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사님 주소가 왜 나와?” 소비쿠폰 사용처 검색하니 개인사업자 정보가 버젓이

김송현 기자(kim.songhyun@mk.co.kr), 이수민 기자(lee.sumin2@mk.co.kr), 최원석 기자(choi.wonseok@mk.co.kr)

입력 : 2025.07.30 09:48:28 I 수정 : 2025.07.30 17:19:04
‘민생회복 소비쿠폰’ 가맹점 조회서
개인사업자 실명·주소 그대로 노출
‘자택 주소 사업지로 등록’ 고려 안해
2020년 재난지원금 당시 사태 재발

카드사, 개인택시 정보 급히 숨겼지만
과외·용달 등 사업자정보 여전히 공개


30일 하나카드 애플리케이션에서 ‘개인택시’를 검색하자 개인택시 사업자의 실명과 자택 주소가 노출돼 있는 모습. [하나카드 애플리케이션 캡처]
정부가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 중인 가운데 각 금융사의 소비쿠폰 가맹점 안내 시스템에서 일부 개인사업자들의 자택 주소와 실명 등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0년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벌어진 사태가 재현되며 개인정보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금융사의 민생소비 회복쿠폰 가맹점 조회 시스템에 ‘개인택시’, ‘개인과외’ 등 개인이 운영하는 사업을 입력하면 사업자 실명과 자택 주소 등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하나카드, BC카드 등 카드사들이 제공하는 ‘민생소비 회복쿠폰 가맹점 찾기’ 서비스를 통해 ‘개인택시’를 검색하자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택시 기사들의 집주소 등 개인정보가 노출됐다. 이들 상당수는 자택을 사업자 등록지로 기재한 개인사업자들이다. 해당 기사들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나 빌라 등의 자택 주소가 드러났고, 일부 건은 차량번호까지 함께 공개돼 신원 식별이 가능한 수준이다.

30일 BC카드와 광주은행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가맹점 찾기’ 서비스에서 ‘개인택시’를 검색하자 개인택시 사업자의 실명과 자택 주소가 노출돼 있는 모습. [BC카드 홈페이지 캡처]
BC카드가 민생쿠폰 업무를 대행하는 지방 금융사의 민생소비 회복쿠폰 사용처 조회 서비스에서도 개인택시 사업자들의 이름과 함께 사업자 번호, 주소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러한 개인정보 노출은 개인택시 등 일부 개인사업자들의 집 주소가 가맹점 주소로 등록됐기 때문이다. 현재 카드사의 ‘가맹점 찾기’ 서비스는 정부 부처가 제공하는 가맹점 목록을 사용하고 있다. 해당 목록이 가맹점의 주소를 일괄 노출하는 등 개인사업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고 이를 각 카드사가 그대로 노출시키며 다수 개인사업자의 민감 정보가 공개된 것이다.

29일 우리카드 애플리케이션에서 ‘개인과외’를 검색하자 개인과외 사업자의 실명과 자택 주소가 노출돼 있는 모습. [우리카드 애플리케이션 캡처]
29일 롯데카드 애플리케이션에서 ‘개인과외’를 검색하자 개인과외 사업자의 실명과 자택 주소가 노출돼 있는 모습. [롯데카드 애플리케이션 캡처]
금융사들은 관련 사실을 인지한 뒤 순차적으로 조치에 나섰지만, 개인택시를 제외한 개인사업자들에 대한 보호 조치는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태다. 다수 카드사에서 개인택시 사업자의 개인정보는 숨김 처리 됐으나 개인과외·용달 등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타 업종 가맹점주들은 집주소가 여전히 공개된 상황이다.

이 같은 개인정보 노출 사태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한 차례 벌어진 바 있다. 일부 카드사의 긴급재난지원금 가맹점 조회 사이트에서 개인택시의 번호와 기사의 집 주소, 휴대전화 번호가 그대로 공개됐던 것이다. 당시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와 협업해 카드사에 지침을 내릴 수 있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나 약 5년 만에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재 가맹점 조회 기능은 정부 부처에서 제공하는 목록을 그대로 사용 중”이라며 “이번에도 정부가 제공한 목록에 개인사업자들의 실명과 집 주소가 그대로 노출됐고, 카드사들도 재차 확인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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