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영 세종 변호사 “저성장 위기… 경영권 지분 상속세 합리화해야”

우수민 기자(rsvp@mk.co.kr)

입력 : 2025.03.10 15:23:46 I 수정 : 2025.03.10 17:56:55
‘한미그룹 상속재원 자문’ 장재영 세종 변호사
연부연납시 주가 하락 불가피
기관·개인 투자자에 손해 끼쳐
경영권 불안정에 투자도 지연


장재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가 최근 매일경제와 서울 종로구 사무소에서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
“기업 경영권 지분을 현금, 토지나 건물 같은 여타 상속 재산과 똑같이 보는 게 맞는지 사회적 논의가 시급해지고 있습니다.”

장재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최근 종로구 사무소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한국 경제가 거대한 세대교체에 돌입한 지금, 기업 경영권 상속 문제는 단순히 대주주 일가만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상장사는 기업 임직원, 연기금과 같은 기관, 개인투자자는 물론 협력사와 하청업체, 금융기관까지 다양한 경제주체가 얽혀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등과는 구별된다는 취지다.

장 변호사는 지난해 이른바 한미그룹 모자 분쟁 당시 모친인 송영숙 회장 측 법률 대리를 맡았다. 분쟁은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 사후 촉발됐다. 창업주 배우자인 송 회장과 장녀 측이 장·차남 측과 상속세 재원 마련에 있어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다.

분쟁은 장남이 지분 일부를 모녀 측에 매각하며 지난달 말 모녀 측 승리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1년여에 걸친 분쟁의 상흔은 회사에 고스란히 전가됐다.

분쟁 직전 35만원을 웃돌던 한미약품 주가는 현재 약 25만원 수준으로 30% 가까이 빠졌다. 경영권 확보 전쟁 속에 일관된 연구개발(R&D) 투자 집행이 어려워지면서다.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도 주가에 악재였다.

법조계는 대주주의 상속세 부담 이슈가 기업의 정상적 경영에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한미그룹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국내 많은 기업이 2~3세 경영체제에 접어들면서다.

장 변호사는 “과거에는 지주사 체제 전환 등으로 기업들이 대응해왔지만 소액주주 반발로 인해 이 역시 힘들어지는 분위기”라며 “재단을 통한 승계 역시 유럽에선 보편화 돼있지만 국내에선 제약이 많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현행 상속세법은 상속 개시일 이전·이후 각 2개월간 매일 종가의 평균액을 기준으로 과세한다. 최대주주 지분일 경우 실질 최고 상속세율이 60%에 달한다.

통상 연부연납(세금을 수년에 걸쳐 매년 1회 납부) 과정에서 오버행 부담에 주가는 계속 하락하게 된다. 떨어진 주가에 맞춰 매도 물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장 변호사는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경우 주가 하락시 마진 콜(추가 증거금 요구)과 그에 따른 강제 청산으로 경영권을 잃을 수도 있다”며 “설령 경영권을 포기하고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지분을 넘기더라도 엑시트(투자회수) 시점 도래시 오버행 이슈로 주가 상방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 경제가 1%대 저성장 국면에 돌입한 지금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에 기존 기업이라도 백년기업으로 잘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경제 성장을 이끌 중추인 기업 경영권이 안정되지 않으면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 변호사는 “기업은 중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미래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며 “필요에 따라 경영자가 바뀌면 안정적인 사업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장재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가 최근 매일경제와 서울 종로구 사무소에서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
정부가 추진하는 ‘증시 밸류업’ 정책에도 과도한 상속세가 걸림돌이 된다는 분석이다.

장 변호사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으로 주가를 띄워놨는데 상속 이슈가 발생하게 되면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며 “현행 상속세 체제에서 대주주가 주가를 부양할 유인은 낮아지고 기업가정신은 위축된다”고 꼬집었다.

장 변호사는 상장사 경영권 지분에 한해 과세 이연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종적으로 상속인의 이익이 현실화한 시점에 세금을 내게 하자는 것이다.

다만 특혜 논란이 일 수 있는 만큼 대주주의 일탈을 막을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보수나 내부거래를 보다 투명하게 하고, 회사 자금을 유용하지 않도록 규정을 엄격히 보완하는 식이다.

이 같은 주장이 꼭 대주주 일가가 경영을 직접 해야 한다는 식의 옹호 논리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본질은 경영권 안정화라는 점에서다.

장 변호사는 “경영에 의지가 없거나 능력이 부족한 경우 대주주는 이사회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을 관리·감독하는 형태도 가능하다”며 “집행임원제와 같은 기존 제도를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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