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4년 설움 끝내나…스테이블코인 올라타고 '질주'

김용영 엠블록컴퍼니 기자(yykim@m-block.io)

입력 : 2025.07.25 15:56:30
'가상화폐 시총2위' 이더리움 상승세







비트코인에 이어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이 때아닌 호재를 만났다.

미국이 법령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유통을 정식으로 허용하면서 이에 기반한 디지털 금융의 인프라로 이더리움이 주목받고 있다. 시장은 벌써부터 반응하고 있다.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는 기관투자자들의 대규모 매수로 최근 하루에 1조원의 자금이 순유입되기도 했다.

스테이블코인 호재와 자금 유입으로 이더리움이 4년간 이어진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을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3700달러 수준인 이더리움 가격이 올해 말에는 최고 1만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목표가를 제시하고 있다.



테라 사태-FTX 파산 타격 여전

이더리움은 현재 시가총액이 약 617조원으로 비트코인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상화폐다. 비트코인이 탈중앙화 속성에 따른 가치 저장 수단의 대표 코인이라면, 이더리움은 탈중앙화 금융 등에 필수인 스마트 콘트랙트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블록체인 플랫폼 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차이 때문에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면 이더리움은 디지털 구리 또는 디지털 원유라고 호칭되기도 한다.

두 코인 모두 가상화폐의 필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주자들이지만 지금까지 운명은 서로 엇갈렸다.

비트코인이 지난해 1월 현물 ETF 출시 이후 3배 가까이 오른 데 비해 이더리움은 2021년 11월 4900달러(당시 약 550만원)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4년 가까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연말 환율 급등으로 원화로는 560만원까지 올랐지만 달러 기준으로는 여전히 4000달러를 밑돈다. 지난해 7월 이더리움 현물 ETF도 출시됐지만 비트코인과는 다르게 가격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는 이더리움이 스마트 콘트랙트를 지원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다양한 서비스가 활성화돼야 쓰임새가 높아진다는 특성에 기인한다. 최고가를 기록한 2021년은 이른바 '이자 농사'라고 불리는 탈중앙화 금융 붐이 가장 크게 불었을 때다. 이후 2022년 테라 사태와 FTX 파산 사건으로 직격탄을 맞아 탈중앙화 금융을 둘러싼 거품이 꺼진 뒤 대체불가토큰(NFT), 밈코인 등이 인기를 얻을 때에도 이더리움 가격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다.





스테이블코인 열풍, 기관 매수 촉발

하지만 최근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과 실물자산토큰화(RWA) 같은 새로운 서비스의 출시는 이더리움에 이전과 다른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특히 그동안 가상화폐 시장을 주도한 트렌드가 개인투자자들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번 스테이블코인 트렌드는 전통 금융을 포함해 기관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게 차이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선도하는 미국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상·하원 국회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을 체계화한 법안인 지니어스 액트를 통과시키면서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등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공식 발표했다.

여기에 월마트와 아마존, 구글, 메타 등도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결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 금융과 빅테크 기업이 모두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인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량이 늘어나면 이더리움이 가장 큰 이득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 정보 제공 서비스인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2620억달러(약 361조360억원)다. 이 중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이용한 스테이블코인은 1300억달러에 달한다. 점유율이 약 50%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개별 스테이블코인만 봐도 상황은 유사하다. 전 세계 1위 스테이블코인 사업자인 테더가 발행한 USDT와 2위인 서클의 USDC 모두 이더리움을 주요 발행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즉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성장할수록 이더리움 네트워크 수수료 수익과 활용도가 증가하는 구조여서 최근 불고 있는 스테이블코인 열풍이 이더리움에 직접적인 수혜로 작용하는 형국이다.

여기에 가장 크게 반응하는 주체는 기관이다.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기대로 비트코인 현물 ETF를 대거 매수했던 기관투자자들은 최근 들어 이더리움 현물 ETF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이더리움 현물 ETF에 하루 동안 1조원의 자금이 순유입돼 ETF 출시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거래량도 3조5880억원으로 급증해 가격 상승을 뒷받침했다.



"올해 최고 1만달러까지 상승 가능"

가상화폐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이더리움이 1만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약 3700달러인 현 가격의 2.7배까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미국을 필두로 한 스테이블코인 붐으로 ETF를 통한 자금 유입이 본격화된다는 게 근거다.

이더리움 ETF 총순자산은 7월 기준으로 약 25조3500억원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209조2000억원대인 것에 비하면 8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기관투자자들의 유입을 감안할 때 연말까지 이더리움 ETF의 순자산은 40조원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는 네트워크 수수료 수익 증가다. 이더리움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거나 거래할 경우에는 사용 대가인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더리움에서 발생하는 연간 수수료 수익은 2023년 2조4840억원에서 지난해 3조1740억원으로 약 28% 증가했다. 이 중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3%로 주요 수익원으로 작용한다.

이더리움 투자와 관련한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2021년 탈중앙화 금융 붐이 불었던 당시 가격을 넘어서려면 이더리움을 둘러싼 개발자, 사용자 생태계가 활성화돼야 하는데 아직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지난 3월 이더리움의 올해 말 가격 전망을 1만달러에서 4000달러로 낮추고 스테이블코인과 같이 스마트 콘트랙트의 활용처가 늘어나더라도 수수료가 더 저렴한 레이어2가 수혜를 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솔라나, 수이 등 이더리움 킬러를 표방한 경쟁자들이 늘어난 것도 부정적이라는 평가다.

[김용영 엠블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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