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보다 경기침체와 싸울때 … 돈 빨리 풀고, 금리 더 내려라"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입력 : 2025.01.09 18:12:00 I 수정 : 2025.01.09 22:24:56
4대 경제연구원장 경기 전망
16일 새해 첫 금통위 앞두고
금리 추가인하 필요성 공감
올성장률 1%중반 추락할수도
상저하고에 조기추경도 필요
"세금감면·지원금은 미봉책
구조조정 등 장기개혁 중요"






국내 4대 경제연구원 원장들이 정부의 경기 낙관을 질타하며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속도감 있는 재정집행을 주문했다. 경기 부진이 악화하는 가운데 오는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도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매일경제가 9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LG경영연구원, 산업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원장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은 상저하고 흐름이 뚜렷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추가경정예산도 빨리 편성해 경기에 온기를 불어넣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가 경제 성장을 낙관하고 긴축재정 기조를 고수한 결과 경기가 차갑게 식고 있다"며 정부 낙관론이 경기 침체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올해 한국 경제의 주요 리스크인 트럼프발 통상질서 재편 충격이 하반기보다는 상반기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추경을 포함해 재정을 넉넉하고 빠르게 투입해야 한다"면서 "찔끔찔끔 재정을 써서는 약효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영민 LG경영연구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취임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여기에 지난해 상고하저 경기 흐름의 기저효과가 예상되는 만큼 연초 정부의 기민한 움직임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원장은 "연초 상황이 수습되지 않으면 성장률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만큼 재정을 과감하게 풀지 않으면 정책 실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기 재정집행 확대와 함께 금리 인하를 통한 '쌍끌이' 경기 부양도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하며 통화정책을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했다. 경제연구원장들은 "한은이 지난해까지 높은 물가와의 싸움을 벌여왔다면 이제는 경기 하락과 싸움을 벌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내수 회복세가 약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지 않아 한은에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이 있다"며 "현 경제 상황에서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모두 경기를 부양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기업 경기도 좋지 않으니 한은이 완화적인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이끌어야 한다는 데 시장의 이견은 없다"고 했다. 권 원장은"통화정책이든 재정이든 기존보다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면서 "원화값 요인만 제하면 기준금리 인하를 조심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미국 현지에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올해 내내 금리를 동결하다가 연말에 이르러서야 0.25%포인트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며 "원화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금리 인하의 경기 부양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달 금통위에서는 동결한 뒤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에 방향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원장들의 올해 경제성장 전망은 암울하다. 김 원장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7%로 전망했다. 최근 정부 전망치(1.8%)보다 낮다. 김 원장은 "수출 둔화에 더해 가계소비, 건설투자, 설비투자 등 민간 부문 경제 활동마저 위축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부지출마저 위축되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 중반까지 내려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원장은 1.8%를 전망했고, 이 원장은 1%대 후반을 제시했다. 권 원장은 다소 낙관적인 2.1%를 제시하면서 "과거 탄핵 국면에 비춰볼 때 현 정국 상황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원장들은 올해 경제가 상저하고 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재정과 기준금리라는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가급적 이른 시기에 경기에 온기를 불어넣어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응급처방과 동시에 생산성 혁신과 한계기업 구조조정 등 중장기 구조개혁의 '골든타임' 역시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감액된 정부 예산 자체가 성장률을 깎아 내릴 텐데, 세금을 감면해주고 지원금을 지급하는 단순 방식으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칠 것"이라며 "미래형 첨단 혁신산업 등 성장 기여도가 높은 분야에 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원장은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중장기 전략하에 재정을 투입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지금은 민생경제가 워낙 바닥인 상황"이라며 "민생 지원 비중을 높인 재정지출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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