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준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가라앉는 국민연금 … 수익률 1%P만 올려도 고갈 6년 늦춘다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입력 : 2025.03.16 16:25:41 I 수정 : 2025.03.16 16:28:17
◆ 매경 포커스 ◆





"고갈 시점을 7~8년 늦추는 것에 그쳤는데요. 이게 개혁인가요." (30대 한 청년)

최근 국회에선 여야가 국민연금 개혁안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보험료율을 9%서 13%로, 소득대체율을 40%서 43%로 올리는 데는 여야 간 잠정 합의를 봤습니다. 다만 자동조정장치(경제, 인구 환경이 변하면 이를 자동으로 국민연금 제도에 반영하는 수단) 도입 여부를 놓고 여야 간 이견이 있는 상황입니다. 핵심은 '더 내고 더 받자'라는 데 잠정적으로 합의를 이뤘다는 겁니다.

만일 여야가 국민연금 개혁안에 합의할 경우 연금개혁은 18년 만에 이뤄진 겁니다. 하지만 지난 두 차례 연금개혁(1998년, 2007년) 당시 보험료율을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더 내고 덜 받자'가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금 보험료를 수십 년간 내야 하는 청년 세대 입장에선 실망스러운 결과입니다. 이번 개혁안이 실행된다고 하더라도 연금 고갈 시점을 기존 2056년에서 2060년 중반으로 10년가량 늦추는 효과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연금개혁이 바람직한 걸까요. 이번 기획에선 캐나다 사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캐나다는 인구가 우리와 다르게 늘고 있긴 하지만,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에 직면한 국가입니다. 노인 국가 캐나다 입장에선 연금이 중요한 이슈일 수밖에 없죠.

하지만 국민연금(1239조원)의 약 60%를 운용하고 있는 캐나다연금(현재 약 700조원)은 '고갈 위험'이 없습니다. 되레 캐나다연금 기금 운용 규모는 2050년 3조5000억캐나다달러(약 3500조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요?



캐나다연금, 수익률 10% 달성

당초 캐나다는 1966년부터 CPP(캐나다연금)를 운용했지만, 당시엔 내는 만큼 받는(pay-as-you-go) 부과 방식이어서 기금이 적립되지 못했습니다. 1997년 당시 CPP의 적립액은 우리 돈으로 약 350억원에 불과했죠. 이 상황에서 캐나다 정부는 1997년 연금개혁을 시행합니다. 보험료율을 9.9%로 올리고, 부과 방식에서 적립 방식으로 바꿉니다. 이른바 '기금'을 적립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를 설립합니다. CPPIB는 우리로 치면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입니다. 캐나다는 2016년 '2차 연금개혁'을 통해 보험료율을 9.9%에서 11.9%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도 25%에서 33.3%로 올렸죠. 국회에서 현재 논의되는 국민연금 개혁안(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45%)에 비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모두 살짝 작은 수치입니다.

그럼에도 캐나다는 연금 고갈 이슈가 없습니다. 이민자가 지속적으로 유입돼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하나의 요소입니다만,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바로 '수익률'입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에 따르면 2013~2022년 10년간 캐나다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10.01%로 국민연금(4.70%)에 비해 2배 이상 높습니다. 만약 둘이 2013년에 1로 시작했다고 하면, 국민연금은 10년간 자산이 1.5배가 되는 반면 캐나다연금은 2.35배가 되는 셈입니다. 이 차이가 20년, 30년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요? 캐나다연금은 20년 후 자산이 6배가 되는 반면, 국민연금은 2.4배가 됩니다.





캐나다연금의 수익률 비결은 대체투자

그렇다면 어떻게 캐나다연금은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힌트는 '대체투자'에 있습니다.

기관투자자인 연금은 주식, 채권, 대체투자 세 분야에 투자하곤 합니다. 주식과 채권은 보통 이른바 '공모시장'에서 실시간으로 가격이 바뀌는 투자상품이고, 대체투자는 '사모시장', 즉 실시간으로 가격 평가가 이뤄지지는 않는 시장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대체투자엔 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한 사모펀드 출자, 소수 기관투자자들이 안정적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가량을 회사에 대출해주는 사모대출 혹은 부동산(오피스·물류센터 등)과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등이 있습니다.

물론 대체투자는 주식·채권시장에 비해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즉 공개적인 시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바로 현금화할 수 없죠. 다만 연금이나 보험과 같은 상품엔 대체투자가 유리합니다. 왜냐하면 연금 생활자들은 앞으로 살아갈 날들(65세 은퇴 시 향후 약 30년)을 기준으로, N분의 1로 연금을 수령하기 때문에 모든 자산을 바로 현금화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모주식 부문은 기업 M&A 혹은 소수지분 투자로 주로 요약됩니다. 성장하는 섹터(헬스케어, 바이오, 방산, 화장품 등)에 투자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좋습니다. 사모대출 부문은 일반적인 회사채에 비해 1~2%포인트 더 높은 금리를 받되, 보다 장기간 회사에 대출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부분의 강자인 사모펀드 아폴로는 현재 운용자산이 1000조원(약 733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커졌습니다. 안전하면서 동시에 채권보다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죠.

