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 여진 계속…금융계 곳곳서 '파열음'

단기채권 투자자 피해 우려↑… 신영증권 '사주 MBK 고소' 검토은행선 첫 어음 부도 처리…'홈플 채권 0.1% 포함' 펀드도 판매 중단시장 과잉 반응에 "패닉 상황은 피해야" 지적도
김태균

입력 : 2025.03.10 19:41:13 I 수정 : 2025.03.10 20:15:58


홈플러스, 회생절차 신청…매장은 정상 운영
(서울=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지난 4일 전격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데 따른 여진이 지속되면서 금융업계 곳곳에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소매 금융에 풀린 홈플러스 채권 탓에 일반 투자자들이 대규모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유동화증권 발행을 주관한 증권사는 홈플러스 소유주인 MBK에 대해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신영증권 등 홈플러스 단기채권과 관련한 증권사·자산운용사 20여곳은 이번 사태와 관련한 첫 공동 회의를 열었다.

홈플러스 채권은 카드 대금채권을 토대로 발행된 유동화증권(ABSTB), 기업어음, 전자단기사채 등으로 모두 6천억원 규모다.

홈플러스 채권은 애초 회사 신용등급이 낮아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꺼리는 물건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대부분 물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끌린 개인과 법인 투자자에 소매 판매된 것으로 본다.

특히 금투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ABSTB의 채무 성격 판정이다.

ABSTB는 마트사 카드 대금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금융 채무와 상거래 채무의 성격을 모두 가진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을 시작하며 금융채무의 상환은 미루고 상거래 채무는 정상적으로 갚을 예정이다.

이 때문에 ABSTB가 금융 채권으로 분류되면 여기에 돈을 넣은 개인·법인 투자자들은 피해를 떠안아야 한다.

증권사들은 이 경우 홈플러스 ABSTB를 둘러싼 위험을 투자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채권을 팔았다는 '불완전 판매' 논란에 빠질 공산이 작지 않다.

이날 회의에서는 ABSTB가 물품 구매 대금을 기초로 한 채권인 만큼 상거래 채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소명에 최선을 다하자는 논의가 진행됐지만, 결과를 쉽게 낙관할 수 없다.

홈플러스 ABSTB 투자자들은 '유동화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집회를 12일 오전 11시 금융감독원 앞에서 연다.

◇ 투자자에 손실 떠넘기기 의심…은행 당좌거래 첫 정지 홈플러스 ABSTB 발행 주관사 중 하나인 신영증권[001720]은 홈플러스의 소유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대해 형사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신영증권은 MBK가 홈플러스 기업회생 결정의 계기가 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미리 알면서도 강등 직전까지 ABSTB 발행을 강행해 개인 투자자에게 손실을 떠넘긴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정관리 상황이 올 것을 안 상황에서도 채권 발행을 하는 것은 우리 형법 상 사기죄가 인정될 수 있는 행위다.

빚을 못 갚을 걸 예견하면서도 돈을 빌렸기 때문이다.

신영증권 측은 일단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으나 "많은 시장 참가자가 의구심을 갖고 있고 형사 고발을 비롯한 강경 대응을 요청하는 기관도 있다"며 고발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다.

홈플러스 어음은 10일 은행권에서 처음 부도 처리되면서 회사의 당좌거래가 전면 중지됐다.

금융결제원은 이날 홈플러스의 주거래 은행인 SC제일은행이 홈플러스 어음을 최종 부도 처리했다고 알려옴에 따라 당좌거래중지자 조회 페이지에 홈플러스를 새로 등록했다.

당좌예금계좌는 회사나 개인사업자가 은행에 지급을 대행시키기 위해 개설하는 계좌로, 이 예금을 바탕으로 은행은 수표·어음 등을 발행하고 이 어음이 돌아오면 예금주 대신 대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실시간 이체 등이 발달해 당좌거래가 예전만큼 많이 활용되지 않는다.

주요 시중은행 중에서도 현재 신한·SC제일은행 정도만 홈플러스와 당좌거래 실적이 있고, 이외 다른 은행들의 경우 홈플러스와 당좌거래 자체가 없는 상태다.

신한은행도 곧 홈플러스의 당좌예금 계좌를 막을 계획이다.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 시장 과잉 반응에 "패닉 상황은 피해야" 지적도 홈플러스를 둘러싼 우려가 과열 양상으로 흐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홈플러스 채권을 극소량 포함한 펀드마저 증권사에서 판매가 중단되는 등 시장의 과잉 반응이 심상찮다는 것이다.

이날 증권가에 따르면 홈플러스 채권을 약 0.1% 포함한 '미래에셋 IPO 공모주 셀렉션 혼합자산투자신탁' 펀드는 판매 증권사 대다수에서 '투자자 보호'를 사유로 판매가 최근 잇달아 중단됐다.

키움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이 이 펀드의 판매를 멈췄고, 나머지 유통사인 유안타증권도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펀드 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은 "홈플러스 관련 자산의 비중이 미미하고 이미 상각(가치가 없다고 보고 손실 처리) 조처가 되어 환매 등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이마트[139480]에 이은 국내 2위의 대형마트로 2015년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에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인수됐다.

MBK 측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강등되자 '선제적으로 기업 정상화를 하겠다'며 4일 전격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해 법원에서 개시 결정을 받았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대형마트의 특성상 직원과 지역사회 등 관련 주체가 너무 많아 변동에 따라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회사가 정상화하는 것이 투자자 등 대다수에게 최선인 만큼 패닉 상황을 최대한 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tae@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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