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으로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 왕진버스의 따뜻한 동행

이지안 기자(cup@mk.co.kr)

입력 : 2025.03.18 16:18:08
경기 포천 ‘농촌 왕진버스’ 현장 르포
올해 예산 23억 늘어난 93억
진료 항목에 치매 진단도 추가돼
진료도 약 처방도 모두 무료


농촌왕진버스 현장. [사진 제공=농림축산식품부]


“병원이 30분 거리에 있지만, 다리가 불편해 가는 데 한참이 걸려. 이렇게 태워다 주고 무료로 검사해 주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

18일 오전 경기 포천시 가산면 가산체육문화센터. 센터에 들어서기 전부터 거리 곳곳에는 ‘농촌 왕진버스 의료 서비스’를 알리는 배너가 줄지어 걸려 있었다. 이곳을 찾은 전흥기 씨(84)는 내과 진료를 받고 한의원에서 침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여기 의료진들은 몇 푼 받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이렇게 한꺼번에 여러 검진을 받을 수 있으니 감사할 뿐”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전 씨가 사는 곳은 포천시 소학3리. 병원이 버스로 30분 거리지만, 거동이 불편해 쉽게 다녀올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그에게 왕진버스는 더없이 반가운 존재다. 약속된 날짜와 시간에 버스가 집 앞으로 오면 전 씨는 이를 타고 의료 서비스 현장으로 온다.

농촌 왕진버스는 2013년부터 시작된 ‘농업인 행복버스’를 지난해부터 확대·개편한 사업으로, 현 정부의 ‘국민과 함께하는 농촌’ 정책의 핵심 중 하나다. 명칭은 왕진버스지만 실제 진료는 버스 안이 아니라 체육관 같은 넓은 공간에서 진행된다.

농촌 지역의 고령화율은 국가 전체(17.7%)보다 높은 25.0%에 이르고 유병률은 34.5%로 도시(24.8%)보다 높다.

이날 진료 현장에는 농협중앙회를 비롯해 포천우리병원, 보건의료통합봉사회, 열린의사회 등 70명의 의료진과 29명의 보건 인력이 참여했다. 이들은 한방·양방 진료, 구강 건강관리, 검안 등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오전 9시 30분에 문을 열었고 정오까지 약 210명이 방문했다”며 “오후 5∼6시까지 운영할 텐데 오늘 하루 350∼400명 정도가 진료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왕진버스의 지원 대상 인원은 지난해보다 6만명 늘어난 15만명으로 확대됐다. 예산도 70억 원에서 93억5000만 원으로 증액됐다. 모든 진료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69회 운영된 왕진버스가 올해는 250회로 확대될 예정이다. 올해 왕진버스를 신청한 지역은 총 91개 시·군으로, 인구 감소 지역, 의료 취약지, 민간 병·의원이 없는 지역이 선정됐다.

예산이 늘어난 만큼 기존 진료 외에도 어르신들에게 꼭 필요한 골다공증 검사, 치매 검진, 근골격계 질환 관리 서비스가 추가됐다. 근골격계 질환 관리 부스에서는 건강관리운동사들이 어르신들의 척추 상태를 살피며 맞춤형 운동을 지도했다. 한 운동사는 “어르신, 두 손을 겹쳐 앞으로 쭉 뻗어 보세요”라며 친절히 스트레칭 방법을 설명했다.

의료뿐만 아니라 농협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법률·세무 상담 서비스도 함께 제공했다. 유영윤 농협중앙회 소속 변호사는 “어르신들이 주로 상속이나 증여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신다”면서 “필요한 경우 법률구조공단과 연계해 도움을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포천 현장을 방문한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의료진과 관계자들을 격려하며 “생활 밀착형 민생 정책을 지속 확대해 농촌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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