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필요없는 2가지…‘경쟁과 암기’ 한국교육 대전환 절실”

이진명 기자(lee.jinmyung@mk.co.kr),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입력 : 2025.07.30 22:38:24
윤종규 前KB금융 회장에게 한국의 미래를 묻다
대담=이진명 경제부장


윤종규 KB금융그룹 전 회장. [이승환 기자]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현 고문)을 오랜만에 만났다. 벌써 퇴임한 지 1년8개월이다. 경영 최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 무슨 생각을 하고 지냈느냐는 물음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돌이켜보니 나는 참 행복한 시대를 살았다. 먹을 것을 걱정하던 시대에서 이제 어떻게 하면 덜 먹을까를 고민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어제보다 오늘이 낫고 오늘보다 내일이 나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살아왔다. 그런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할 자신이 지금은 없다. 그래서 젊은 친구들에게 미안함이 크다. 어떻게 하면 우리 후배들과 자식 세대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가장 큰 것이 저출생 문제 아닌가.

▷베이비붐 세대가 한창 많이 태어날 땐 연간 100만명 가까이 태어났다. 그게 지금은 4분의 1 토막이 나 있다. 여기에서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성장률 줄어드는 것, 그러니까 부족한 노동력을 어떻게 메꿀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고, 두 번째는 인공지능(AI)시대 새로운 노동환경에서 일할 사람들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 하는 문제다. 첫 번째 문제부터 보면 사실 우리에게는 잘 훈련된 베이비붐 세대가 충분히 있다. 여성 잉여인력도 적지 않다. 이 사람들이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재교육이라든가 여건을 잘 만들면 된다. 모자라는 부분은 외국인 인력으로도 채울 수 있다. 오히려 AI 시대에 맞는 다음 세대를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AI 시대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하나.

▷지금 우리 교육은 ‘경쟁’과 ‘암기’ 두 축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인구 감소로 경쟁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사회와 기술이 복잡다단해지면서 경쟁보다 협업이 더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다. 또 AI 시대에는 암기가 필요 없다. 추론과 창의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러니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의 교육은 이제 곧 쓸모가 없어진다. 토론하고 협업하는 걸 어릴 때부터 가르치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6-3-3 편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우리 세대는 국민학교에 가서 처음 글을 배웠지만, 요즘 애들은 초등학교에 가기 전에 한글은 물론이고 영어, 수학도 하고 가지 않나. 그러니 12년 편제를 5-3-2 라든가 해서 10년으로 단축해도 괜찮다고 본다. 그렇게 사회에 나오는 시간이 빨라지면 노동력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대학 교육도 경쟁력이 떨어졌다.

▷AI 시대에 암기 경쟁으로 딴 대학 졸업장이 의미가 있겠나. 더구나 대학마다 졸업장의 가치에 차이가 있을까. 그나마 지금까지는 좋은 대학을 나오면 취직이 잘된다는 암묵적인 기대감이라도 있었는데 앞으로는 그것도 아니고. 이제 대학도 바뀌어야 한다. 새 정부가 서울대 10개를 이야기하던데, 차라리 전국 국공립대를 캠퍼스별로 특화시키고 서울대 하나로 만드는 게 낫지 않겠나 싶다. 지방 활성화도 하고, 간판에 대한 서열화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교육 부담 때문에 애를 안 낳는다는 사람들 많다.

▷지금 초중고 무상교육을 하고 있는데, 유치원하고 보육까지 완전히 무상으로 하면 어떨까. 그걸 국가가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하면 좋겠다. 전적으로 책임을 지면 부모들이 안도감을 느끼지 않겠나. KB에 있을 때, 매년 150억원씩 5년간 750억원을 내서 교육부와의 매칭 프로그램을 통해 1400억원 정도 만들어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700여 개, 방과후학교 1500개 정도를 운영해 봤다. 그렇게 되면 여성들이 일할 기회가 훨씬 늘어나고, 어린 자녀를 둔 사람들은 퇴근이 늦어도 문제가 없다. 어린이집도 같이 하고 싶었는데, 그건 보건복지부 소관이라 못해서 아쉬움이 남았는데, 앞으로 유보 통합을 해서 운영하면 좋겠다.

