsvp@mk.co.kr), 안두원 기자(ahn.doowon@mk.co.kr)

입력 : 2025.03.21 21:02:27
수주잔고·실적 역대급 호조에
주가 최고점 찍었지만 ‘유증’
급락 거듭하며 거센 후폭풍


지난달 중동아프리카 최대 규모 방산전시회인 ‘IDEX 2025’에 참가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의 통합전시관 조감도.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자 최근 급등한 한화그룹주들이 21일 전반적으로 큰 조정을 받았다.

이번 증자에 최대주주인 (주)한화가 참여할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3.02% 하락한 62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투자자와 개인투자자가 각각 880억원, 532억원어치 순매수한 가운데 기관투자자가 131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유상증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대주주 한화가 12.53% 하락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비슷한 낙폭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한화비전(-4.28%), 한화솔루션(-5.78%), 한화갤러리아(-3.4%) 등 증자에 참여할 전망이 낮은 계열사 주가까지 동반 하락했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관련된 보고서를 낸 국내 증권사 13곳 중 3곳이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증권가에서는 공통적으로 유상증자 없이 현재 영업이익과 현금흐름만으로도 투자 자금을 감당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회사 측이 이번 증자로 조달하는 3조6000억원은 향후 3~4년에 걸쳐 집행되는 자금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을 밑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조731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며, 증권가가 추산하는 2025년, 2026년, 2027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영업이익은 각각 2조4016억원, 2조8200억원, 3조3090억원에 달한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매년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되는 현금흐름만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투자 자금임에도 대규모 유상증자를 선택한 것은 기존 주주들 입장에서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이번 유상증자가 장기적으로 수출 증가로 인한 수익성 확대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보고서를 내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70만원에서 82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신동호 BoA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주가 조정은 매우 매력적인 매수 기회로 간주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에 (주)한화가 참여할지 불확실하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만약 모회사인 (주)한화가 동참하지 않을 경우 유상증자의 근거가 퇴색될 뿐 아니라 현재 주가가 고점이라는 인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주)한화는 지난 19일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 33.9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주)한화 외에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국민연금공단(7.43%)뿐이다. 소액주주 비중은 54.1%, 주주 수는 11만6816명이다.

따라서 (주)한화가 불참할 경우 유상증자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번 유상증자 물량 가운데 20%는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된다. 이에 따라 기존 주주 몫은 약 2조88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지분율상 (주)한화는 9778억원가량을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주)한화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약 1868억원에 불과하다. (주)한화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2.65%(이하 보통주 기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4.91%,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2.14%,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2.14%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삼형제가 100%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는 (주)한화 지분을 22.6% 갖고 있다. (주)한화의 유상증자 참여 여부는 오너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앞서 2023년 11월 한화오션이 진행한 1조5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에는 주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3126억원), 한화시스템(1563억원) 등 계열사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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