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우리가 내고 결정은 미국이?”…3500억 달러 대미투자 펀드, 진짜 주인은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안두원 기자(ahn.doowon@mk.co.kr)

입력 : 2025.08.04 05:49:24
김용범 실장 “출자 5% 미만”
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
보증여력 확충이 최대 과제

‘마스가 프로젝트’ TF 가동
펀드 투자심사·운용사 선정
한미간 세부협상 남아있어


브리핑하는 김용범 정책실장 [사진 =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상호관세 타결 조건으로 추진하는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펀드와 관련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출자 비중은 5% 미만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투자처 발굴인 ‘딜소싱’부터 수익 배분까지 펀드의 큰 그림과 절차도 제시했다. 다만 프로젝트별로 수많은 펀드가 조성되고 운용될 수 있어 실사와 심사 과정부터 마지막 수익 배분까지 한미 간에 이견 조율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상당할 전망이다.

김 실장은 “3500억달러는 보증 한도라고 보는 게 제일 정확하다”며 “보증이 가장 주가 될 것”이라고 3일 KBS에 출연해 말했다. 보통 국내 기업 등이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국내 수출신용기관에서 대출과 보증을 제공한다. 펀드나 법인 등에 자본을 넣는 출자는 많지 않다. 수은과 무보의 보증은 사실상 한국 정부 보증과 동일하다. 글로벌 자금 조달(파이낸싱) 과정에서 대출 한도를 확대하고 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에 따라 수은과 무보의 대출·보증 여력 확충이 선행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투자펀드 규모인 3500억달러(약 486조원)는 무보가 계획한 올해 무역보험 지원 총액(252조원)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현재 무보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보증 여력을 얼마나 확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란 분석이 나온다.

무역보험의 재정건전성은 일반적으로 기금배수로 측정한다. 기금배수는 기금의 유효계약액을 기금 총액으로 나눈 값이다. 기금배수가 높을수록 기금보다 유효계약액이 많다는 의미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이 낮다는 것을 뜻한다. 무보의 기금배수는 최근 5년 연속 20배수를 넘어섰다. 다른 주요 선진국 무역보험기관들은 10배수 내외에서 기금배수를 관리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통상협의 [사진 제공 = 기획재정부]


무보의 보증 여력 확충이 필요한 대목이다. 무보 관계자는 “3500억달러 대미 투자펀드는 올해 안에 당장 집행해야 할 규모가 아니라 장기적 개념이라고 보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정부에서도 계약 체결 한도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보 보증 여력 확충에 민간 참여도 가능하다. 정부는 지난 5월 국무회의에서 무역보험 기금 재원에 민간기업 출연이 가능하도록 무역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3500억달러 펀드가 투자할 구체적인 프로젝트는 미국이 발굴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이 소유하고 통제한다”고 한 것은 이 부분을 가리킨다.

김 실장은 “사업 자체를 미국이 기획하고 발굴한다. 사업을 제시할 의무는 미국에 있다”며 “우리가 무조건 파이낸싱을 해주는 게 아니고, 심사를 해서 합리적이고 상업적으로 의미를 가지는 프로젝트여야 한다고 적어놨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가져온 프로젝트에 대한 실사와 투자 심사 과정에서 사업성이 떨어질 경우 한국이 금융 제공을 거절하는 사례도 다수 발생하며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1500억달러 조선협력(MASGA·마스가) 프로젝트용 펀드는 그럼에도 한국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김 실장은 “미국이 국내에서 건조하는 군함보다 훨씬 더 사양이 최신식이고 규모도 월등히 크고 핵심 기술을 장착한 군함을 만들어달라고 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사업에는 우리나라 조선소들과 민간 금융회사들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김용범 정책실장 [사진 =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마스가 프로젝트의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가 대형 조선업체와 조선협회 간에 구성됐다.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3대 조선사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최근 마스가 프로젝트를 뒷받침하기 위한 모임을 가졌다.

TF에는 회사별 임원과 직원이 한 명씩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조선업 재건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서 정부에 건의하고 정부가 구상 중인 사업에 대한 협력과 소통 창구의 역할을 상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90% 수익을 가져간다’는 주장에 대해 김 실장은 “미국과 우리나라 협상에서는 90%라는 표현은 없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개인 SNS에 그런 말을 했다”며 “이익이 났다는 건 괜찮은 프로젝트라는 뜻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2~3차로 (재)투자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부분에 대해 사모펀드업계 관계자는 “중요한 건 결국 펀드 수익 배분을 결정하는 R&R(역할과 책임)에 달려 있다”며 “수많은 펀드가 조성될 텐데 펀드를 운용하는 GP를 누가 맡게 될지도 관전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한편 쌀·소고기 등 농산물 추가 개방에 대해 김 실장은 “쌀과 소고기 추가 개방은 없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다시 한번 분명히 밝혔다. 향후 한미정상회담에서 농산물 개방 추가 요구가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통상과 관련된 사안은 이번에 다 마무리됐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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