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장사’ 대신 보험·외환에 힘줬다…KB금융 사상 최대 순이익 비결은
김정환 기자(flame@mk.co.kr), 홍혜진 기자(hong.hyejin@mk.co.kr)
입력 : 2025.07.25 07:32:06
입력 : 2025.07.25 07:32:06

KB금융그룹이 알짜 대출과 비이자 수익을 늘리며 올해 2분기에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기준금리가 떨어지며 경영 환경이 악화했지만, 은행·보험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고루 성장하며 분기와 반기 기준 모두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KB금융은 올 2분기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이 1조7384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24일 밝혔다. 당초 시장 전망치(1조6413억원)를 웃도는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이자이익이 줄었지만, 전체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0.3% 늘며 실적 ‘수성’에 성공했다.
실적 개선의 일등공신은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 상품) 수수료, 외화 환산 수익 같은 비이자이익이다. 지난 2분기 비이자이익은 1조4313억원으로 1년 새 15.2% 불어났다. 순수수료 수익(1조320억원)이 분기 기준 최초로 1조원을 넘어선 영향이 컸다.
반면 시장금리가 낮아지며 이자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주춤했다. 2분기 그룹 순이자이익(3조1065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 줄었다. 대표적 이자수익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이 기간 2.08%에서 1.96%로 떨어졌다.
상반기 순이익은 3조43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8% 급증했다. 올해 1분기에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충격 꼬리표를 떼며 실적이 치솟은 영향이 크다. 지난해 1분기 KB금융은 ELS 불완전 판매 배상 비용으로 거액(8620억원)을 충당 부채로 반영해 이익이 급감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이 같은 일회성 비용이 사라지며 상반기 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2분기 순이익이 1조16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늘었다. 금리 인하 추세로 순이자이익이 1.1% 늘어나는 데 그치며 주춤했지만, 가계·기업 부문에서 핵심 예금이 늘며 조달 비용이 줄어든 효과가 컸다.
다만 은행을 제외한 주요 계열사 실적은 대체로 부진했다. 증시가 회복되며 주식 거래가 늘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한 충당금이 늘며 KB증권의 2분기 순이익은 1590억원으로 1년 새 10.7% 뒷걸음질 쳤다. 또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충격에 KB국민카드의 순이익은 968억원으로 같은 기간 17% 줄었다.
KB금융이 양호한 성적으로 올해 중반을 통과하며 상반기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순이익은 10조원을 돌파해 역대 최대로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4대 금융지주의 연간 순이익도 18조원을 넘기며 최고 기록을 경신할 것이 유력하다. 신한·하나·우리금융은 25일 2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다만 호실적에도 금융지주 표정은 썩 좋지 않다. 이자 장사에 급급하다는 정치권의 비판에 상생금융·투자 압박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금융기관을 겨냥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 놀이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며 “그렇게 국민 경제의 파이가 커지고 금융기관도 건전하게 성장·발전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KB금융은 이날 대대적인 주주환원·사회공헌 강화 방침을 밝혔다. KB금융 관계자는 “올 상반기 소상공인·청년 일자리 지원 등 사회공헌활동으로 1조5871억원에 달하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며 “앞으로 포용금융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KB금융은 주당 920원의 현금배당과 8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도 발표했다. 나상록 KB금융 재무담당 상무는 “이번 자사주 소각 결정으로 올해 주주환원 규모는 3조100억원에 달하게 된다”며 “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더 견고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