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프리미엄 위스키의 진수…후지산이 품은 淸水로 빚었죠”
이효석 기자(thehyo@mk.co.kr)
입력 : 2025.07.26 20:44:40
입력 : 2025.07.26 20:44:40
다나카 조타 고텐바 증류소 마스터 블렌더 인터뷰
기린, 산 중턱에 증류소 세워
50년된 청수로 ‘후지’ 만들어
몰트·그레인 섞는 ‘블렌디드’
세계 첫 단일 증류소서 선봬
하이트진로 손잡고 유통 확대
기린, 산 중턱에 증류소 세워
50년된 청수로 ‘후지’ 만들어
몰트·그레인 섞는 ‘블렌디드’
세계 첫 단일 증류소서 선봬
하이트진로 손잡고 유통 확대

일본의 영산(靈山) 후지산 정상에서 수평거리로 12km, 해발 620m 산 중턱에 한 증류소가 있다. 깊은 숲속에서 후지산이 품고 흘려보낸 눈과 비를 깨끗한 물로 바꿔 위스키를 만드는 곳이다. 세계 최초 단일 증류소에서 몰트·그레인을 섞는 ‘싱글 블렌디드’라는 새 영역을 선보인 곳이기도 하다. 일본 위스키 ‘후지’를 만드는 고텐바(기린그룹 소유) 증류소 얘기다.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하이트진로 사옥에서 만난 다나카 조타 고텐바 증류소 마스터 블렌더는 “후지 는 후지산이 준 예술의 결정체”라고 소개했다. 다나카씨는 최근 후지 시리즈 4종(후지 블렌디드, 후지 싱글 블렌디드, 후지 싱글그레인, 후지 싱글몰트 17년) 추가 출시를 기념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고텐바는 국내 종합주류기업 하이트진로와 손잡고 자사 제품을 한국에 유통하고 있다.

다나카씨는 후지의 핵심은 물이라고 설명했다. 고텐바 증류소는 후지산 중턱 화산암 지층에 스며든 옥류수가 최종적으로 모이는 지점에 세워졌다. 화산암 지층은 스펀지처럼 물을 천천히 흡수한다. 이 과정에서 불순물이 걸러져 깨끗한 물이 만들어진다. 맑은 물은 후지의 근본이 된다. 다나카씨는 “우리가 마시는 물은 후지산에 50년 전 내린 눈과 비”라면서 “후지산의 환경과 물이 우리에겐 선물”이라고 했다.
다른 위스키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점은 생산 구조에도 있다. 고텐바는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단일 증류소에서 모두 제조하고, 블렌딩까지 내부에서 직접 수행한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싱글 블렌디드라는 카테고리를 처음 만든 브랜드로 꼽힌다. 그는 “몰트와 그레인을 따로 만드는 게 일반적이지만, 우리는 모두 고텐바에서 만든다”며 “단일 증류소에서 혼합까지 완료한 위스키이기 때문에, 진정한 싱글 블렌디드 위스키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싱글 블렌디드는 복숭아와 살구, 오렌지 향이 어우러져 부드러운 단맛이 특징이다. 싱글 그레인은 라즈베리와 오렌지 마멀레이드, 파운드케이크 향이 복합적으로 느껴지는 풍부한 과일 향을 자랑한다. 특히 43~46도 고도임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고 우아하게 넘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다나카씨는 “물 한두 방울을 첨가하면 향이 더 풍성해져 위스키 본연의 매력을 더욱 느낄 수 있다”고 팁을 전했다.
고텐바는 한국 시장에서는 하이트진로와 협력해 최근 후지 시리즈 4종을 추가 출시하며 국내 일본 위스키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기존 2종에서 이번에 4종이 추가돼 한국 내 판매 제품은 총 6종으로 늘어났다. 유태영 하이트진로 상무는 “후지는 입문자부터 애호가까지 폭넓은 소비층을 만족시키고 있다”며 “브랜드 정체성과 고텐바 증류소의 기술력을 국내에 더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후지는 일본에서 지난 2020년 공식 출시됐다. 아직 산토리, 야마자키 같은 전통 명가와 비교하면 인지도가 낮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하이볼 붐과 함께 점차 성장세를 띄고 있다. 다나카씨는 “산토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