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이자놀이’ 경고에…은행들 부동산대출 벽 높인다
김정환 기자(flame@mk.co.kr), 김혜란 기자(kim.hyeran@mk.co.kr)
입력 : 2025.07.28 20:56:30
입력 : 2025.07.28 20:56:30
李대통령 ‘이자놀이’ 경고에
당국, 자본규제 전면 재검토
신규 주담대 확대 제동걸기
부동산금융 영업관행에 경종
금융권 “AI 100조 펀드 협력”
기업투자땐 규제완화 건의도
당국, 자본규제 전면 재검토
신규 주담대 확대 제동걸기
부동산금융 영업관행에 경종
금융권 “AI 100조 펀드 협력”
기업투자땐 규제완화 건의도

정부가 신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문턱을 높여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돈줄을 죈다. 동시에 인공지능(AI)·반도체·벤처기업에는 원활히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금융회사에 적용하는 자본 규제를 전면 재검토한다. 이를 위해 생산적 금융 전환을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을 향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 놀이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시기를 바란다”고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사들은 기업 투자 확대와 관련해 정부가 추진 중인 100조원 규모 첨단산업펀드 조성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권대영 부위원장과 조용병 전국은행연합회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등 협회장이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금융 전환 방안을 논의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은 ▲생산적 금융 전환 ▲100조원 규모 첨단산업펀드 조성 ▲투자 제도 개선책을 집중적으로 협의했다.
핵심은 은행권은 주담대 위주 영업에서 탈피해 첨단·벤처기업 투자를 늘리고, 금융투자업계는 모험자본을 공급하며 저축은행은 지역 소상공인 금융기관으로 역할을 재정립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주담대에 적용하는 자본 규제를 강화해 부동산으로 과도하게 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막기로 했다. 신규 주담대에 대한 위험가중치 하한선을 15%에서 25% 선으로 높여 대출을 줄이는 방식을 통해서다. 당국은 모든 주담대가 아닌 신규 대출에 한해 강화된 규제를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대신 기업 여신이나 벤처투자에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대출 위험가중자산(RWA) 산정 개편에 나섰다. 외환 리스크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완화하는 방안을 놓고도 검토에 들어갔다.
금융사들은 자산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당국의 규제를 받는다. 자본비율은 위험 자산을 가중 평가해 총자산을 산출하고, 총자산에서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 구하는데 위험가중치가 높아지면 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권 부위원장은 “그동안 금융권이 부동산 금융과 담보·보증 대출에 의존하고 손쉬운 이자 장사에 매달려 왔다는 국민의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며 “금융이 시중 자금의 물꼬를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산업과 벤처기업, 자본시장, 소상공인 등 생산적인 영역으로 돌려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뒷받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협회장들은 향후 조성될 100조원 규모 첨단전략산업기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정부는 한국산업은행 산하에 50조원 규모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조성하고 금융권 등 민간 자금을 통해 이를 100조원까지 증액한다는 계획이다. 이 재원은 AI를 비롯한 첨단산업 인프라스트럭처, 반도체 설비 직접투자, 바이오 등 초장기 기술투자펀드를 지원하는 데 투입된다.
이날 금융권은 기업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와 기업 주식과 펀드 투자 시 적용되는 RWA 규제를 풀어 달라고 건의했다. 현재 금융기관이 기업 주식·펀드에 투자할 경우 RWA가 400%로 적용되는데, 업계는 이를 100% 선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권 부위원장은 “금융회사가 생산적 투자에 나서는 데 장애가 되는 법과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 과감하게 바꾸겠다”며 “시대 여건에 맞지 않는 위험가중치 등 건전성 규제를 포함해 전반적인 업권별 규제를 조속히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