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고갈 늦춘 18년만의 개혁…낼 돈·받을 돈 따져봤더니

최희석 기자(achilleus@mk.co.kr),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홍혜진 기자(hong.hyejin@mk.co.kr)

입력 : 2025.03.20 21:39:54
국민연금 개혁안 Q&A

월 309만원 버는 연금 가입자
12만원 더 내고 9만원 수급해
납입 대비 수급 2.19→1.67배

군 복무자 가입 인정 기간 확대
저소득 지역가입자 지원 늘려
연금급여 지급 보장 의무 명시화


서울시내의 한 국민연금공단 지사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박형기 기자]


여야가 합의한 국민연금 개혁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동시에 올렸다. 다만 생애 전체로 내는 돈이 더 늘어나도록 조정해 기금 고갈 시점을 9년 정도 늦췄다. 재정 안정성 제고와 소득보장 확대 사이에서 타협한 결과다.

18년 만에 가까스로 이뤄진 국민연금 개혁안 내용을 Q&A 형식으로 정리했다.

① 얼마 더 내고 얼마 더 받나


소득대체율을 기존 40%에서 43%로 올리는 것은 개정 국민연금법이 시행되는 2026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내년부터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2024년 전체 가입자의 평균월소득액인 309만원을 기준(2026년 신규 가입)으로 40년간 보험료를 납부한 경우 연금 수령 첫해에 123만7000원을 받던 것에서 앞으로는 132만9000원을 받게 된다.

대신 납부하는 보험료가 늘어난다. 현재 월 27만8100원을 부담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40만1700원을 내게 된다. 12만3600원이 오르는 셈인데 직장인의 경우 절반인 6만1800원은 회사에서 부담한다.

다만 보험료율은 곧바로 4%포인트가 오르지 않는다. 내년부터 연간 0.5%포인트씩 8년간 상향 조정될 예정이기 때문에 이 기간 월 보험료가 매년 7725원씩 오른다. 평균소득을 버는 가입자가 40년간 내게 될 보험료는 1억3349만원에서 1억8762만원으로 5413만원 늘어난다. 25년간 국민연금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총수급액은 2억9319만원에서 3억1489만원으로 2170만원 증가한다. 납입 대비 수급 비율이 2.19배에서 1.67배로 낮아지는 것이다.

② 자녀 출산·군 복무 혜택


자녀가 있는 경우 혜택이 늘어난다. 현재는 둘째 자녀부터 12개월의 크레디트(가입 인정 기간)이 추가되고, 셋째부터는 18개월의 크레디트가 붙어 최대 50개월치 납부를 인정받는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첫 자녀도 12개월의 크레디트를 인정받을 수 있다. 둘째 자녀도 12개월로 동일한 혜택이 주어지고, 셋째부터는 18개월이 부여된다. 그리고 상한선을 없앴다. 다자녀 가정은 50개월 이상의 크레디트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2026년 1월 1일 이후 출생아부터 첫째 자녀에 대한 혜택이 주어진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출산 크레디트가 역진적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학주 동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통 고소득층에서 자녀를 많이 낳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소득 분배를 악화시키는 정책이 될 수 있다”면서 “출산 크레디트 부여가 연금 재정에 긍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군 복무에 따른 크레디트도 확대한다. 기존에는 6개월 이상 군 복무를 한 경우 최대 6개월의 크레디트를 인정해줬지만, 앞으로는 6개월 이상 군 복무를 한 가입자는 실제 근무 기간에 따라 최대 12개월까지 크레디트가 부여된다. 군 복무자에 대한 사회적 보상을 늘리자는 취지다.

③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20일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기 위한 모수개혁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 방안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이날 오전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협상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저소득 지역가입자는 최대 12개월 동안 연금보험료의 50%를 정부가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연금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던 기존 가입자가 납부를 재개하는 경우 최대 12개월 동안 지원했다. 앞으로는 ‘납부 재개’ 요건을 삭제해 지역가입자 가운데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저소득층은 최대 12개월간 연금보험료 50%를 지원받는다. 이에 따라 보험료 국가 지원 혜택을 보는 사람이 늘어날 전망이다.

④ 국가의 지급 보장 명문화 영향
국가의 연금급여 지급 의무도 법에 명시된다. 현행 법에는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해야 한다고만 돼 있다. 개정안은 이를 연금급여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지급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문구가 오히려 독이 된다고 주장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지급 보장 조항이 있어도 돈이 없으면 못 주는 것”이라며 “연금기금이 고갈되기 전까지 지급 보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586세대가 자신들만 연금을 더 받고 튀겠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⑤ 예상 연금재정추계
연금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 시점은 기존 2041년에서 2048년으로 7년가량 늦춰진다. 기금이 소진되는 시점은 기존 2055년에서 9년 늦춰져 2064년이 된다. 2093년 누적 수지적자 규모도 지금보다는 4321조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1964년생은 100년을 산다고 해도 지급 중단 위험 없이 연금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이를 두고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더 내고 더 받는다’는 말이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결국은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며 “그 부담은 젊은 세대에게 다시 전가될 것이다. 지금 60대 정치인들은 이 계수조정 방식으로 10년 정도 시간을 벌고, 그사이 정치 인생을 마무리하면 그만”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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