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등장 이전인 120만년 전 아프리카에 살았던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도 사막 같은 극한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캘거리대 훌리오 메르카데르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17일 네이처(Nature) 자매 학술지 커뮤니케이션 지구 &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서 초기 호미닌(사람족) 유적지인 탄자니아 올두파이 협곡 엔가지 난요리의 고고학, 지질학, 고기후학 데이터를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초기 조상 인류가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 동부 아프리카의 가혹하고 건조한 환경에 적응해 살았음을 보여준다며 이런 적응 능력이 호모 에렉투스의 지리적 거주지 범위 확대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 호미닌이 사막이나 열대우림 같은 극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적응력을 언제 획득했는지는 상당한 논쟁거리였고, 이전 연구에서는 호모 사피엔스만 그런 적응력이 있었다는 결론이 많았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탄자니아 올두파이 협곡(Oldupai Gorge) 엔가지 난요리(Engaji Nanyori)의 생지구화학적 분석, 정밀 연대측정, 고기후 시뮬레이션, 생물군 모델링, 화재 역사, 고식물학적 연구, 동물 군집, 고고학적 증거 등을 종합해 당시 환경을 재구성했다.




엔가지 난요리는 호모 사피엔스 등장 이전에 살았고 호마 사피엔스보다 앞서 아프리카를 벗어나 이주한 호모 에렉투스가 거주한 고인류 유적지 중 하나다.

분석 결과 호모 에렉투스가 살았던 120만~100만년 전 엔가지 난요리는 사막에만 사는 식물 등이 서식하는 등 반사막 상태가 지속되는 극도로 건조한 환경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호모 에렉투스는 이런 환경에서도 연못 같은 담수가 있는 장소 등 강과 개울에 의해 만들어진 지형을 반복적으로 점유하고 수자원 등을 활용해 위험을 줄이면서 극한 환경에 적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호모 에렉투스는 소 등을 더 효율적으로 도살하기 위해 긁개(scraper)나 톱니 형태의 치형 도구(denticulates) 같은 특수한 석기도 개발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이 발견은 호모 에렉투스가 극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생태적 유연성을 가지고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결과는 호모 사피엔스만이 극한 생태계에 적응할 수 있었다는 이전 가설과 배치되며 호모 에렉투스도 극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적응력이 뛰어났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논문 공동 저자인 호주 그리피스대 마이클 페트라글리아 교수는 "호모 에렉투스는 150만 년 이상 생존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생존 기간이 약 30만 년인 현생 인류와 비교할 때 성공적으로 생존한 인류 종"이라고 말했다.

논문 제1 저자 겸 교신저자인 메르카데르 교수는 "호모 에렉투스의 성공은 환경과 기후 변화에 대한 뛰어난 적응력 덕분"이라며 이런 적응력이 호모 에렉투스가 아프리카와 유라시아의 건조 지역으로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출처 :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Julio Mercader et al., 'Homo erectus adapted to steppe-desert climate extremes one million years ago', https://www.nature.com/articles/s43247-024-01919-1 scitech@yna.co.kr(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