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 꿈 꾸던 억만장자 사업가…“사업도 음정·박자 놓치면 꽝”

임성현 특파원(einbahn@mk.co.kr)

입력 : 2025.07.24 06:48:48 I 수정 : 2025.07.24 08:47:52
뉴욕 한상으로 활약하는 박화영 인코코 회장

세계적 성악가 꿈 안고 미국行
네일아트 사업으로 억만장자
5년간 누적 매출 무려 5조원

이젠 뉴욕 고급주택 사업 도전
롱아일랜드시티에 콘도 개발
트럼프 사위 회사 1억弗 투자


박화영 인코코 회장
잘나가던 네일과 화장품 사업이 어려워진 것도 아니다. 최근 5년간 누적 매출만 2조2000억원이다. 2004년 첫 론칭 후 미국에 ‘붙이는 매니큐어’ 열풍을 일으켰던 회사는 이제 7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이 됐다. 아마존의 공습도 견뎌내며 탄탄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여럿 거느렸지만 박화영 인코코그룹 회장은 또 한 번 모험을 선택했다. 그것도 ‘하이 리턴’만큼 ‘하이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부동산 개발업이다. 박 회장은 ‘손톱’ 하나로 미국 주류 사회에 진입한 대표적 한상(韓商)이다.

‘네일왕’으로 불리는 박 회장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위기 때 사업 다각화에 눈을 떴다. 뉴욕 맨해튼의 휘황찬란한 오피스 빌딩들이 망해 가는 모습을 두눈으로 지켜봤다. 그런데 주택시장만은 고공비행을 이어 갔다.

“지금도 맨해튼 주택시장은 20%가 쇼티지(부족) 상태예요. 맨해튼 동쪽 이스트리버 지역에 또 하나의 맨해튼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죠.”

든든한 파트너들이 붙었다. 골드만삭스의 소개로 만난 현지 파트너 2곳은 독특한 역할 분담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금융을 기획하는 ‘타브로스’와 시공을 관리하는 챠니‘가 공동으로 참여한다. 마침 용지의 절반은 박 회장이 코로나 위기가 한창때인 2022년 일본 호텔 체인 ‘도요코인’으로부터 6850만달러(약 945억원)에 사들였다.

롱아일랜드시티 코트스퀘어에 들어설 55층짜리 초고층 콘도는 박 회장이 점찍은 인코코의 미래다. 사업비만 6억 5000만달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가문의 개발업체인 쿠슈너컴퍼니도 1억달러(약 1380억원)를 투자했을 정도다. 총 636가구로 이달 말 착공에 들어간다.

박 회장은 “상가건물은 이미 임대가 모두 끝나 완판됐다”며 “뉴욕 최대 피트니스 체인인 ‘첼시 피어스’가 30년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입주하며, 유기농 마켓 홀푸드가 15년간 입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부동산개발업 진출 5년 만에 뉴욕 주택시장의 ‘큰손’이 됐다. 2020년부터 추진해 온 개발 프로젝트만 벌써 5개다. 이번 콘도 사업을 포함해 브루클린의 177가구 아파트, 첼시 지역에 위치한 복합상가 등으로 자산 가치만 2조원이 넘는다.

네일 사업의 성공 공식이었던 ‘한 우물’ 지론은 부동산 개발에서도 유효하다. 박 회장은 “다른 지역, 다른 부동산엔 관심이 없다”며 “내가 가장 잘 알고 가장 유망한 맨해튼을 포함한 뉴욕 주택에만 투자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처럼 임대주택을 섞는 최적의 개발조합까지 고안해 당국으로부터 용적률 인센티브를 따내며 최고의 수익성을 기대하고 있다. 박 회장은 “맨해튼은 이제 가격 비싼 구도심이 돼버렸다”며 “1SF(평)당 분양가가 맨해튼은 최소 3000달러 이상이지만 이곳은 2000달러 수준으로 분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아직도 긴 머리를 트레이드마크로 삼고 있다. 1984년 세계적인 성악가의 꿈을 안고 뉴욕에 발을 디딘 지 40년이 지났지만 음악가로서의 창의성은 고스란히 기업가의 DNA가 됐다.

“사업도 예술처럼 하자는 의미죠. 굉장히 창조적이고 유연하고 정확해야 하는 게 음악입니다. 사업도 마찬가지예요. 음정, 박자를 놓치면 꽝인 것처럼 사업도 정확하고 혁신적이어야 합니다. 한발 더 나아가 예술처럼 감동을 주는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요.”

세계적 성악가의 꿈은 접었지만 미국 주류 기업가로서의 목표는 어느 정도 완수한 셈이다.

지금도 박 회장은 매년 직원 수천 명이 참석하는 인코코 워크숍 때 멋드러진 성악을 직원들에게 선사한다. 그는 “새로운 창의력이 없어지고 창의적 마인드가 사라지면 내 사업 인생도 그날로 멈추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실제 그의 비즈니스 ‘버킷리스트’에는 아직도 못다 한 도전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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