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이 안나는데 어떻게 사람 뽑나요”…기업들 덮친 성장·고용 쇼크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최예빈 기자(yb12@mk.co.kr), 이지안 기자(cup@mk.co.kr), 한재범 기자(jbhan@mk.co.kr)

입력 : 2025.01.24 07:36:51
내수부진·계엄 한파에
작년 성장률 2% 턱걸이
韓 저성장 고착화 우려

1분기 BSI 4년만에 최저
“추경·추가 금리인하 시급”


12일 서울 중구 명동 상점가에 폐점을 알리는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1.12 [한주형 기자]


만성 내수 부진에 정국 불안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3분기에 이어 또다시 0.1%에 그치면서다. 내수 경기 핵심인 건설산업 부진의 골이 깊어가고 기업 경기 전망도 악화일로라 올 상반기까지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23일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0.1%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지난해 11월 내놓은 전망치의 5분의 1 수준이다. 건설산업이 예상보다 부진했고, 지난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정국 불안 탓에 소비심리마저 위축되며 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게 됐다.

4분기 성장률 부진은 건설투자가 3.2% 역성장한 여파가 컸다. 건설투자와 더불어 내수 경기의 한 축인 민간소비 역시 0.2% 증가에 그쳤다. 앞서 한은은 0.5% 증가를 예상했는데, 소비심리가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증가폭이 둔화됐다. 다만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중심으로 1.6% 증가했다.



이승환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은 “4분기 부진의 핵심 원인은 GDP의 15%를 차지하는 건설업의 투자 감소”라며 “정국 불안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점도 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제성장률 부진은 추세적이고 구조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해 성장률을 분기별로 살펴보면 1분기 1.3% 깜짝 성장을 한 뒤, 2분기 0.2% 역성장했다. 이어 3분기와 4분기에는 연속 0.1% 성장에 그쳤다.

지난 한 해 경제성장률도 기존 전망치를 0.2%포인트 밑도는 2.0%로 집계됐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6~1.7%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 전망이 현실화하면 3년간 잠재성장률(2.0%)을 넘지 못하는 부진이 이어지게 된다.

경기 부진은 고용쇼크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국내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지난해 월평균 종사자는 2008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14만3000명(0.7%) 증가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이후 최소 증가폭이다.

산업별로 보면 최악의 불황을 겪는 건설업에서 종사자가 7만8000명(-5.3%) 줄었다. 도매 및 소매업(-0.8%), 숙박 및 음식점업(-0.7%)도 감소했다.

12일 서울 중구 명동 상점가에 폐점을 알리는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1.12 [한주형 기자]


한은은 올해도 수출, 건설, 민간소비 3개 부문 모두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올 하반기 정부의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본격 시행되기 전까지는 건설 경기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며 “(민간소비 부문에서도) 팬데믹이 끝났지면 예전처럼 저녁 회식을 하지 않는 등 대면 활동이 줄어든 상황이 고착화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방위 경제 부진에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얼어붙고 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1.4포인트 하락한 85.9로 집계됐다. CBSI는 100 이상이면 경기를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전망지수(BSI) 조사에서도 올 1분기 BSI는 전년 동기 대비 22포인트 하락한 61로 집계됐다. 4년 만에 최저치다.

이에 따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우리 경제는 성장 잠재력이 약화되면서, 경제 펀더멘털의 구조적 침하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이를 방치할 경우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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