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진단] "트럼프, 韓을 무임승차자로 인식…포괄 협력 패키지 제시해야"

"트럼프, 한국 국방예산·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액 대폭 증액 요구 가능성""韓의 美경제 기여 부각해야…조선·천연가스관·AI 협력, 무기구매 확대 필요"
조준형

입력 : 2025.03.07 01:42:52


미 의회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대통령
[워싱턴 EPA=연합뉴스.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 뉴욕=연합뉴스) 조준형 이지헌 송상호 김동현 특파원 = 미국의 군사지원을 받는 한국이 미국보다 4배 높은 관세를 책정하는 등 미국을 부당하게 대우하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미국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국을 '무임승차자'로 간주하는 뿌리 깊은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어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한국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예산을 3∼5% 수준 또는 그 이상으로 대폭 증액할 것을 요구할 수 있으며, 반도체법에 따라 한국 기업들에 제공키로 합의한 보조금을 철회 내지 삭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해 미국 경제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부각하고, 미국이 관심을 갖는 조선, 액화 천연가스(LNG) 등 분야의 협력 방안을 패키지로 만들어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아울러 행정부와 의회, 지방정부 등에 두루 한국의 우군을 만드는 노력을 기울이라는 제언도 나왔다.

다음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응한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답변을 정리한 것이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적으로 예측 가능하고, 전술적으로 예측 불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4일 의회 연설 발언에 대해 한국이 놀랄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한국이 인도·태평양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 중 4번째로 많은 610억 달러의 대미 무역 흑자를 본다는 것은 한국이 대미 무역에서 공정한 게임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이 부담하는 몫)에서 한국이 더 내길 원하고,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미국의 지상군이 한국에 있을 필요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한반도 정책과 관련) 트럼프 1기 때 그랬던 것처럼, 일부 일들은 피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있음을 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연설에서 밝힌 것과) 다르게 생각할 것이라는 환상은 갖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한국에 대한 전략적 관점이며, 그것은 분명한 것이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관세와 관련해 인도, 중국과 함께 한국을 언급했다.

관세(문제)에 있어서 꼭 한국만 특정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은 인도, 중국과 달리 미국의 가까운 동맹이다.

한국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부정적인 믿음이나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은 사실관계를 오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관련, 미국 경제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강조하는 것으로 맞설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법 폐기를 언급했는데, 외국 기업들을 위한 인센티브(보조금 등)를 줄이는 식으로 조정될 수는 있다고 보지만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수요를 감안할 때 반도체법이 전면 폐기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천연가스관 사업에 한국, 일본의 참여를 거론했는데, 그에 대한 결정은 내려진 바 없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사업의 파트너로 일본과 한국을 언급한 것은 알래스카에 투자하라는 일부 압력을 가한 것이라고 본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 연구원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발언과,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 후보자가 지난 4일 대만에 대해 GDP 대비 10%의 국방비 지출을 거론한 것을 보면 트럼프대통령이 한국에 GDP 대비 국방예산을 3∼5% 지출하라고 요구하더라도 놀랄 것은 없다고 본다.

아마 그보다 더 요구할 수도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은 (한반도 방어에 대한 한국의) 더 많은 책임 분담을 요구하고, (공정한 무역을 내세워) 한국 제품에 대한 한국 정부의 보조금 삭감도 요구할 수 있다.

부산항의 미 항공모함 칼빈슨호
(서울=연합뉴스) 지난 3일 부산 작전기지에 미국 해군 제1항모강습단 소속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CVN-70)이 입항해 있다.2025.3.3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대사 대리 트럼프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한국을 '무임승차자'로 보는 것 같고, 특히 한미 안보 동맹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심할 여지 없이 작년 11월 한미가 신속하게 체결한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재협상을 원할 것이고, 한국으로부터 5배에서 10배까지 훨씬 더 높은 기여를 모색할 것이다.

한반도에서 미군 감축의 위협과 실제 가능성도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보다 훨씬 더 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도 전면 취소하거나 최소한 줄일 것이다.

미국의 조선 능력에 대한 투자와, 미국 LNG 파이프라인 프로젝트 참여는 잠재력이 있는 가능한 옵션이라고 본다.

한국은 미국 행정부, 의회, 민간 부문, 그리고 주(州) 차원에서 우군을 찾아야 할 것이다.

◇ 태미 오버비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 선임고문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한국 간의 관세 상황에 대해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한국의 최혜국 대우(MFN) 평균 관세율이 미국보다 4배 높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트럼프 대통령 1기 재임 때 개정까지 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한미 FTA 덕분에 양국 간 관세율은 매우 낮은 1% 미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발표 당시 예외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미국에 수입산 철강이 필수적이라는 점이 알려지면 어느 정도 조정은 이뤄질 것으로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 관계를 중요시하지 않고, 무역 적자를 불공정한 무역 관계의 지표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증가한 이유 중 하나는 한국기업의 미국 내 해외직접투자가 많이 증가했기 때문일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제조시설을 미국 내에 확대하면서 이들 공장에 보내는 중간재 수출이 증가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양질의 미국 일자리를 창출하는 미국 내 신규 공장에 부품을 공급한다는 이유로 그들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

현재 한국의 정치적 공백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협상할 상대가 없다는 독특한 문제를 가져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오히려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이 기간 트럼프 대통령이 고려할 수 있는 포괄적인 제안 패키지를 개발하고 정치적 혼란이 해결되면 새 한국 대통령이 즉시 패키지 논의를 위한 회담을 요청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제안 패키지에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방위산업 제품, 항공기 구매 확대가 포함될 수 있으며, 조선업, 알래스카 가스운송관 개발사업, 원전, 양자 기술, 인공지능(AI), 생명공학 분야에서의 협력 제안이 포함될 수 있다.

TSMC가 1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발표한 것처럼 패키지에는 매우 큰 금액이 들어 있어야 한다.

또한 현재 투자하고 있는 한국기업들의 추가적인 장기 투자계획도 포함돼야 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국 조선업 (PG)
[윤해리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pan@yna.co.kr, sshluck@yna.co.kr, bluekey@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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