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조원 쥐락펴락한 한국 외환자금 운용의 큰손…“이젠 후배 키울것”

최승진 특파원(sjchoi@mk.co.kr)

입력 : 2025.03.07 06:20:21
한은 외자운용원장·KIC CIO 역임했던
추흥식 세계은행 최고투자고문 은퇴
한국 외환보유액 운용史 ‘산증인’ 꼽혀
“어깨 가벼워져…제2의 인생, 갚으며 살 것”


43년간의 투자업무에서 은퇴한 추흥식 세계은행(WB) 최고투자고문(전 한은 외자운용원장)이 세계은행에서의 근무 마지막날 매일경제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최승진 워싱턴 특파원]


“한국은행에서 32년, 한국투자공사(KIC)에서 3년, 세계은행(WB)에서 8년 반, 도합 43년을 일했네요. 이제는 후배들의 국제 무대 도전을 돕는 멘토가 되려 합니다.”

한국은행 초대 외자운용원장·KIC 최고투자책임자(CIO)를 거쳐 WB에서 자산운용국장과 최고투자고문(CIA)을 역임하며 43년을 ‘큰손 투자자’로 일해온 추흥식 전 외자운용원장(68)이 지난 2월을 끝으로 현직에서 은퇴했다.

그는 재직 당시 기준으로 한은에서는 3000억달러(약 434조원·현재 환율 기준), KIC와 WB에서는 각각 1000억달러(약 145조원)의 대규모 자금 운용을 책임지는 등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경력을 지닌 인물이다. 한은의 외환보유액이 10억달러였던 시절부터 외화자금을 운용했고, KIC의 투자자금이 한은 외환보유액 일부를 기초로 한다는 점에서 한국 외환보유액 운용사(史)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68세의 나이로 은퇴하게 된 추 전 원장은 앞으로 젊은이들의 국제 무대 진출을 조언하는 멘토로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WB에서의 근무 마지막 날 추 전 원장은 매일경제와 만나 “이제 어깨가 가벼워졌다. 개인적으로는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국제기구의 자산 운용을 책임져 봤다는 경험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43년간의 투자업무에서 은퇴한 추흥식 세계은행(WB) 최고투자고문(전 한은 외자운용원장)이 세계은행에서의 근무 마지막날 매일경제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최승진 워싱턴 특파원]


추 전 원장은 1981년 한은에 입행해 외화자금과로 첫 발령을 받은 뒤 외화자금 운용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외환보유액은 10억달러 수준. 운용하는 직원 수도 16명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한은 외자운용원이 출범해 그가 초대 원장을 맡았던 2011년까지 30년의 기간 동안 한은의 외환보유액은 3000억달러(현재는 4000억달러)로 불어났다. 운용을 맡은 직원 수도 100명이 넘게 됐다.

“IMF 외환위기 극복 후 우리는 외환보유액을 금방 회복했습니다. 2006년 말에는 전체 포트폴리오 디자인을 다시 했어요. 외환보유액을 중장기적으로 최선이라 생각하는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안정성과 유동성을 지키면서도 한은의 외환보유액 운용수익률에서 높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한은 외자운용원장에서 물러난 2014년에는 국부펀드 KIC로 옮겨 운용본부장(부사장)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로 2년간 근무했다. 그는 내심 장기간 일하며 투자와 관련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퇴임하고 몇 달 뒤인 2016년 8월, 그는 WB 투자운용국장 자리를 공모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는 이력서를 냈고, 당당히 합격했다. 환갑을 맞는 해에 태평양을 건너가 미국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된 셈이다.

WB에서 초반 4년 동안은 1000억달러 규모의 유동성 자산을 운용하는 국장급 책임자를 맡았다. 이후 4년 반 동안은 최고투자고문으로서 투자에 대한 큰 그림을 컨설팅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어떤 자리에 있는지는 그냥 일부인 것 같아요. 그 자리에서 뭘 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꾀했다는 점입니다. 안정성과 유동성을 중시하는 보수적 투자 성향의 기관에서 수익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투자로 전환하고자 했어요. 상품과 전략을 다변화하려 노력했습니다.”

“집사람이 나보다 내 경력을 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감사의 뜻을 잊지 않은 그는 은퇴 후 ‘제2의 인생’에서도 도전의 뜻을 감추지 않았다.

“앞으로는 국제 기구에 관심이 있는 젊은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한은·국민연금·KIC와 같은 기관들의 자산 운용을 지원하는 비정부기구(NGO) 활동도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WB에서 보는 한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보다 훨씬 훌륭한 나라입니다. 저도 한국의 혜택을 많이 받았지요. 이것이 내가 은혜를 갚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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