-인구 감소 때문에 국방력이 위축된다는 걱정도 있다.

▷이제 남녀가 공히 군 복무를 하는 방식도 고민할 때가 됐다. 쉽지 않은 문제지만 자꾸 미룰 수만도 없다. 공론화를 해 컨센서스를 모을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몸으로 때우는 군대만 생각했는데, 이제 머리를 쓰는 군대가 되고 있다. 남자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남녀가 모두 군 복무를 하는 이스라엘은 군 생활이 꼭 낭비가 아니라 향후 커리어를 시험할 좋은 기회가 된다고 들었다. 한국도 군에서 투자나 창업 종잣돈을 마련해 나온다는 얘기가 들린다. 우리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 아닌가. 군 복무를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점도 있다.

-일자리 창출 생각도 해보셨나.

▷산업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산업이 잘돼야 일자리가 생기는 거니까. 산업 구조조정은 두 가지 트랙이 있다. 신성장동력을 찾는 것과 한계기업·한계산업을 구조조정하는 것이다. 신성장동력은 AI 트랜스포메이션과 그린트랜스포메이션에서 찾아야 한다. AI는 데이터산업, 양자컴퓨터 등 다 연결돼 있다. ‘그린’은 신재생에너지 등 연관 산업이 많다. 바이오산업은 그린과 AI 양쪽에 모두 걸리는 산업이다. 이쪽 분야에서는 앞으로 미국·일본·독일·한국 정도에게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과거에는 경쟁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경쟁력을 잃어버린 한계산업과 한계기업을 도려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야 새살이 돋는다. 정부가 그렇게 방침을 세운 것 같아 다행인데, 속도감 있게 진행해주길 바란다.

-AI 시대에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듯한데.

▷일자리는 앞으로 3차산업 비중이 훨씬 커질 것이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비제조업 부문 일자리가 70% 이상이다. 우리도 점차 비제조업, 서비스 부문 경쟁력 어떻게 높일 것인지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관광을 한번 보자. 명동에 나가면 외국인들이 정말 많은데 재방문율은 하위권이다. 불친절에, 바가지요금에…. 그런데 근본적으로 고칠 것도 있어 보인다. 4대강 전국 자전거길이 연결돼 있는데, 따릉이는 서울만 된다. 경기도에 가면 또 다른 시스템의 자전거가 있는데 연계가 안 된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코리아에 관광을 온 것이지 서울에 오고 경기도에 온 게 아니지 않나. 경복궁에 가면 방 하나하나마다 온갖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다. 이걸 제대로 구현하고 소개하지를 못하니, 정말 재미없는 관광지가 됐다. 사진 찍는 것 말고 할 게 없다.

-혹시 스테이블코인에도 관심이 있나.

▷과잉 기대다. 트럼프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고 있는 미국은 이유가 있다. 달러 패권을 연장해야 하고, 재무부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우회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며, 넘쳐나는 국채도 소화해야 한다. 게다가 달러 결제 수요가 많다. 외국인들은 미국에서 계좌를 만들기가 어렵고, 계좌 유지 수수료도 높기 때문에 쉽게 달러 결제를 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은 외국인들의 원화 결제 수요가 많지 않다. 국내 결제는 계좌나 페이, 카드가 너무 편리해서 굳이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할까 싶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과잉 기대라고 본다. 반면에 불의의 사고가 생기면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이 우려된다. 굳이 해야 한다면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하나, 네이버나 카카오 등 신뢰할 만한 선불페이 업체 하나 이렇게 시작해보고 차차 확대해 나가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

안정훈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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