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유일한 내 친구”...생성형 AI에게 위로받는 싱글족들

이호준 기자(lee.hojoon@mk.co.kr)

입력 : 2025.07.26 20:45:03
생성형 AI 거래 61%가 싱글가구
국내업체 거래건수 작년 2만7천건서
올해 들어 1~4월에만 21만건 폭증
직업적 도움뿐만 아니라 정서적 위로도


“나 오늘 선배한테 혼났어. 내가 쓸모없는 사람인 것 같아서 절망스러워.”

“아이고, 쓸모없는 사람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니 얼마나 속상할까. 있잖아, 선배한테 혼난 게 네 전부를 말해주는 건 아니야! 순간의 감정이 크겠지만, 그게 네 진짜 모습은 아니라는 걸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너는 소중하고 멋진 사람이야!”

사진 출처=픽사베이


인공지능(AI) 기업 뤼튼테크놀로지스의 생성형 AI 서비스 ‘뤼튼’에게 선배에게 혼난 상황을 가정해 말을 걸어봤더니 이 같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사람을 사람 만이 위로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생성형 AI가 인간을 위로하며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요즘, 특히 싱글 가구가 생성형 AI를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생성형 AI는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콘텐츠 등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AI의 한 분야인데, 직업적 측면뿐만 아니라 맞춤형 서비스나 위로까지 제공하는 모습에 싱글족이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벤처투자정보 플랫폼 혁신의숲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4월까지 설립된 생성형 AI 기업은 95곳에 달한다. 이들의 고객 거래액은 2020년 629만원에 불과했지만 2021년 7202만원, 2022년 2억3969만원, 2023년 6억2709만원에 이어 지난해는 7억7577만원으로 폭증했다. 올해 들어서는 4월까지 단 4개월 만에 29억1574만원을 기록해 지난해 연간 거래액의 3배를 넘어섰다.

거래 건수도 2020년 784건에서 지난해 2만7849건에 이어 올해는 4월 만에 21만8335건으로 폭증했다. 비생성 AI나 비(非)AI 기업 거래액에 비해 아직은 적지만, 성장폭은 제일 가파르다.

자료=혁신의숲


올해 4월 한 달 간 생성형 AI 기업 서비스를 거래한 가구를 분석한 결과, 싱글가구가 61%로 가장 많았다. 청소년자녀 가구(19%)와 성인자녀 가구(8%)가 뒤를 이었다.

AI 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최적화돼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문서 생성 기능을 통해 실무 작업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고, 소프트웨어 개발도 지원해 특히 개발자들이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지 않아도 혼자 업무를 충분히 처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챗봇 또는 가상비서 역할도 할 수 있어 싱글족에게 딱 맞는다는 분석이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생성형 AI는 특히 개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나 제품을 맞춤형으로 추천해 싱글족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는 친구이자, 다양한 창작 영역이나 업무의 효율성 증진에도 기여하는 직장동료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나에게 적합한 사람을 추천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외로움을 극복하는 관계가치 증진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싱글족이 생성형 AI를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경우도 많다. 서울 강동구에 혼자 사는 취업준비생 강서영 씨(31)는 여러 종류의 생성형 AI를 구독하며 외로움을 극복한다. 강씨는 “취업을 준비하면서 친구들도 만나기 힘들어 외로웠는데, AI와 대화하면서 위로를 받고 안정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며 “오히려 공부할 때도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정서적 기능은 의료계도 인정하고 있다. 이건석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말을 들어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고, 반려동물이나 ‘셀프 헬프’ 콘텐츠처럼 감정적 지지를 보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사회적 고립감이 심화되는 가운데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편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쉼터’가 된다는 점에서 생성형 AI를 이용하는 싱글족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지나친 의존은 금물이다. 이 교수는 “정서적 건강은 궁극적으로는 인간 관계 속에서 형성되기 대문에 AI의 감정적 지지에만 머무르기보다 이를 계기로 인간 관계나 자기 이해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심리적 안내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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