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돈 잃지만 않아도 성공”…불안한 시장, 안전 투자처 살펴보니

정유정 기자(utoori@mk.co.kr)

입력 : 2025.03.06 21:54:33
트럼프發 관세전쟁에 美증시 요동
잘나가던 빅테크株 올들어 와르르
나스닥 -5.31%, S&P500 -1.76%

필수소비재·유틸리티·헬스케어
경기 방어株는 꾸준하게 성과내
금리 인하기에 배당株도 매력적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이같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방어주 역할을 하는 필수 소비재, 헬스케어 업종과 배당주 상장지수펀드(ETF)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미국 증시에선 기술주들이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주들은 고성장 기대감에 힘입어 지난 1년간 급등했지만,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와 금리 불확실성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최근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철강 등 핵심 산업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 증시의 경우 연초 대비 투자 심리가 악화한 상황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나스닥종합지수는 올해 들어 5.31% 내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같은 기간 1.76% 하락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장 참가자들은 경기 둔화 가능성과 함께 무역 불확실성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관세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경제활동을 둔화시켜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과거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와 중국의 보복 관세 조치가 반복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극심한 변동성을 경험한 바 있다. 미국 S&P500 지수는 2018년 한 해 동안 6.2% 하락했다. 당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필수 소비재, 유틸리티, 헬스케어 업종은 하락폭이 작았으며 꾸준한 성과를 냈다. 이번 변동성 장세에서도 방어주 중심의 전략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관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경기 우려는 점차 커질 것이므로, 경기 민감주의 비중을 낮추고 경기 방어주의 비중을 높여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추는 전술이 필요하다”며 “낙폭이 큰 성장주는 시장 반등을 전망하며 비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윤철 iM증권 연구원은 “증시는 조정 중이지만 방어주로의 순환매가 확인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경기,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실적 우상향하는 업종·기업에 집중하되, 중기적으로는 종목의 밸류에이션을 고려하거나 경기 방어주 중심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 증시가 흔들리면서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는 방어주로 꼽히는 소비재, 유틸리티, 헬스케어·제약 업종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필수 소비재 업종은 시장 수익률보다 좋은 성과를 냈다. 올 들어 네슬레는 4일(현지시간) 기준 19.87%, 코카콜라는 12.75%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트코는 13.16% 상승했고, 월마트는 5.11% 올라 안정적인 성과를 보였다.

필수 소비재는 경기 변동과 상관없이 꾸준한 수익을 창출하는 특성이 있다. 불황기에도 필수적인 소비는 유지되므로 관련 기업들은 경기 둔화에도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유틸리티 업종은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꾸준한 수익을 창출한다. 또 높은 배당 성향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미 전력기업 듀크에너지와 서던컴퍼니는 올해 들어 각각 8.05%, 9.2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헬스케어와 제약업종 역시 불황기에도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는 분야다. 특히 인구 고령화와 의료 서비스 수요 증가로 인해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글로벌 헬스케어·제약 기업인 존슨앤드존슨은 이 기간 14.38% 상승했다. 면역 항암제와 백신 개발 기업인 아스트라제네카는 15.25% 올랐다. 비만 치료제 개발사인 일라이릴리는 같은 기간 18.01% 급등했다. 일라이릴리는 지난 4분기 매출이 크게 늘며 실적 성장세가 확인됐다.

배당주 ETF는 배당을 꾸준히 지급하는 기업들로 구성돼 있어 변동성이 높은 장세에서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 배당 성장이 지속되는 기업들은 경기 침체 시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 배당주 ETF는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제공하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시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미국 시장에선 ‘슈와브 미국 배당주 ETF(SCHD)’ ‘SPDR 포트폴리오 S&P500 고배당 ETF(SPYD)’ ‘뱅가드 고배당 ETF(VYM)’ 등이 대표적인 배당주 ETF로 꼽힌다. SCHD는 배당 성장주가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며, SPYD는 고배당주 중심, VTM은 대형 고배당주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들어 SCHD는 2.53%, SPYD는 2.42% 올랐다. VYM도 1.88%의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변동성 장세에서 개인투자자들은 배당주 ETF 투자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최근 한 달간 미국 주식 순매수결제액 상위 10위는 SCHD가 차지했다. 이 기간에 서학개미들은 SCHD를 8719만달러(약 1264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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