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밑 빠진 독’…2월 실업급여 지급액·신청자 수, 코로나 때보다 많아

최예빈 기자(yb12@mk.co.kr)

입력 : 2025.03.10 20:27:52
고용지표 코로나19 수준으로 악화

실업급여 지급액·신청자
2월 기준 역대 최고 기록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구직자들이 실업급여 신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 ‘파인 다이닝(고급 식당)’에서 와인 관련 업무를 하던 30대 여성 A씨는 최근 직장이 폐업하는 바람에 실업급여를 받으며 쉬고 있다. A씨는 “경기가 너무 어려워 식당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다”며 “있던 식당도 없어지고 있는 마당에 재취업은 언감생심”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 한 대형 로펌의 인사·노무 분야 변호사는 고용시장 한파를 몸소 느끼고 있다. 그는 “인원 감축을 원하는데 희망퇴직을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사업을 매각할 때 근로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기업들의 노무 관련 자문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며 “아직 자문 건수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만큼 급증한 건 아니지만 전망이 어두워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용지표는 이미 코로나19 시기 수준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한파 영향으로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과 신청자 모두 2월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한 구직자가 실업급여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1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구직급여 지급액은 1조728억원으로 조사됐다.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11만7000명이었다.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건설업 5800명, 사업서비스업 3700명, 제조업 3400명, 도소매업 2400명 순으로 집계됐는데 사실상 대부분 산업에서 실업자가 증가한 셈이다.

특히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업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43.5% 늘어나면서 증가세를 이끌었다. 천경기 고용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주량이 늘어나 시차를 두고 좋아질 수 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는데 11월 이후 수주량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건설업 전망이 더 안 좋을 수 있고 시차를 두고 건설기성액에 반영되더라도 단기적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구직급여 신청자가 급증한 원인으로 1월에 명절 연휴가 길었던 영향도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천 과장은 “지난해 12월이나 올해 1월 중에 고용 계약이 종료된 사람이 구직급여 신규 신청을 설 이후로 미룬 경향이 있다”며 “1~2월 평균으로 보면 증가율은 2%대로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용시장은 지난 1월 충격보다는 소폭 회복됐으나 여전히 어둡다. 지난 2월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38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겨우 15만3000명(1%)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03년 ‘카드 대란’ 여파가 미쳤던 2004년 2월 이후 21년 만에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앞서 1월에도 21년 만에 가장 작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인 ‘구인배수’는 0.40으로 집계됐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던 지난 1월(0.28)보다는 올랐지만 여전히 취업시장의 문턱은 매우 높다.

문제는 올해 안에 고용시장에 훈풍이 불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 상황이기 때문에 경제 성장이 되더라도 고용이 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인공지능(AI)과 로봇 등의 발전에 의해 제조업, 서비스업 등도 고용이 많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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