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침체' 석유화학…신용등급 줄하향 위기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입력 : 2025.03.10 17:54:32 I 수정 : 2025.03.10 20:03:14
롯데케미칼 3년째 적자 행진
실적 대비 순차입금 18배 넘어
HD현대케미칼·LG화학 등도
차입금 비중 크게 늘며 사정권
신용등급 CCC 이하 부실기업
최근 2년동안 32개사로 급증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올해 상반기 정기평정에서 줄줄이 하향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불황으로 재무 지표가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 영향으로 기업 회생에 돌입한 이후 신용도 위기 기업에 대한 경계감이 짙어지는 모양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HD현대케미칼 등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주요 신용평가사의 등급 하향 조건을 이미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AA등급(부정적)인 롯데케미칼의 경우 은행 보증이 없는 채권 2개가 등급 하락 위기에 처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의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순차입금이 5배를 초과하면 해당 채권의 등급 하향을 검토하겠다고 명시했는데 지난해 9월 말 기준 이 수치는 18.5배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말 7.4배에서 급등한 것이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은 8941억원 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 이후 3년 연속 이어진 적자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4개 증권사의 전망치를 종합한 올해 롯데케미칼 실적 컨센서스는 2474억원 영업손실을 나타내고 있다.

HD현대케미칼도 A등급(부정적)인 상황에서 하향 조건을 충족했다. 나신평은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5% 미만이거나 순차입금 의존도가 50% 이상이면 등급을 낮추는데 HD현대케미칼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두 조건에 모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서 이미 신용등급이 낮아진 LG화학 역시 국내에서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거론된다. LG화학은 지난해 감사보고서 기준으로 최근 3개년 평균 EBITDA 대비 총차입금이 4.3배로, 나신평의 등급 하향 조건에 해당하는 상태다.

다만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이 조건 외에 'EBITDA 마진'을 함께 고려하고 있는데 이 지표는 양호하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핵심사업 투자 효율화 및 자산 매각에도 차입금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이익창출력 개선 여부가 LG화학 신용도에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부실화한 기업(신용등급이 CCC급 이하로 하락한 기업)은 최근 급증했다. 한기평에 따르면 2015년 이후 매년 부실화 기업 수는 통상 1~3개 수준에 그쳤지만 2023~2024년에는 총 32개사로 크게 늘었다.

차입금 의존도가 50%를 초과하거나 부채비율이 300%를 넘는 기업을 '재무부담 과중 기업'으로 정의할 경우 부실화 기업 32곳 중 27곳이 부실화 1년 전 이 범주에 해당된 것으로 분석됐다.

김동혁 한기평 평가전문위원은 "2023~2024년 부실화 기업의 공통적인 특징은 재무적 위험 수용력이 매우 낮았다는 점"이라며 "과중한 재무부담을 보인 기업 중 실질적으로 재무적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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