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눈독' 파나마 항만 홍콩업체 전방위 압박에 '사면초가'

파나마 감사원 "2021년 운영권 계약 무효화해야"…법원에 제소파나마 대통령 "공공·민간 파트너십 꾸려 운영권 인수할 수도"
이재림

입력 : 2025.08.01 04:32:54


29일(현지시간) 파나마 운하 통과하는 화물선
[파나마시티 AP=연합뉴스.재판매 및 DB 금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파나마 운하 내 항만을 관리하는 홍콩계 업체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운하 환수 움직임과, 운영권 매각을 둘러싼 중국 정부의 견제에 이어 파나마 대통령과 감사 당국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으며 사면초가에 몰리는 형국이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CK허치슨홀딩스 자회사 간 2021년 운영권 양허 연장 계약 효력에 대해 감사원이 법원에 무효화를 청구했다"며 "법원에서 무효 결정을 내릴 경우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꾸려 운영권을 인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CK허치슨홀딩스는 1997년 입찰을 통해 파나마 운하 내 5개 항구 중 발보아 항구(태평양 쪽)와 크리스토발 항구(대서양 쪽)를 자회사인 파나마 포트 컴퍼니(PPC) 운영 하에 두고 있다.

관련 운영권은 2021년 갱신 계약을 통해 2047년까지(2022년부터 25년간) 연장됐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취임 직후 "파나마 운하가 중국 영향력에 놓였다"고 주장하면서, 양국 간 조약을 통해 1999년에 넘긴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환수하겠다고 선언했다.

공교롭게도 그로부터 한 달여 지난 3월께 CK허치슨홀딩스는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 사업 부문을 미국계 자산운용회사인 블랙록·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GIP)·TiL 그룹 컨소시엄(블랙록 컨소시엄)에 넘기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홍콩 재벌 리카싱 가문의 소유인 CK허치슨은 중국 당국과는 상관없는 민간 기업이지만, 국제사회에서는 '트럼프 압력'이 매각 계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자 이번엔 중국 측에서 CK허치슨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개시하는 한편 운영권 매각 협상에 중국 국유 해운사를 참여시키는 방안을 논의하며 걸고 넘어졌다.

이런 흐름 속에 CK허치슨과 블랙록 컨소시엄 간 독점적 우선협상 기간(145일)은 만료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파나마 군과 합동 훈련하는 미군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금지]

양국 간 힘겨루기 양상에 '친미 성향'의 물리노 파나마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언사에 반발하는 모습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실무적으로는 미국 측에 유리한 쪽으로 파나마 운하 운영 기조를 삼은 듯한 행보를 보인다.

운하 일대에서 미군과 정기적으로 합동 군사훈련을 확대 시행하기로 한 파나마 정부는 트럼프 정부 2기 출범일인 지난 1월 20일 당일부터 CK허치슨홀딩스 자회사를 상대로 1997년 운하 운영권 입찰 계약 이후 최초로 감사를 착수해, 결제 불이행과 회계 오류 등 법 위반 사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아넬 플로레스 파나마 감사원장은 지난 4월 '라디오파나마' 인터뷰에서 "파나마 포트 컴퍼니의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 건은 파나마 역사상 최악의 강도 사건"이라며 "최근 24년 동안 우리에게 12억 달러(1조7천억원 상당) 이상의 손실을 입혔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플로레스 감사원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도 "관련 계약은 매우 부당했으며 국익을 훼손했다"고 지적한 뒤 "파나마 운하 항만은 파나마의 것이며, 파나마 자산으로 외부 기관들의 미래를 협상하는 건 옳지 않다"고 CK허치슨 측과 블랙록 컨소시엄 간 계약 추진을 비판했다고 현지 일간 라프렌사파나마는 보도했다.

파나마 운하 발보아 항만 전경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 파나마 운하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지름길인 파나마 운하는 1903년 헤이-부나우 바리야 조약(Tratado Hay-Bunau Varilla)을 통해 신생 독립국이었던 파나마로부터 운하 지역 운영·통제권을 영구 임대한 미국에서 공병대를 동원해 완공했다.

1914년 8월 15일 증기선 안콘 호가 처음으로 운하를 통항(통행)하면서 정식 개통했으며, 1977년 토리호스-카터 조약 체결에 따라 1999년 12월 31일 정오를 기해 파나마 정부가 운하를 전면 통제하게 됐다.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기준 미국(1억5천706만t·톤), 중국(4천504만t), 일본(3천373만t), 한국(1천966만t) 선적 선박 등이 주로 이곳을 이용했다.

파나마 운하 매출은 파나마 국내총생산(GDP)의 3∼4% 수준이다.

주요 항만은 총 5개가 있다.

콜론 컨테이너 터미널(에버그린 해운·대만), 만사니요 국제 터미널(SSA 마린·미국), 크리스토발 항만(파나마 포트 컴퍼니·홍콩), 발보아 항만(파나마 포트 컴퍼니·홍콩), PSA 파나마 국제터미널(PSA 인터내셔널·싱가포르) 등이다.

walde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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