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연구팀, 초고속 전하 조작으로 단일분자 양자상태 제어 성공

김유수·이마다 히로시 GIST 교수팀, RIKEN 등 공동연구 '사이언스' 발표단일분자 '여기자' 현상 관측·조작 성공…OLED·태양광 패널 효율 증대 기대
조승한

입력 : 2025.03.07 04:00:01


GIST 연구팀, 초고속 전하 이동 관측·조작 기술 개발
[GIST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한일 공동연구팀이 나노미터(㎚, 10억분의 1m) 크기의 분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실시간으로 초고속 관측하고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단일 분자의 양자 상태를 실시간 제어하는 데도 성공했다.

초고속 전하 이동 및 발광 현상 등 다양한 광학 현상을 초고속으로 정밀 관측하고 조작할 수 있어 이와 관련된 기술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태양광 패널 등의 효율을 높일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과학기술원은 7일 김유수 화학과 교수(기초과학연구원 양자변환연구단장)·야마다 히로시 교수가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요코하마국립대, 도쿄대, 하마마츠포토닉스, 울산대 등과 이런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관측하고 제어한 분자와 전극 사이 전하가 이동하는 현상은 여러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기본적 분자과학 현상 중 하나로, 이동 과정에서 전자가 주입된 음전하나 정공이 주입된 양전하를 가지는 전하 상태 혹은 둘이 공존하는 여기자 같은 과도적 중간 상태가 형성된다.

특히 여기자의 전자와 정공이 결합할 때 빛이 방출되는 현상은 OLED나 태양전지 등 성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런 상태가 이어지는 시간은 피코초 수준으로 짧아 관측을 위해 초고속으로 전하를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나노미터 크기 물질을 시각화해 관찰할 수 있는 주사터널현미경(STM, 원자 단위 날카로운 탐침으로 표면 형상을 관측하는 장치)과 피코초(ps, 1조분의 1초) 단위 짧은 테라헤르츠(㎔) 광을 결합해 분자 수준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변환과 화학 반응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둘을 결합한 기술은 전하 조작에 따른 전류만 측정할 수 있어 분자 상태의 변화를 조사하기는 어려웠지만, 연구팀은 STM에 광학 기술을 결합해 단일 분자 수준에서 다양한 양자 현상을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개발한 장치로 연구팀은 중심에 팔라듐(Pd) 원자가 포함된 Pd-프탈로시아닌 단일 분자를 관측해 660㎚ 파장 대역에서 분자 발광을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분자 전자 궤도 중 에너지가 가장 높은 궤도(HOMO)와 낮은 궤도(LUMO)를 통칭하는 '프런티어 궤도'에 전하가 주입돼 여기자가 형성되며 발광이 일어난 것을 단일 분자 단위에서 관측한 것이다.

측정 과정에서 전류도 함께 측정한 결과 전류가 거의 흐르지 않아 분자를 통과하는 전류는 거의 없었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여기에 연구팀은 테라헤르츠 펄스의 파형을 조절하는 데 필요한 '캐리어 엔벌로프 위상' 변화를 일으키는 광학 소자를 만들고 파형 변화에 따른 여기자 발생을 관찰했다.

그 결과 2.5 피코초 근처에서 LUMO에 전자가 주입돼 음전하가 되고 3.5 피코초 근처에서 HOMO에서 전자가 빠져나가 여기자가 형성되는 찰나의 순간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 실험이 테라헤르츠 펄스를 이용해 초고속으로 연속적인 전하 주입을 통해 분자 상태를 제어하며 여기자를 만들 수 있는 것까지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테라헤르츠 펄스와 광학 STM을 결합하여, 극한의 시공간 분해능으로 분자의 양자 상태를 측정하고 제어하는 방법을 확립했다"며 "이번에는 분자에서 방출된 빛을 검출하는 데 그쳤지만, 다른 레이저 광원과 결합하면 라만 산란 현상이나 광발광 등 다양한 광학 현상을 높은 시간 분해능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김유수 GIST 교수·이마다 히로시 교수·키무라 켄스케 RIKEN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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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jo@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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