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셜 트럼프 후폭풍... 국가 사칭 밈 코인 활개

권오균 기자(592kwon@mk.co.kr)

입력 : 2025.02.25 16:51:14
국가 기관 사칭한 ‘밈 코인’ 사기 주의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CAR’ 코인 시총 6억 달러 증발
아르헨티나 대통령 ‘리브라’ 홍보했다가 곤욕
사우디·말레이·버뮤다선 전현직 총리 사칭 사기극


밈 코인 사기와 시장 혼란을 강조한 분위기를 챗GPT가 표현한 이미지. <자료 = 챗GPT 생성 이미지>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서 밈 코인를 악용한 사기행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지난달 18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식 밈 코인 ‘오피셜 트럼프(Official Trump)’ 출시 이후 국가 지도자나 기관을 사칭한 밈 코인이 급증하면서 혼란이 키우고 있다.

24일(현지시간)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이달 들어 국가 지도자나 국가 기관이 연루되거나 이를 사칭한 밈 코인 사건이 5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지난 9일 국가 공식 밈 코인 ‘CAR’을 출시했다. 포스탱아르샹주 투아데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공식 X 계정을 통해 이를 홍보했으나, 이후 공식 웹사이트가 갑자기 사라지고 X 계정이 정지되면서 신뢰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새로운 웹사이트와 계정을 급히 개설했으나 의혹만 커졌다. CAR은 출시 후 단 이틀 만에 시가총액 6억 달러가 거의 다 증발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10일 0.56달러까지 치솟았던 CAR는 25일 0.016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지난 14일 ‘리브라(LIBRA)’ 코인이 자국의 소규모 기업과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프로젝트라고 언급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에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됐다가 단 몇 시간 만에 94% 폭락했기 때문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사기 의혹을 받아 형사 기소되는 등 논란에 휩싸였다.

버뮤다에서는 데이비드 버트 총리를 사칭한 X 계정이 등장했다. 해당 계정은 정부 공무원에게만 제공되는 ‘회색 인증 배지’까지 받았다고 꾸며댔다. 이후 ‘버뮤다 국가 코인’이라는 밈 코인을 발행 플랫폼 ‘Pump.fun’에서 홍보하며 투자자를 유인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무근이었다. 버트 총리는 즉각 X 측과 X의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에게 조치를 요청했고, 문제의 계정과 게시물은 삭제됐다. 다행히 해당 코인은 총 두 명의 구매자만 발생한 뒤 즉시 매도돼 추가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연례 법률 회의 X 계정이 해킹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커는 해당 계정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총리를 사칭하며 ‘KSA 코인’이라는 밈 코인을 홍보했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맛 전 총리 역시 가상자산 사기 세력의 표적이 됐다. 지난 5일 그의 X 계정이 해킹당해 ‘MALAYSIA’ 토큰이 홍보됐다. 유사한 사례로 지난 1월 19일에는 쿠바 정부의 공식 X 계정이 해킹돼 ‘CUBA’ 토큰이 홍보된 바 있다.

이러한 밈 코인 관련 사기는 권위에 기대려는 대중심리를 이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밈 코인과 관련된 특정 인물이 대중에게 강한 상징성을 가질수록 해당 밈 코인의 가치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종교적 아이콘 혹은 정치 지도자에 대한 집단적 숭배와 유사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도 자성이 나왔다. 지난 20일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는 밈 코인 시장에서의 내부자 거래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며 “이런 행위는 불법이며 감옥에 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2.25 20:10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