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가면 난 어떡하라고…"크리스마스에 떠난 여행이 악몽돼

할머니·손주까지 일가족 참변…패키지 특성상 가족 여행객 다수탑승자들 "여객기에 문제가 생겼다" 문자가 마지막 인사무안공항 대합실 유가족들 통곡·절규로 가득차
천정인

입력 : 2024.12.29 20:06:34 I 수정 : 2024.12.29 23:38:18


오열하는 유가족
(무안=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사고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2024.12.29 cityboy@yna.co.kr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정경재 나보배 김혜인 기자 = "나 혼자 어떻게 살라고…"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탑승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무안공항 대합실에는 비명과도 같은 날카로운 통곡이 울려 퍼졌다.

"이렇게 가면 나는 어떻게 하느냐"는 누군가의 절규는 같은 장소에 있던 다른 가족들의 마음에도 파고들었다.

가족을 잃은 진한 슬픔이 담긴 통곡과 절규가 이어지자 장내는 눈물바다가 됐다.

"살아있기만 바랐는데…"라고 혼잣말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가족, "얼굴이라도 보게 해주라며" 분통을 터트리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모두 황망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들 가족을 서로를 껴안거나 두 손을 맞잡고 서로의 슬픔을 달랬지만 터져 나오는 울음은 참을 수 없었다.

패키지 여행을 주로 다니는 전세기의 특성상 가족여행을 다녀오던 가족 간의 참변이 유독 많아 보였다.

일가족이 참변을 당한 60대 남성 A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형수와 그의 딸 부부, 부부의 어린 미성년 자녀들까지 3대에 걸친 일가족 5명이 사고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고 했다.

가족여행차 태국으로 떠났다가 주검으로 돌아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A씨는 "형수가 사고가 난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달려왔다"며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며느리들끼리 매년 해외여행을 함께 다녀올 정도로 화목했던 가족도 참변을 피하지 못했다.

연말을 맞아 추억을 쌓기 위해 크리스마스에 출발한 여행이 악몽으로 끝나버렸다.

유가족 B씨는 "지난해에도 같은 멤버로 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며 울먹였다.

오열하는 유가족
(무안=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사고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2024.12.29 cityboy@yna.co.kr

여객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가족 '단톡방'에 메시지를 받은 유가족도 있었다.

탑승자들은 기내에서 '조류 충돌' 내용을 안내받은 듯 '여객기에 문제가 생겼다'고 알리면서 별일 아닌 듯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이 농담을 마지막으로 메시지는 더는 이어지지 않았다.

대합실을 찾아온 박모(52) 씨도 친구의 사고를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친구가 얼마 전 해외여행 간다고 했는데 아침에 뉴스 보니까 비행기가 추락했다고 하더라"며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아서 답답한 마음에 공항에 왔는데 친구네 가족들이 여기 있는 걸 보니까 안 좋은 예감이 맞았던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뉴스를 보던 한 가족도 "아이고 어제 전화했는데…".

"놀러 간다고 그렇게 좋아하더니…"라고 말을 채 잇지 못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김모(33) 씨는 "언니가 저 비행기에 탔다"며 "그동안 늘 고생만 하다가 이제 형편이 나아져서 놀러 간 건데…"라고 울먹였다.

이날 오전 9시 5분께 무안국제공항에서는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했다.

항공기 기체는 충돌 후 꼬리 칸을 제외하면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불에 탔고, 전체 탑승자 181명 가운데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7명이 사망하고 2명은 수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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