부동산·인프라 부문은 전통적으로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면서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내는 분야입니다. 이 역시 전통적 투자 분야인 채권에 비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공시에 따르면 1988~2024년 대체투자 부문은 연평균 수익률이 10.48%에 달했습니다. 반면 국내채권(3.71%) 해외채권(5.80%) 국내주식(5.40%) 등은 상대적으로 부진했습니다.

CPPIB의 장점은 이 같은 대체투자에 전체 포트폴리오의 60%가량을 투자한다는 겁니다. 아울러 CPPIB는 대체투자 부문을 '직접 운용'하고 있습니다. 기업 분석 사이트인 그로조에 따르면 CPPIB에는 2443명의 임직원이 있습니다. 2024년 6월 기준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에 362명이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큰 차이가 있죠. CPPIB의 핵심 투자 부문인 대체투자를 담당하는 인원은 2022년 말 기준 502명입니다. 반면 국민연금은 96명에 불과합니다. 1인당 운용 규모가 CPPIB는 5700억원, 국민연금은 1조5200억원입니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1인당 맡아야 할 금액이 많아 주로 '위탁'을 주게 됩니다. 실제로 국민연금 자산군별 위탁운용수수료 현황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부문에 2020~2023년 6조4591억원에 달하는 위탁수수료를 지급했습니다.



캐나다연금, 인센티브로 인재 영입

CPPIB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인센티브'입니다. CPPIB 채용 공고를 보면 직무에 따라 기본급이 1억~3억원대입니다. 여기에 성과 보수는 별도죠.

일례로 김수이 CPPIB 글로벌 PE 대표는 2024년 총연봉으로 318만캐나다달러(약 32억원)를 수령했습니다. 김 대표의 기본 연봉은 우리 돈으로 약 5억원. 다만 CPPIB는 그간의 성과를 N분의 1로 나눠 지급하기 때문에 해당 성과급까지 합하면 김 대표의 총연봉은 기본급 대비 4배가 뛰게 됩니다. 이 같은 인센티브 구조는 민간의 유수 인력들이 CPPIB로 이직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레이철 자오가 MBK파트너스 중국지사에서 일하다가 CPPIB의 아시아펀드로 간거나 이정엽 CPPIB 수석이사가 H&Q코리아 출신인 것이 대표적인 예죠.

국내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보통은 LP(기관투자자·출자자)는 갑의 위치에 있지만 돈을 못 벌고, GP(위탁운용사)는 LP로부터 돈을 받아야 하는 을의 위치에 있지만 돈을 훨씬 잘 버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평균 연봉이 1억원 남짓에 불과하고 성과급도 크지 않습니다. 실제로 정치인 출신이 부임하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연봉은 성과급을 포함해 2억원 남짓이고, CIO 등 임원 연봉 평균도 2억원대 중반에 불과하죠.

이 때문에 국민연금에서 일하는 많은 운용역이 더 높은 연봉을 받고 민간으로 이직하기를 원합니다. 국민연금 대체투자부문(약 190조원)을 책임지던 이제량 전 국민연금공단 대체투자팀장이 최근 신한자산운용 대체투자본부장으로 옮긴 것이 이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수익률 1% 제고 효과 = 보험료율 2% 상승

혹자는 말합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가 지난해 역대급 수익률(15%)을 내지 않았냐고요.

다만 이는 원화 환산 기준 수치입니다. 지난해 경기 악화, 계엄령 등 정치 리스크가 터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반까지 치솟았습니다. 이 때문에 원화로 표시된 수익률이 높아진 겁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해외주식 부문 수익률이 지난해 34.32%에 달한다고 했는데, 이는 원화 기준이고 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 18.01%였습니다. 나머지 16% 차이는 '환율 효과'라는 이야기죠.

업계에서 통용되는 '벤치마크 수익률'이란 게 있습니다. 벤치마크는 '기준점'을 이야기하는데요. 국민연금은 지난해 해외주식·해외채권 부문에서 벤치마크 수익률 대비 0.11~0.42포인트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즉 국민연금의 지난해 운용수익률은 '절대 수치'는 좋았지만, 시장 평균보다는 못 했다는 겁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2023년 연금개혁안을 설명하며 "기금수익률을 1%포인트 올리면 소진 시점을 5~6년 늦출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보험료율 2%를 올리는 효과랑 맞먹는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1988년 국민연금 출범 이후 2024년 말까지 약 36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6.82%(누적 수익금 737조원)에 달합니다.

여야 정치인들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자동조정장치 등 '모수개혁(얼마를 받고 얼마를 지급할지에 대한 논의)'에 집중하지만, 근본적인 구조개혁은 결국 유능한 인재를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에 배치하는 데 있습니다. 1000억원을 벌어다주는 투자운용역에게 10억원을 주는 건 아깝지 않을 겁니다. 전주가 아닌 서울로의 이전 그리고 인센티브 지급이 필요합니다. 국민연금 개혁의 방향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나현준의 데이터로 세상 읽기'는 저출산고령화·성장동력 악화에 직면한 대한민국의 바람직한 미래 방향성에 대해서 논의해봅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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